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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돈줄 죄기에 일부 증권사 '존립 비상'

콜 차입 제한으로 중소형사 영업 치명타 불가피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콜(금융사간 단기자금 거래) 차입을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돈줄죄기'에 들어가자 증권업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어 퇴출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도입을 계기로 기대됐던 증권사간 인수ㆍ합병(M&A)의 성과가 없자 금융당국이 '돈의 힘'으로 증권업계를 재편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지난 22일 발표한 증권사 콜 차입 제한 조치는 유동성 리스크를 줄이려는 목적에서 마련됐다.

 

콜 차입 월평균잔액을 2012년 7월1일부터 자기자본 25% 이내로 제한하다 2014년에는 콜 자금을 아예 쓸 수 없도록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수신 기능이 없는 증권사가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콜 차입을 할 수 없게 되면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대형 증권사는 하루에만 7천억∼8천억원을 콜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의 콜 의존도는 더 높다.

 

사실상 거의 모든 영업에 활용되는 자금을 콜을 통해 조달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의 임원은 27일 "증권사는 그동안 콜로 장사를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금줄이 막혀 영업을 못하면 시장을 떠나야 하는 회사가나올 수 있다.

 

금융당국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콜은 금리가 낮고 담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되며 필요할 때마다 쉽게 빌릴 수 있는 자금이다.

 

증권사는 그동안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영업이나 유가증권 인수ㆍ주선 업무 등사업에서 콜 자금을 활용했다.

 

그러나 이런 자금이 자기자본의 25% 이내로 제한된다.

 

증권사로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대체 자금조달 수단을 활용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

 

금융당국은 콜 차입 대신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와 기업어음(CP) 등을 활용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다양한 어려움이 있다.

 

RP 거래는 담보채권을 중개기관에 맡기고 돈을 빌리는 것이다.

 

담보채권은 국고채, 통안채, 산금채 등 사실상 정부보증 채권에 한정된다.

 

이렇다 보니 담보채권이 많지 않은 증권사는 RP 거래로 돈을 빌리는 게 쉽지 않다.

 

채권을 담보로 제공하더라도 담보 인정 범위는 제한된다.

 

담보채권을 마련하려면 채권을 매수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더 많을 수도 있다.

 

CP 발행에도 난관이 많다.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차가 나기 때문에 발행 비용이늘어난다.

 

콜을 차입해 쓸 때보다 0.5∼1% 이상 금리를 더 줘야 할 수도 있다.

 

결국, 자금조달 수단이 다양하지 못한 증권사는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형 증권사의 자금팀장은 "증권사별로 사정이 다르지만, 콜 차입 제한으로 영업에 타격을 받고 있다.

 

중소형사는 더 심각하다"고 업계의 어려움을 전했다.

 

증권업계는 대안으로 고객예탁금을 영업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요청하고 있으나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태도다.

 

고객예탁금은 고객이 주식 매매 등을 위해 증권사에 맡기는 돈이다.

 

자본시장법상 전액 증권금융에 예치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30%만 증권금융에 예치하도록 했지만, 일부 증권사의 파산으로 투자자 보호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증권사가 손대지 못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콜 자금 운용 행태가 정상 수준을 벗어나 유동성 리스크가매우 커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돈줄을 죌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보인다.

 

초단기 자금인 콜을 차입해 만기가 긴 채권을 사 매매하면서 일종의 '금리 따먹기'를 하는 등 돈놀이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증권사는 하루짜리 콜 자금을 만기가 긴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위험도가 높은 사업에 투자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금융위기가 재발할 때 심각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어 부득이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콜 차입 제한은 유사시를 대비하고 단기 자금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추진하는 것일 뿐 업계 재편 의도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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