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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쇼핑

병·의원을 찾는 것이 일상생활이 된 의료 쇼핑이 심각한 수준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연간 100차례 이상 의료기관 이용자를 의료쇼핑객으로 분류한다. 이 같은 의료 쇼핑환자가 지난 2008년 44만 명에서 2009년 49만 명, 2010년에는 52만 명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병·의원을 찾는 노인 환자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의료 쇼핑환자 52만 여명 가운데 33만4500여 명(63.3%)이 노인이었다. 비용부담이 적기 때문에 이들 노인들은 습관적으로 병·의원을 찾았다.

 

김제에 사는 의료수급자인 이모 할머니(75)는 지난 2009년 한 해에만 외래 진료 1980일, 투약 5961일로 총 진료일수가 7941차례에 달했다. 이씨의 진료비와 약값은 모두 2800만원이었지만 의료급여 수급자여서 본인 부담이 전혀 없었다. 척추질환과 관절염을 앓고 있는 도내 50대 여성도 지난 2010년 한 해동안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횟수가 무려 1806차례에 달했다. 공휴일과 일요일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6차례 병·의원을 찾은 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의료수급자의 의료급여 비용이 2008년 3조9004억원에서 2010년 4조2235억원으로 8.2% 늘어났다. 약품비도 1조2631억원에서 1조301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에 의료급여를 받는 수급권자가 9%(16만6943명) 줄어들었는데도 1인당 의료비용은 2008년 211만원에서 2010년 252만원으로 19%나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의료급여 비용이 5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급여 수급자의 의료쇼핑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선택병원제나 본인부담금 부과 등 제한장치를 도입했다. 이 때문에 의료수급자 1인당 외래진료비 지출이 5% 정도 줄었지만 큰 효과는 못 거두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일반 건강보험 환자의 경우 이 같은 제한 장치마저 없다는데 있다. 의료 쇼핑환자의 38%가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자로 하루 한번 꼴로 병·의원을 들르는 것이 필수코스처럼 됐다. 난립하는 병·의원들도 이에 편승, 환자의 진료횟수를 늘리기 위해 물리치료를 권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노인들의 의료 쇼핑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결국 건강보험료 납부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주치의 제도나 과도한 물리치료에 대한 본인부담금 상향 등 제도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권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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