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논술 문제
- 출제자 전주해성고 교사 양봉만
※ 다음 물음에 대한 답안을 주어진 네 개의 글을 읽고 서술하시오.
【문제 1】
‘고통’에 대한 (가), (나), (다) 내용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서술하시오.(500∼600자)
【문제 2】
(가), (나), (다)의 내용을 바탕으로 (라)의 전봉준이 겪고 있는 ‘고통’을 설명하시오.(500∼600자)
(가) 불교는 대단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를 가진다. 바로 고통 인식과 고통 극복이다. 이것이 유일한 목표다. 고통에 대한 인식이야말로 불교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붓다는 삶이 고(苦)라고 했다. 붓다가 말하는 고통이 단지 감정의 동요나 감각의 불편만은 아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웃다 울고, 울다 웃기를 반복한다. 이럴 때면 내가 뭐하나 싶다. 붓다는 저런 기쁨의 감정이 극히 일시적이고 불안하다고 말한다. 불교의 입장에서 보자면 쾌락이나 기쁨은 고통과 슬픔으로 곧바로 역전될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해도 삶이 고(苦)라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고통에 대한 실감이 없을 경우, 그것에 대한 극복은 요원하다.
도대체 고통은 왜 발생할까. 불교에서 내리는 답은 무명(無明)이다. 무명은 그냥 무지(無知)라고 해도 좋다. 헌데 무엇을 모른단 말인가. 불교에서는 어떤 사실이나 감정을 고정된 무엇으로 간주하는 것을 집착이라고 말한다. 모든 현상은 늘 변하기 때문에 고정불변하는 ‘자아’나 현상의 ‘본질’은 없으며, 영원히 나의 소유인 것도 없다는 것을 모른 채 집착을 하니 고통이 발생한다. 그래서 불교 수행은 집착을 타파하고 결국 열반에 도달하는 방법이자 길이다.
- 김영진,『공이란 무엇인갱
(나) 고통에 ‘당연성의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은 고대 세계의 도처에서 발견된다. 거의 모든 곳에서 발견되는 고대적인 관념에 의하면, 신이 직접 개입하여 고통을 유발하든 아니면 악령이나 다른 신들에게 고통을 유발도록 허용하든 간에, 어쨌든 모든 고통은 신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수확을 망치는 일, 가뭄, 적에 의한 도시의 약탈, 자유의 상실이나 죽음, 온갖 종류의 재난(전염병, 지진) 중에서 초월적인 존재나 신의 섭리에 의해 어떤 식으로든 설명되지 않거나 정당화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패배한 도시의 신이 승리한 군대의 신보다 덜 강했다든지, 공동체 전체나 한 집안이 어떤 신에게 의례상의 과오를 범했다든지, 마법, 악령, 저주 따위가 끼어들었다든지 아무튼 개인이나 집단의 고통에는 항상 어떤 설명이 주어진다. 결과적으로 고통은 견딜 만하고, 견딜 만해진다.
‘고통’의 가장 결정적인 계기를 이루는 것은 고통의 난데없는 출현이다. 그 원인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때 고통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아이들이나 가축들이 죽고, 가뭄이 계속되고, 폭우가 심해지고, 사냥거리가 사라지고 하는 일들의 원인이 주술사나 사제에 의해 일단 밝혀지기만 하면, ‘고통’은 견딜 만한 것이 된다. 고통에 원인과 의미가 있고, 따라서 고통도 이제 하나의 체계 속에 끌어들여져 설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주술사나 사제가 관여했는데도 아무런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원시인들은 그동안 거의 잊고 지내왔던 지고지순한 절대적인 존재를 다시 생각해내고 그에게 희생 제물을 바쳐서 기도한다.
