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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신춘문예] 오래된 골목 - 장정희

작은 아버지 바지가 걸린 바지랑대 사이로 푸석한 골목이 보였다.

 

구암댁 할아버지 이끼 낀 돌담을 짚으며 모퉁이를 돌아가고

 

양철대문이 덜컹, 삽살개가 기다림의 목덜미를 물었다.

 

입대한 큰아들 주검으로 돌아오던 그날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작은 아버지는 좀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발가락이 오그라든 대문은 문패를 버리고 밤새

 

신작로 쪽으로 귀를 던져 놓고 있었다.

 

낮은 지붕을 내려온 거미가 먼저 발을 내딛는 골목,

 

목줄을 잡아 맬 수 없는 굴뚝으로 연기는 담쟁이넝쿨같이 기어 나왔다.

 

뼈마디 드러난 상처를 덮듯 배추는 또 자라나고

 

햇살은 어두운 골목에 도둑고양이의 눈빛을 씨앗처럼 심어주었다.

 

다섯 살 박이 손자가 작은 아버지 팔을 잡아당기며 대문을 나서고.

 

나는 빨랫줄 문 집게처럼 뻣뻣한 골목의 시간을 만지고.

 

바람이 골목에 발을 담글 때마다, 나는

 

한 남자의 내면을 수없이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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