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 13대부터 이번까지 여섯번 치러진 대선에서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된 것은 두 번 뿐이다. 짐작하겠지만 스스로 진보를 자처하는 나의 이념 성향으로 볼 때 이번 대선 결과가 아쉽고 허탈하기는 누구 못지 않다. 개표전 보수 성향의 친구와 내기까지 걸었다가 패배한 것은 곱으로 열패감을 안겨준 상처로 남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하룻밤을 자고 나니 세상이 바뀌고 내 생각도 바뀌었다. 매사 긍정적으로 보면 긍정이요 부정적으로 보면 부정이란 말이 맞았다. 어차피 던져진 주사위, 역사의 물줄기가 그를 따라 간다면 "박근혜가 어때서? 정권교체를 위해 문재인을 지지 했을뿐 그가 썩 마음 내키지 않았던 것도 사실 아닌가" 생각하니 '준비된 대통령' 박근혜가 새삼 돋보이는 걸 어떡하나. 원 사람 마음이 이토록 간사할 수 있나 내심 실소를 금치 못했지만 부글부글 끊던 속앓이를 금세 접을 수 있게 해준 내 사고(思考)의 전환이 고맙기조차 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사실 나는 박 당선인의 첫 인수위 인사에 희망과 절망감을 동시에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희망은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의 발탁이다. 그는 고창군이 원래 고향이다. 진의종 전 총리 집안으로 부친이 체신부 고위 공무원을 역임했고 전북의 원로인 진기풍 선생의 친조카다. 일찍이 사법고시를 거쳐 법관생활을 했고 정계에 입문한 후에는 서울 용산구에서 내리 3선을 기록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면서 누구보다고 그의 신망을 받았으며 신중하면서도 깔끔한 처신, 무거운 입은 정치인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에 빈틈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 그런 그가 정권인수위의 조타수로서 향후 활동에 도민들의 기대가 모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가 대선 직전 숙부 진기풍 선생의 상배(喪配)때 전주에 내려와 한 말이 매우 고무적이다. 그는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고향 발전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당내 위치나 당선인과의 역학 관계를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면 이보다 더 한 정치적 원군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그의 앞으로의 행보에 도민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음을 본인도 더욱 무겁게 받아 들일 것이라 믿는다.
반면 박 당선인이 인수위 대변인으로 임명한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의 경우는 어떤가. 그야말로 최악의 실망스런 인사라는 혹평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대선 기간 내내 종합편성 채널과 칼럼을 통해 문재인 후보와 그를 지지한 인사들, 안철수 후보를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악담을 쏟아내며 저주의 굿판을 벌인 그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국민들 가슴에 아물기 힘든 분열과 갈등의 상처를 남긴 '공분(公憤) 1호'였다. 세상에 어디 그보다 못한 대변인 감이 없기에 '이념의 저능아' 로 볼 수밖에 없는 그를 그 자리에 앉혔단 말인가. 박 당선인의 천려일실(千慮一失)인지 의도된 복심인지 알수는 없지만 여론의 질타에도 배짱좋게 버티는 그는 하루라도 빨리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그나마라도 남은 욕을 덜 먹는 첩경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진영 부위원장=희망, 윤창중 대변인=절망의 쌍곡선이다. 결국 인사(人事)가 만사 (萬事)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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