- 미르치아 엘리아데,『영원회귀의 신화』
(다) 나는 모든 경험들이 고통 또는 쾌락으로 물들여 있고, 어떤 것도 완전히 중립적인 것은 없다고 확신한다. 두려움과 비탄과 같은 일련의 정서들은 고통스럽지만, 기쁨과 같은 다른 정서들은 유쾌하다. 감각들과 지각들도 또한 고통스러운 속성들을 갖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도덕성은 선과 나쁨에 관한 것이고, 어떤 규정에서는 ‘나쁨’은 단지 고통스러운 것만을 의미한다. 고통 자체는 항상 나쁘다. 비록 간접적으로도 고통이 이익을 이끌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항상 우리는 궁극적으로 고통의 의식적 경험으로 돌아간다. 모든 고통을 겪는 피조물들의 삶은 다음과 같은 한 쌍의 경험들, 즉 쾌락과 고통, 보상과 처벌, 그리고 긍정의 자극과 부정의 자극에 의해 결정된다.
선한 것들은 무엇을 공통으로 갖고 있는가? 선한 것들은 모두 쾌락을 제공한다. 모든 나쁜 것들은 무엇을 공유하고 있는가?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모든 나쁜 것들은 고통을 일으킨다. 살인, 거짓말, 속임수 그리고 도둑질은 나쁘다.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불의, 불평등, 자유의 결여 그리고 미의 부재는 나쁘다. 고통은 모든 나쁜 것들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나쁜 것이 어떤 것이든지 간에 그것은 고통을 일으킨다.
나는 자유, 정의, 평등, 그리고 우애와 같은 다른 위대한 도덕의 목적들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단지 이 목적들이 고통을 감소시킨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정의를 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침해를 덜 받는다고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고통을 감소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유와 평등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이 조건들이 그들의 고통들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결국 도덕이란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감소시키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에 대한 인식은 도덕적인 행위의 출발점이란 점에 가치가 있다. 억압과 부정의, 불평등은 고통을 주는 것들로서 이것들을 없애거나 줄이는 일은 고통을 감소시키는 과정으로서 도덕적인 행위이다.
- 리차드 라이더,『페이니즘(Painism)(윤리문화의 서막 - 고(苦)와 통(痛))』
(라) 가마 안에 앉은 전봉준은 두 가지 고통에 시달렸다. 하나는 으깨진 발등과 부러진 정강뼈, 재갈 찬 입의 고통이요, 다른 하나는 사로잡힌 채 눈을 번히 뜨고, 일본군의 잔혹한 만행들을 보아야 하는 치욕과 분노의 고통이었다. 이 고통과 치욕과 분노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그것은 빨리 죽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일본군은 그에게서 혀를 깨물어 자결할 자유를 빼앗아버렸다. 입에 물려 있는 재갈 그 자체가 지긋지긋한 고통이었다. 그가 기절해 있는 사이에, 위아래 이빨 사이를 들어 올리고 나무 조각을 가로로 끼워 넣은 다음, 조각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수건으로 조여 뒤통수에 묶어놓은 것이었다.
모든 고통과 불만을 그는 “아, 으으” 하는 신음으로 호소해야 했다. 그렇지만 앓는 소리를 내어 동정을 구하고 싶지는 않았다. 앓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어금니로 재갈을 씹으며 안간힘을 썼다. 거듭된 안간힘과 절망과 분노로 말미암아 그의 얼굴은 암회색으로 변해 버렸다. 두 눈만이 야수의 눈처럼 퍼런 인광을 발하고 있었다.
아, 내가 그토록 이 땅에서 몰아내고 싶었던 일본군, 그들이 나를 이렇듯 고통스럽게 끌고 가고 있다. 전봉준은 절망과 치욕과 분노가 차오르자 턱과 목과 아구창이 뻣뻣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심호흡을 하면서 도리질을 했다. 지금 성급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나서 죽어야 한다. 우리는 왜 봉기했으며 우리의 주장과 꿈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가 다 한울님이고, 박해받거나 착취당하지 않고 평등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이 말을 해야 하고 일본군의 잔혹함을 폭로하기 위해 지금은 꿋꿋하게 살아 있어야 한다. 우선 마음을 비워야 한다. 편안함을 향한 집착을 풀어놓으면서,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차오르는 절망과 치욕과 분노부터 가라앉혔다. 몸의 모든 근육에서 힘을 뺐다. 신경을 하나씩 하나씩 껐다. 편안한 사유만 머리에 굴렸다.
