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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전북인] 정읍출신 KDB생명 최익종 사장

"따뜻한 가슴과 촌놈기질, 부실기업 구조조정 노하우죠"

산업은행 계열인 KDB생명의 최익종 대표이사는 '국내 최고의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린다. 하지만 직접 최 사장을 만나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최 사장에게서 구조조정하면 먼저 떠오르는 '칼잡이'의 이미지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재계에서 호인(好人)으로 통한다. 웬만한 일은 웃음으로 넘길 만큼 온화한 성품을 갖춘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CEO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최 사장은 성품과 업무능력면에서 정반대의 평가를 얻고 있는 셈이다.

 

정읍 정우 출신의 최 사장은 지난 3월 KDB생명 대표이사 선임을 계기로 보험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KDB생명의 전신인 금호생명은 지난 3월 산업은행에 인수되면서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빠른 시간안에 KDB생명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최 사장은 적임자로 지목했었다. 최 사장은 이같은 기대에 부응하듯, KDB생명을 질적·양적으로 성장시켰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최 사장이 취임한 이후 잇따른 추가증자를 통해 지난해말 기준으로 101%에 불과했던 지급여력비율을 200%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일성으로 '정도(正道)경영'을 강조했던 최 사장은 "이익을 내는데 급급해 무리한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며 조직안정과 내실화를 꾀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산업은행의 우산과 최 사장의 혁신이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KDB생명의 인지도와 대외신뢰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 그는 '지방대 출신의 CEO'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영생중과 영생고를 거쳐 전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지난 1977년 산업은행에 입행하면서 33년동안 산업은행맨으로 활약했다. 미국 워싱턴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그는 무엇보다 한국을 대표하는 부실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도맡다시피 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 구조조정 실무 총괄팀장을 맡았는가 하면, 지난 2002년 LG카드(현 신한카드) 사태땐 경영지원단장을 역임했다. 현대그룹 구조조정도 총괄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등도 그의 손을 거쳐 글로벌기업으로 도약중이다. 특히 대우그룹 구조조정 당시에는 국내 최초로 대우중공업을 기업분할해 재계를 놀라게 했다. 대우중공업은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두산인프라코어로 분리된 뒤 업계리딩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는 구조조정업무외에도 싱가폴지점장과 투자금융본부장, 부행장 등을 역임하며 국제금융과 기업금융 등 전반적인 금융업무를 수행한 최고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구조조정의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따뜻한 가슴'이라는 화두를 꺼냈다. 그는 "채권단이 점령군행세를 한다면 구조조정을 실패할 확률이 높다"면서 "직원들의 용기를 북돋워주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구조조정업무의 최고덕목"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본질적인 핵심가치는 회사안에 몸담고 있는 직원들입니다. 상당수 부실기업들은 구성원들의 능력부족이 아니라, 대주주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경영위기에 직면하곤 합니다. 또 부실기업일수록 인재들이 많습니다. 부실기업을 회생시킬 때마다 '창의력을 가지고 회사를 살리겠다'는 직원들의 의지를 극대화시키는 데 주력했어요. 채권단은 그런 직원들의 핵심가치를 보호하는 방패막이역할을 맡을 뿐이죠"

 

그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급적인 정리해고 같은 인적구조조정에 치중하기 보다는 사업조직 재정비에 주력했다"면서 "구조조정은 결국 부실회사의 잘못된 관행을 공정한 게임룰로 되돌리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 대표로 기업회생을 맡을 때마다 '딱딱한 분위기의 어전회의'는 철저하게 배제했습니다. 채권단이 결코 '칼잡이'가 아닌 동반자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스킨십에 주력하기도 했구요. 처음 KBD생명을 맡을 때만 해도 일부 두려움에 떠는 직원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지방출신 특유의 '촌놈기질'을 강조했다. 부실기업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때론 상머슴처럼, 때로는 싸움닭을 연상케 하는 승부사근성은 어린 시절부터 체득한 내공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몸을 낮춰 상대방을 배려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정면돌파도 마다하지 않는 타이밍은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익힌 노하우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과 값비싼 음식점 보다는 허름한 음식점을 찾아 소주잔을 기울이는게 자연스러운 것도 어찌보면 촌놈기질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전주에서 생활했다는 그는 "전주시 노송동의 물왕멀 부근에서 살았다"면서 "마음의 고향이자, 정신적 태생지는 전주"라고 소개했다.

 

"고교시절 장학금혜택이 있는 학교를 찾아 영생고를 선택했다"는 그는 "지금도 고향친구들을 만날 때가 가장 행복하고 소중하다"면서 "1년에 10여차례 고향을 찾을 때마다 잠시라도 친구들과 짬을 내 소주잔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1일 KDB생명의 CI를 바꾸며 '제2의 도약'을 선언한 그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보험회사를 만들겠다"면서 "2013년에는 증시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고교시절에 만난 부인과 현재도 변함없는 금슬을 과시하고 있는 그는 "현역에서 은퇴하면 전주로 내려가 살겠다"면서 "고향 친구들과 어울리며 알찬 노년을 보내는 게 최고행복"이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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