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파' 차수진, 최장신 장점 살려…'배터리' 김효진, 끼·에너지 발산
지난 1924년 개교한 부안의 주산초등은 굳이 80여년의 연륜을 앞세우지 않아도 자랑거리가 많다. 이맘때 학교 주변에서는 황금빛으로 물든 너른 들녘을 만날 수 있다. 교정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넉넉하기만 하다. 학교로 향하는 길도 코스모스 천지다.
무엇보다 심성이 착하고 자신감 넘치는 전교생 43명이 최고자산이다. 여기에 학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줄넘기 고수들'이다. 전교생이 1회선2도약 뛰기가 가능하고, 고학생들은 뒤로 뛰기 동작을 어렵지 않게 해낸다.
주산초등 학생들은 음악줄넘기에 관한 한 지역내에서 유명인사로 통한다. 크고작은 음악줄넘기 대회에서 다수의 입상경력을 보유하고 있고, 초청공연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에는 전주시음악줄넘기연합회가 주최한 전주시장배 생활체육음악줄넘기대회에 특별출연해 또래 학생들에게 음악줄넘기의 진수를 선보였고, 지난 4월에는 충남 논산의 딸기축제에서 초청무대에 섰다. 제13회 전북음악줄넘기경연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전교생 43명은 너나할것없이 매일 음악줄넘기를 연습한다. 또 줄넘기에 소질 있는 12명은 이른바 '드림팀'으로 불리며 별도의 연습시간을 갖는다. 드림팀은 오전과 오후에 별도의 연습시간을 갖고, 매주 한차례씩 방과후수업으로 음악줄넘기를 배운다. 이 학교 드림팀의 경우 2년동안 호흡을 맞춰 한 무대에 서면서 형제이상의 우애를 다지고 있다.
드림팀내에서도 김효진양과 차수진양이 최고수로 통한다. 나란히 6학년인 이들은 팀내 맏언니이자, 기량이나 리더십에서도 가장 앞선다.
키 163㎝로 드림팀 가운데 최장신인 수진양은 노력파로 통한다. 음악줄넘기에 입문할 때만 해도 뻣뻣한 동작으로 이른바 '몸치'였던 수진양은 꾸준한 연습끝에 이제는 누구도 뒤지지 않는 기량을 뽐내고 있다. 엇걸어 뒤로 되돌려 2단 뛰기가 장기인 수진양은 "음악줄넘기를 배운 뒤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면서 "수줍기만 하던 성격을 벗어던지고 이제는 넘치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처음 무대에 설 때만 해도 긴장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는 수진양은 "무대에 자주 오르면서 이제는 여유를 갖게 됐다"면서 "이제는 무슨 일이든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됐다"고 덧붙였다.
효진양은 수진양에 비해 키는 작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리듬감과 표현력을 앞세워 '끼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대위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분위기메이커이자 '타고난 무대체질'로 불린다.
순발력과 스냅을 이용한 앞뒤 뛰기를 잘하는 효진양은 "팀내에서 '배터리'로 불린다"면서 "팀원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고, 팀을 주도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음악줄넘기를 배운 뒤로 흔한 감기도 걸리지 않을 만큼 체력이 좋아졌다"는 효진양은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음악줄넘기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외에도 학생들은 음악줄넘기를 배우면서 눈빛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줄넘기가 좋다는 사실은 불문가지. 여기에 음악줄넘기는 협동심과 단결력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효과가 크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주산초등이 음악줄넘기 명문으로 자리잡은 것은 지난해 3월 부임한 김병인 교장의 배려에서 비롯됐다. 부임직후 '학교에 활기를 불어넣을 뭔가가 없을까'를 고민하던 김 교장은 같은 시기에 부임한 강혜숙 교사와 손을 잡고 음악줄넘기 보급에 나섰다.
김병인 교장은 "음악줄넘기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면서 학생들의 심폐지구력이 몰라보게 좋아졌고 기초체력도 향상됐다"면서 "음악에 맞춰 다양한 기능을 습득하면서 자연스럽게 손과 발의 협응력이 길러졌고 공간지각능력도 발달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장은 "주산초등 학생들의 음악줄넘기 실력이 출중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학생들의 무대경험 횟수도 잦아졌고, 덩달아 성취감과 자신감도 커졌다"면서 "음악줄넘기가 학생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기폭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근들어서는 학생들의 성적도 향상됐다"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초학력이 부진했던 학생들이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주산초등은 음악줄넘기를 통해 '작은 학교 큰 교육'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는 셈이다. 다만 학생들은 학생수 감소로 인해 음악줄넘기의 대물림이 흔들리는게 아닐까라는 걱정을 숨기지 않는다. 졸업이후에도 '주산초등=음악줄넘기 화수분'이라는 명성을 유지하고 싶다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주산초등의 의미있는 줄넘기 수업을 지켜봐야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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