- 한승원,『겨울잠, 봄꿈』
■ 중학교 논술 문제 해설
- 전주해성고 교사 양봉만
1. 출제 의도와 문제 유형
현재 중학교 3학년 도덕 교과서 네 번째 대단원의 제목은 “삶과 종교”이다. 이 단원의 첫 번째 중단원은 ‘인간의 고통에 대한 이해’를 중심 주제로 삼고 있다. 여기에는 고통의 정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의 차이, 고통의 여러 가지 의미 등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들이 담겨 있다. 본 논술 문제는 이처럼 중학교 교육 과정에 있는 ‘고통’을 주제로 출제되었다.
교과서(변순용 외,『도덕』중학교 3학년, 천재교육, 2013)는 고통이란 자신을 보호하게 하고, 자신과 주변 세계를 이해하게 하고, 인격을 성숙시키고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고통의 의미 분석을 통해 나와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올바를 태도란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본 논술 문제는 주어진 글을 독해하고 문제에 대한 답안을 문장으로 서술하는 과정에서 고통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2. 논제 분석
두 개의 문제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주어진 지문들의 논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 1】의 요구를 해결한 뒤에 이를 바탕으로【문제 2】에 대한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문제 1】를 잘 해결한다면【문제 2】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풀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문제 1】과 【문제 2】의 답안 개요를 동시에 작성하는 방법을 택하는 게 유리하다. 즉, 【문제 1】의 답안 개요를 작성한 뒤에 곧바로 원고지에 답안 작성을 하지 말고, 【문제 2】의 답안 개요를 작성하면서【문제 1】의 답안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게 좋다. 이럴 경우 논지 파악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고 일관성 있는 분석과 설명을 수행할 수 있다.
【문제 1】
‘고통’에 대한 (가), (나), (다) 내용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논술하시오.
이 문제는 각 지문의 중심 서술 대상에 대한 논지를 비교 분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교가 가능한 기준 또는 차원을 설정하고 비교하되 반드시 이의 근거를 서술해야 한다. 또한 여러 가지 어휘를 사용해서 고통에 대한 공통적인 관점이나 차이점을 분석할 수 있겠다. 이러한 진술들은 주어진 지문에 근거한 판단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야만 한다. 논지와 무관한 내용을 근거로 비교를 한다면 틀린 분석을 한 글이다.
【문제 2】
(가), (나), (다)의 내용을 바탕으로 (라)의 전봉준이 겪고 있는 ‘고통’을 설명하시오.
이 문제는 (가), (나), (다) 지문의 논지를 (라)의 내용에 적용해야 한다. 이때 (가), (나), (다)의 논지는 근거이고 이를 적용해서 설명한 내용은 주장이다. 이를 위해【문제 1】답안을 작성할 때 정리한 비교의 여러 기준 내지 차원을 근거로 전봉준이 겪고 있는 고통의 의미나 성격, 전봉준이 고통에 대해 취하고 있는 태도 등을 설명하면 된다. 이때 어떤 지문을 근거로 한 해석과 설명인지 밝혀야 한다.
3. 제시문 분석
네 개의 제시문 모두 원서의 논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출제 의도에 맞게 일부 내용의 순서를 바꾸거나 일부 문장을 삭제하고 고쳐 쓴 글이다. (가)는 김영진이 쓴『공이란 무엇인갱(그린비, 2009년)의 일부다. 불교에서 고통은 인간 삶의 실존 자체다. 이러한 고통의 원인은 인간 자신이 영원불멸하는 그 무엇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에 집착하는 데 있다. 따라서 고통을 제거하거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집착하지 않으면 된다. 집착이 없는 상태가 곧 고통이 없는 상태이고, 이를 열반이라고 한다. 열반을 위한 수행은 인간 삶을 고통으로 자각하는 데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고통은 인간으로 하여금 열반을 향한 수행의 출발점에 서 있도록 한다.
