일제강점기 축조…역사의 아픔 간직한 수원지
드넓은 평야지역에 저수지를 만든다는 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녹록치 않은 작업이다. 기술의 발달로 중장비를 대거 투입한다면 예전보다 작업은 분명 쉬울 것이다. 하지만 1920년대 일제 강점기에 순수하게 인력으로만 대규모 저수지를 만들었다는 것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경외감마저 들게 한다.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물을 담수하는 저수지 그 이상의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군산에 있는 옥구저수지다. 처음 옥구저수지를 찾는 이들은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낸 장관을 바라보며 '착각(?)'에 빠지기 쉽다. '어~ 여기가 바다인가'라는 물음이 그것이다.
일제강점기 사람들의 노역으로 축조되면서 아픔의 역사를 간직한 옥구저수지. 현재는 군산지역의 드넓은 옥토를 촉촉히 적시며 농민들의 희망으로 자리매김 했다. 또 군산지역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그 활용도가 점차 커지고 있다.
▲아픔의 역사 담겨
군산시 옥구읍 어은리 '옥구저수지'는 일제강점기인 지난 1921년 공사를 시작해 3년 뒤인 1923년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옥구저수지는 토언제(제방을 흙으로 축조해 만든 저수지)다. 이 저수지 건설을 위해 군산 지역은 물론이고 김제와 부안 지역 사람들까지 동원됐다고 한다. 옥구저수지의 제방 높이는 그리 높지 않은 4m다. 하지만 4m 높이 제방의 길이가 6.1km에 달한다.
이 저수지 건설을 위해 수천, 수만의 인력이 동원됐을 것이라는 게 현재 저수지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군산지역 옥토를 적시고, 산업용수로 그 무한한 활용가치를 갖추기 위해 수많은 선조들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옥구저수지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선조들의 힘으로 저수지가 만들어졌지만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들은 옥구저수지의 물을 단 한 방울도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옥구저수지에 물 감시소를 세우고 철저하게 조선인들의 접근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 군산지사 이정주 유지관리팀장은 "당시 이 같은 규모의 저수지를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것에 놀라울 뿐이다"면서도 "당시 군산지역에 일본인 농장 지주들이 우리나라 그 어느 곳보다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식량을 일본으로 빼돌리기 위해 저수지를 건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0ha 농경지에 생명수 공급
옥구저수지는 현재의 명칭이 만들어지기 이전 마산방죽이라 불렸다. 옥구저수지는 산간지역에 많이 건설되는 담수호와 달리 양수저수지다.
내리는 빗물을 저수하거나 대간선을 통해 흐르는 물을 퍼 올려 현재의 수위를 유지한다. 지리적 특성상 농어촌공사 군산지사가 관리하는 25개 저수지 중 100만t 이상의 저수량을 가진 5개 저수지가 모두 양수저수지다.
옥구저수지는 완주군 동상면의 대아댐에서 흘러온 물을 시시때때로 퍼 올려 1258만 8000t의 저수량을 유지한다. 대아댐에서 흘러나온 물이 72km에 달하는 대간선을 타고 흘러와 이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26시간이 걸린다. 상류지역에서 사용하고 남은 물이 오다보니 물의 양이 일정하지 못하다.
이 같은 문제점 극복을 위해 지난 2006년 금강호의 물을 끌어오기 위한 공사가 진행됐다. 금강호를 보조수원공으로 활용하면서 1년 365일 물이 마르지 않는 저수지가 됐다. 옥구저수지에 담수돼 있는 물은 옥구읍 지역의 2260ha의 농경지에 생명수를 공급한다. 농민들은 1년 내내 마르지 않는 저수지가 생기면서 안정적으로 농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됐으며, 소득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다기능 저수지, 수익 창출 톡톡
옥구저수지에 담수돼 있는 1250만t의 물은 농업용수 외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첫 번째가 인근에 위치한 미공군비행장 생활용수 공급이다. 농어촌공사 군산지사는 잉여수 중 연간 106만t의 물을 미공군비행장에 공급 3억 2000여만 원의 수익을 낸다. 내년부터는 현재의 공급량을 배로 늘릴 예정이다. 수익도 7억여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다. 페이퍼코리아에 연간 331만t의 공업용수를 공급해 3억 96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군산지역에 산업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잉여수 공급에 따른 수익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옥구저수지는 군산시내와 불과 10여분 남짓 떨어져 있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서도 그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 군산시가 지난 2008년 제방 주변으로 4.2km의 자전거도로를 건설했다. 또 옥구저수지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산책로와 체육시설을 곳곳에 배치했다.
아울러 옥구저수지에는 어자원이 풍부하다. 일반적으로 저수지에 살고 있는 붕어부터, 메기, 배스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민물뱀장어가 많이 잡힌다. 때문에 22명의 어민들이 이 곳에서 민물뱀장어 등을 잡아 생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먹을거리로는 민물매운탕이 유명하며, 반경 10km 내외에 군산비행장과, 군산CC, 월명공원, 새만금방조제 등이 있어 볼거리도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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