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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일 칼럼] 고생은 한 시간 인생은 백년

김승일 (본지 객원논설위원)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생각되는 순간들이 있다. 상실과 슬픔, 혹은 위기에 처해 있거나 고통스런 순간과 맞닥뜨렸을 때다. '나는 운이 나쁜 사람'이라고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순간은 비극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깊은 절망감에 빠져 생의 의욕을 상실하고 급기야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도 있다.

 

운이 나쁜 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자신의 감정을 남들이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의 인생관과 생활방식을 규정지은 너무 힘든 시간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반면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 역시 어렵고 힘든 순간들,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겪은 힘들었던 상황이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보다 그리 낫지는 않다. 오히려 더 나빴던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이런 역경의 시간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들은 너무 소박하거나 감정이 무딘 사람들이라 그럴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반대일 수 있다. 이들은 그 힘든 상황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웠던 시절의 경험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배움을 넓히고 성장할 수 있었으며 발전해 나왔다고 생각한다. 좋은 일은 행운이라고 받아들이고 힘들었던 경험을 거울삼아 그 결실을 이웃들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을 먹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스페인 출신 저술가 알렉스 로비라의 '멋진 인생을 위한 지혜' 중의 한 대목이다.

 

암에 걸린 덕분에 자신의 몸을 더 챙기고 아끼게 되었으며 식사와 생활습관과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는 사람도 비슷한 경우이다. 사업에 실패한 후 그 이유가 동업자 때문이라거나 시장 상황 탓이라거나 하는 핑계 대신에 실패의 진정한 이유가 자신의 준비부족이나 교만 때문이었다면서 실패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반성하는 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나쁜 운 탓으로 돌리는 사람과 달리 그토록 힘들고 고통스런 삶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은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저자는 다음 몇 가지 습관을 들고 있다. ▲긍정적인 마음자세 ▲남의 탓 하지 않기 ▲실수로부터 배우기 ▲언제나 자신감 갖기 ▲생생하게 꿈꾸기 ▲잘 참고 잘 결단하기 ▲주변사람 배려하기 등등.

 

모두 옳은 말이다. 새삼 운수타령 안 해도 그동안 많이 들어본 행복의 조건 수준들 아닌가.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세상살이가 참 각박하다는 생각이다. 뼈 빠지게 일해도 살림이 펴지지 않는다는 서민들의 한숨소리, 직장을 못 구해 절망하는 젊은이들, 전세난이다 구제역이다 조류독감이다 우리를 옥죄는 재변들 천지다. 좋은 인생을 산다는 낙관은 어디서도 쉽게 찾아지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니 어쩔 것인가. '인간의 운수란 그물 안에 든 물과 같아서 끌어 당기면 부풀지만 끌어 올리면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다'는 톨스토이의 다독거림을 위안 삼을 수밖에. 그는 고생은 한 시간이고 인생은 백년이라고도 했다.

 

/ 김승일 (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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