(나)는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영원회귀의 신화』라는 글의 일부다. 고대인들은 고통을 신의 의지에 따른 결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이해되지 않는 고통은 주술사나 사제를 통해서라도 신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이해하면서 고통의 당연성과 일상성을 정당화하려고 하였다. 결과적으로 고통의 강도는 견딜 수 있을 만큼 감소하게 된다. 결국 고통이란 고대인들에게 초월적인 존재를 인정하고 기억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것이다.
(다)는 리차드 라이더가 쓴『Painism』의 일부 내용이다. 『윤리문화의 서막 - 고(苦)와 통(痛)』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예정인 번역서의 내용을 발췌하고 출제 의도에 맞춰서 고쳐 쓴 글이다. 라이더는 인간의 모든 경험은 쾌락이 아니면 고통이라고 본다. 쾌락도 고통도 아닌 경험은 없다고 단언한다. 여기서 쾌락은 선이고 고통은 악이다. 따라서 도덕성을 추구하는 일은 쾌락을 증진하고 고통을 줄이는 과정이다. 라이더에게 고통에 대한 인식은 도덕적인 과업을 수행하는 출발점으로서 가치가 있다. 억압과 부정의, 불평등은 고통을 초래하는 것들로서 이것들을 없애거나 줄이는 일은 고통을 감소시키는 과정으로서 도덕적인 행위이다.
(라)는 한승원이 쓴 소설,『겨울잠, 봄꿈』(비채, 2013년)의 일부 내용을 옮긴 글이다. 이 소설은 전봉준이 순창 피로리에서 붙잡힌 뒤 서울까지 압송되어 참수당하기까지 119일의 여정을 극화하고 있다. 그는 체포 과정에서 다친 다리와 재갈에 물린 입, 그리고 포박 상태에 있기 때문에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 동시에 일본군에게 붙잡힌 자신의 처지에 대한 절망감과 압송 과정에서 일본군이 조선 백성들에게 저지르고 있는 만행에 대한 분노에 따른 엄청난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죽고 싶을 정도의 극단의 고통 속에서 전봉준은 죽지 않고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 그것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신념과 일본군의 만행을 세상 사람들에 알리는 일이다. 그리고 고통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이로써 그는 고통을 견뎌낼 만한 정도로 완화하고자 한다.
4. 예시 답안
【문제 1】
‘고통’에 대한 (가), (나), (다) 내용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논술하시오.(500∼600자)
<예시 답안 1>예시>
세 개의 지문 모두 고통을 가치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가)에서 고통은 집착에서 벗어나 열반을 얻기 위한 수행의 출발점, (나)에서는 절대적인 존재인 신에 대한 인식의 계기, (다)는 도덕과 부도덕을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점에서 고통을 인간 삶에 가치 있는 것으로 본다.(이것을 “세 개의 지문은 고통을 통해 삶을 성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통을 가치 있는 것으로 본다. 즉, (가)에서 고통은 수행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한다는 점, (나)에서 고통은 인간 자신을 초월적 존재나 신과의 관계를 상기시킨다는 점, (다)에서 고통을 인간으로 하여금 도덕적 가치를 추구하게 하는 계기로 본다는 점에서 고통을 가치 있는 것으로 본다.”라고 서술할 수 있다. 이처럼 세 지문 모두 고통을 무의미한 것으로서 쓸모없는 것으로 보지 않고 가치 있는 것으로 본다는 점에 주목하면 이것은 ‘공통젼이다. 그런데 ‘고통의 가치를 무엇으로 보고 있느냐’에 주목하면 앞의 밑줄 그은 부분은 ‘차이젼이 된다.) 그러나 ‘고통의 원인’을 기준으로 보면 차이가 있다. (가)는 고정되고 불변하는 것에 대한 집착을, (나)는 초월적인 존재나 신의 의지를, (다)는 도덕적으로 나쁜 것을 경험하는 것을 고통의 원인으로 본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고통 극복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보면, (가)와 (나), (다)는 다르다. (가)에 따르면, 수행을 통해 집착을 버리고 열반에 이르면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본 반면에 (나), (다)는 그럴 가능성을 부정하면서, 고통이란 견딜 수 있을 만큼 줄일 수는 있다고 본다. 즉, (나)는 주술사나 사제, 그리고 절대적 존재에게 의지함으로써(또는 ‘고통의 원인을 설명하고 정당화함으로써’), (다)는 자유, 평등, 정의와 같은 도덕적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괄호 안에 있는 글을 빼고 539자)
