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석영·정도상 '위로와 공감 북콘서트' 황 "더 실험적인"…정 "상투성 극복"
지난 4일 오후 7시 전주 경원동 창작지원센터. 객석에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소설가 황석영(70)·정도상(53)씨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후 절망에 빠진 독자들을 위해 깜짝 기획한 '위로와 공감'을 주제로 한 북콘서트에는 세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독자들이 찾았다.
재능 기부로 마련된 이날 행사는 황씨가 대선 투표율 77%를 넘기면 신간'여울물 소리' 2000권을 뿌리겠노라 공언했던 '사단'의 연장선. 황씨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프리 허그' 이벤트를 한다는 소문을 접한 네티즌들이 그에게 "져도 해 달라"며 무언(?) 압력을 들이대 친분이 있는 정씨와 기획했다"고 했다. "대개 정서상 지방에서 행사를 할 땐 지역 특산품을 존중하는 분위기"라는 황씨의 너스레에 정씨는 "선거 끝난 뒤 광주는 5·18 항쟁 이후의 정서가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당초 공약을 함께 이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등단 50주년을 맞은 황씨는 사회자 이재규(희망과대안전북포럼 공동대표)씨가 제지를 줄 틈도 없이 이야기를 주도해나갔다. 지난해 등단 50주년을 맞아 쓴 '여울물 소리'(자음과모음)의 출간 배경에 대해 "자생적 근대화 운동의 절정이 동학농민혁명(1984)인데, 올해가 동학에서 말하는 새로운 시대가 120년 간 지속되는 분기점이다. 길고 고통스러운 '근대'가 마감되고 어서 빨리 개벽의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쓴 것"이라고 했다. 19세기 격변기를 배경으로 이야기꾼 '이신통'을 뒤쫓는 내용으로 동학과 증산도, 이야기꾼이 소설의 중요 삼각 편대. "이번 선거에서 세상이 변했으면 했다"는 일각의 아쉬움을 "뒷간 다녀오니까 10년이 훌쩍 가더라. 노는 건 5년 뒤로 미루겠다"며 웃음으로 버무려 낸 그는 "호남은 백척간두의 민주주의 위기에서 줏대를 지켜온 곳이었다"며 사람들을 위로했다.
'은행나무 소년'(창비)을 쓴 정씨는 "대선 이후 인터넷 메일 확인 외에 어떤 뉴스도 보지 않았다. 이제 서서히 빠져 나와 삶을 지속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상실감과 좌절감이 컸다는 뜻일 게다. "거창하진 않아도 현재 진행형인 상처에 대해 주목"해온 작가는 '은행나무 소년'을 통해 열두 살 소년이 강제 철거와 외할머니의 치매, 힘겨운 첫사랑을 겪어내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아 오늘날 용산 참사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역사가 패배를 겪고 나면 그것이 어떻게 상처로 축적되는지 봤다. 내공과 깊이를 가진 역사라면 전진하고 성숙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작가는 이날 '상투성'을 극복하는 문학의 과제를 이야기했다. "'상투성을 넘어서는 문학'이라는 문구에서 무릎을 탁 쳤다"는 황씨도 나이가 들면 더 안주하기 마련이라는 선입견에 코웃음을 날리며 "더 실험적이고 급진적인 '말년 문학'을 내놓겠다"고 했다. 자칭 '황구라'의 약속이 '구라'로 끝날 것인지 지켜질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새 정부의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았다. 콘서트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퓨전공연단체'마실'과 '레인보우 스테이지'는 꽉 막힌 속을 확 뚫어주는 달달한 음악과 시원한 음악을 선물해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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