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쓰나미에 묻힌 우리들의 슬픔
얼마 전 일어난 일본 대지진은 전 세계인들을 큰 슬픔에 잠기게 했다. 바다 멀리서 발생한 지진이 거대한 해일을 일으켰고,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휩쓸려 갔다. 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의 문명과 과학의 상징 원자력 발전소는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뒤이은 방사능 공포는 일본 대지진을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문제로 만들었고 우리에게도 심각하게 다가왔다. 우리나라에는 공포의 쓰나미가 휩쓸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쓰나미가 우리 내부의 문제들을 무관심으로 휩쓸어 버렸다.
쓰나미가 지나간 자리에 주저앉아 넋을 잃은 일본 소녀의 모습은 우리 국민들의 동정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 소녀만큼 진한 슬픔이 우리나라 곳곳에 이미 가득하다. 구제역의 쓰나미에 삶의 터전과 생계수단을 잃은 농민들의 삶은 쓰나미 소녀의 슬픔에 못지않다. 그들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희망마저 빼앗긴 상황이다. 구제역이 창궐하던 그 때에 우리 국민들은 심각한 공포를 느끼지도 못했고, 단지 타인의 문제로 치부하며 무관심하였다. 언론 역시 돼지나 소를 생매장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몇몇 현장을 소개하는데 그쳤을 뿐, 절망에 몸부림치는 축산농가와 잔인하게 학살당하는 생명들의 슬픔을 깊이 있게 바라보지 않았다.
구제역의 사후 처리 과정 또한 쓰나미 만큼 큰 공포를 준다. 침출수가 흘러들어 지하수가 오염될 것이 분명한데도 정부의 대책은 없다. 물의 오염은 생명의 위협이다. 일본이 방사능 유출로 인해 공포에 떨고 있다면, 우리는 침출수로 인한 물의 오염으로 공포에 떨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법정 최저임금만을 받으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여성 청소 노동자의 파업과 절규가 슬프다. 살아서도 죽은 뒤에도 편하게 쉬지 못하는 고 장자연 씨의 친필 편지에 대한 조작 논란, 정권에 비판적인 편집 때문에 미움을 받은 PD수첩 최PD의 교체가 또한 슬프다. 이들의 슬픔은 누구보다 처절하지만, 일본 대지진의 쓰나미에 그들의 슬픈 현실마저 관심 밖으로 밀려난 오늘의 모습이 더욱 슬프다.
일본대지진은 전 세계인의 슬픔이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본에 대한 미운 감정을 이기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러나 대지진과 쓰나미에 매몰된 채, 우리 곁의 축산 농가와 여성 노동자들, 고 장자연 씨 어머니의 절규와 슬픔을 모른 체 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이성은(이리여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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