<예시 답안 2>예시>
세 개의 지문은 고통을 통해 삶을 성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통을 가치 있는 것으로 본다. 즉, (가)에서 고통은 수행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한다는 점, (나)에서 고통은 인간 자신을 초월적 존재나 신과의 관계를 상기시킨다는 점, (다)에서 고통을 인간으로 하여금 도덕적 가치를 추구하게 하는 계기로 본다는 점에서 고통을 가치 있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고통의 원인’을 기준으로 보면 차이가 있다. (가)는 고정되고 불변하는 것에 대한 집착을, (나)는 초월적인 존재나 신의 의지를, (다)는 도덕적으로 나쁜 것을 경험하는 것을 고통의 원인으로 본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고통 극복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보면, (가)와 (나), (다)는 다르다. (가)에 따르면, 수행을 통해 집착을 버리고 열반에 이르면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본 반면에 (나), (다)는 그럴 가능성을 부정하면서, 고통을 견딜 수 있을 만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즉, (나)는 주술사나 사제, 그리고 절대적 존재에게 의지함으로써, (다)는 고통을 견딘 후에 자신이 할 일을 생각함으로써 고통을 줄이고자 한다.(570자)
【문제 2】
(가), (나), (다)의 내용을 바탕으로 (라)의 전봉준이 겪고 있는 ‘고통’을 설명하시오.(500∼600자)
<예시 답안 1>예시>
(가), (나), (다)에 따르면 고통은 우리 삶에 일상적인 것이다. (가)에 따르면, 우리의 삶 자체가 고통임을 인식할 때에야 비로소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행을 할 수 있다. (나)에 따르면, 아무리 극심한 고통도 그 원인을 찾게 되면 고통은 견딜만한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다)는 우리가 도덕적 가치를 추구할 때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라)의 전봉준은 자신이 겪고 있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의 집착에서 벗어나기와 같은 방식으로 편안함에 대한 집착을 끊음으로써 극복하려고 한다. (나)의 관점을 적용하면, 전봉준은 고통의 원인이 발등과 정강이 뼈의 상처, 포박당한 자신의 처지에서 일본군의 만행을 지켜봐야만 하는 상태에 있음을 확인한다. 이를 통해 고통을 견딜만한 수준으로 줄이려고 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다)와 같이 도덕적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고통을 견뎌내려고 한다. 즉, 그는 살아남아서 세상 사람들에게 인간이 평등하다는 점을 말하고 일본군이 만행을 저지르고 있음을 폭로하려고 한다. 이러한 가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짐으로써 고통을 줄이려고 한다.(565자)
<예시 답안 2>예시>
(라)의 전봉준이 겪고 있는 고통은 신체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고통과 심리적인 차원에서 일어나는 수치스러움과 분노에 따른 고통이다. 이러한 고통은 (가), (나), (다) 모든 지문의 논지와 같이, 죽음으로써 벗어나야만 하는 가치 없는 것이 아니다. 그에게 고통은 살아서 세상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한다는 각성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전봉준은 고통의 원인을 (나)와 같이 초월적인 존재에서 찾지 않고, (가)와 (다)처럼 자신이 편안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집착과 일본인에 의해 가해진 결박 상태, 그들의 만행에 대한 심리적인 상태와 같은 현실적 조건에서 찾고 있다. 그래서 그는 (가)에서 제시한 집착에서 벗어나기를 통해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극복하려고 한다. 또한 그는 (다)와 같이 고통을 감소시키기 위한 조건, 즉 살아남아야 하는 목적을 설정하고 이를 추구함으로써 고통의 강도를 줄이고자 한다. 한편 그는 비록 고통의 원인을 초월적인 존재의 의지에서 찾고 있지 않지만, (나)와 같이 고통의 양상을 설명함으로써 고통을 견뎌내려고 한다. (557자)
5. 평가 때 유의할 점
【문제 1】
기준이나 차원을 설정하지 않은 채 차이점을 서술한 답안을 낮게 평가해야 한다. 가령, ‘(가)는 고통의 인식을 강조하였고, (나)는 고통의 원인을 찾아 설명하려고 했고, (다)는 고통을 인간 경험의 한 축으로 보았다.’라는 식으로 서술한 답안은 지문을 단순히 요약하는 데 그친 서술이므로 높은 점수를 주어서는 안 되겠다.
