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伊'라 스칼라'주인공 발탁된 테너 박지민씨 / 원래 주역 사정 생겨 '행운'…한때 로커 꿈꾸던 엉뚱남
구회말 투아웃. 주목 받지 못했던 대타가 홈런을 쳤다. 2007년 영국 로열오페라극장에서 젊은 성악가들에게 교육과 데뷔 기회를 부여하는 '제트 파커 영 아티스트' 선발된 뒤 2010년 사정이 생긴 주역 대신 출연하는 대타로 '라보엠' 주역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 '라 스칼라' 무대에서 주역에 발탁된 테너 박지민(34)씨다. '서울대 음대 출신의 록 가수'가 되기 위해 서울대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뒤 SM 엔터테인먼트를 들락날락하던 이 '엉뚱남'은 스승의 권유로 뒤늦게 발동이 걸려 세계 성악계 기대주가 됐다.
전주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 시절 교내 록 밴드에서 보컬이었다. 당시 여고 교장이던 아버지에게 사실을 숨기고 종이 가면을 쓴 채 무대에 섰을 정도로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했다. 1997년 지방대 음대에 들어갔다가 병역을 마친 뒤 정신 차린 그는 서울대 음대 대학원생의 족집게 과외로 2001년 같은 대학 음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서울대 음대 창설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을 것"이라는 그는 이곳저곳을 기웃댔다. 보다 못한 스승 강병운 교수가 그를 불러 "1년만 무조건 공부하자"고 다독였다. 무조건 자신 없었던 고음을 내기 위한 발성 연습부터 다시 시작됐다.
대학교 4학년,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콩쿠르(2004)에서 덜컥 특별상을 받으면서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빈 음대로 유학을 간 뒤 유럽 전역의 오페라극장에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다. 대중가수가 되기 위한 연습생 시절 경험은 꽤 도움이 됐다. 평소 흠모해온 미국의 테너 닐 시코프(63)에게 레슨을 받기 위해 사흘째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기다릴 정도로 끈질겼고, "성공하면 요트를 사주겠다"고 할 정도로 베짱이 두둑했다.
"그 때 반드시 '라 보엠'을 세계적 무대에서 부르겠다고 결심했어요."
이처럼 세계 오페라 스타로 도약하고 있는 그가 오는 10월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바리톤 임경택(조셉 임) 임창한 허종훈(알도 허) 등 젊은 성악가들과 함께 만든 4인조 성악 앙상블 '로티니' 데뷔 공연을 갖는다. 세계 오페라 콩쿠르에서 승승장구하면서 런던, 뉴욕, 파리, 발렌시아를 거점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오페라 스타들이 레퍼토리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공연을 준비 중이다.
△ 보컬 앙상블 '로티니' 첫 공연 = 10월 7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문의 1577-5266.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