제한 분량을 미달한 답안도 서술 내용의 적절성, 정확도 등을 평가해야 한다. 왜냐하면 중언부언하면서 제한 분량을 채운 답안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 2】
(라)의 고통을 설명하는 논거가 제시문 (가), (나), (다)에 있는지, 이것의 출처를 명기했는지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 전봉준이 겪고 있는 고통을 단순히 요약한 답안, 장황하게 많은 수식어를 사용하여 고통을 묘사한 답안 등을 가려내야겠다. 더불어 제한 분량을 미달하거나 넘긴 답안도 그 내용의 적절성을 세심하게 평가해야겠다.
■ 중학교 논술 문제 심사평
- 양 봉 만 (전주해성고 윤리교사)
- 대상(전라북도교육감상) 이지현(우전중 3)
[문제1]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형태의 고통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육체적 형태이든 정신적 형태이든 말이다. 그 고통의 원인은 각자 다를지라도 우리는 모두 고통이 부정적인 것임을 알고 그것에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제시문들은 공통적으로 고통의 원인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고 있다. 제시문 (가)를 보자. 제시문 (가)에서 설명하는 불교에서의 고통은 무지에 의해 발생한 것이며, 고통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한다. 제시문 (나)에서는 고통의 원인을 아는 것이 고통을 견딜만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제시문 (다)에서도 고통의 원인을 인식하는 것이 도덕적 행위의 출발이라고 한다. 세 제시문 모두 고통의 원인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극복 방안은 각자 다르게 제시하고 있다. (가)에서는 모든 현상이 변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집착하는 것이 고통을 유발하므로 집착을 타파하는 것이 극복 방안이라고 한다. (나)에서는 원인을 인식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 재물로써 신께 의지하며 고통을 견디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다)는 도덕에서 의미하는 나쁜 것들이 고통을 유발한다고 하여 도덕을 행하며 선한 것을 추구하여 고통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세 제시문들의 고통 극복 방안에는 차이가 있다.
[문제2]
제시문 (라)에서 전봉준은 육체적 고통과 일본군들에게 느끼는 수치와 분노 같은 정신적 고통을 느낀다. 그의 고통은 세 제시문들로 설명될 수 있다. 제시문 (가)로 평가했을 때, 그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집착을 버리고 차분한 태도를 보이고 있음으로써 불교에서 말하는 불교 수행, 즉 열반에 도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마음을 비우며 집착을 버림으로 고통이 발생하지 않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고통을 (나)로 평가하자면, 그는 그의 고통의 원인을 인식하고 있고, 그것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으므로 그의 고통은 견딜만한 것이다. 제시문 (다)로 설명을 한다면, 현재 그가 처한 상황은 억압과 부정의로 둘러싸여 있으므로 도덕적으로 나쁜 것, 즉 그에게 고통을 주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그가 고통을 느끼는 이유는 단순한 육체적 고통이 아닌 부정의로운 사회와 그의 결백을 주장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억울함 때문이다. 그는 세상을 향해 억압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호소하며 모든 사람들의 평등을 실현함으로써 도덕을 행하여 도덕에서의 선을 행하여 자신의 고통을 감소시키려고 한다고 평가될 수 있다.
2. 출제의도와 평가기준
본 논술 문제는 중학교 3학년『도덕』교과서에 실려 있는‘고통’을 주제로 출제되었다. 논제 1번은 세 개의 지문에서 논의하고 있는 고통에 대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서술하되, 각각의 기준 또는 차원을 설정했는지 여부,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표현으로 각 지문의 어떤 내용을 근거로 삼았는지 여부와 그것의 적절성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다. 세 개 지문 모두 고통이 가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고통의 원인 또는 고통 극복 가능성을 기준으로 보면 논지의 차이가 있다. 논제 2번은 세 개 지문의 논지를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해서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 논제 1번 풀이 과정에서 제시문 분석이 옳다면 세 개 지문 모두를 활용해서 전봉준이 겪고 있는 고통의 의미나 성격, 그리고 전봉준의 고통에 대한 태도 등을 설명할 수 있다. 제시문 세 개 모두를 활용했는지 여부와 활용의 적절성과 타당성을 기준으로 평가하였다.
3. 대상작 평가
대상을 수상한 이지현 학생의 답안은 1, 2차 채점 합산 점수에서 두드러지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공통점은 ‘고통의 원인 인식의 중요성’을 기준으로, 차이점은 ‘고통 극복 방안’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왜 그러한지 제시문 각각의 내용을 서술함으로써 논증의 형태를 잘 갖춘 답안을 작성했다. 또한 논제 2번에서도 전봉준이 자신의 고통을 (가)의 집착에서 벗어나기, (나)의 고통의 원인 인식, (다)의 도덕적 가치 추구를 통해 해소하려 하거나 견딜만한 수준으로 감소시키려 한다는 점을 정확히 서술하였다.
물론, 공통점을‘고통의 가캄로 설정하고 ‘고통의 원인’은 차이점의 차원에서 서술했다면 더 나은 답안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고통에 대해 재물로써 신께 의지하여 고통을 견디고자 한다.’와 같은 부정확한 서술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간결하게 핵심만을 정확히 서술하는 글쓰기 능력은 크게 칭찬할 만하다.
■ 고등학교 논술 문제
(가)
만약 우리가 “우리의 본성을 타락시키거나 부정”하려 하지 않는다면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의 영역을 보존해야 한다. 우리는 절대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자유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전면적인 자기 포기는 자기 파멸이다.
그렇다면 그 최소한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인간적 본성을 침해당하지 않고서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것이 포함하는 기준들은 무엇인가? 이는 무한한 논쟁의 대상이었으며, 아마도 항상 그럴 것이다. 하지만 불간섭의 영역을 설정하는 원리가 어떤 것이든 간에, 그것이 자연법이든 자연권이든 간에, 효용이든 정언명령이든 간에, 사회계약론의 의무이든 또는 인간들이 자신의 신념들을 명료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찾고 있는 어떤 개념이든 간에, 이런 의미의 자유는 ‘∼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즉 변화하지만 언제나 인정될 수 있는 한계를 넘는 간섭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름에 부응하는 유일한 자유는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 나름의 선을 추구하는 것이다.”라고 가장 유명한 자유의 옹호자는 말했다.(중략) 자유의 옹호는 간섭을 피하는 “소극적인 목표”로 이루어지고 있다.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의 목표들을 선택할 수 없는 삶을 거부할 경우 그를 위협하는 것, 모든 문 중에서 단 하나의 문- 이 문이 참으로 고상한 전망을 보여준다 할지라도, 또는 이렇게 배려하는 사람들의 동기가 아무리 자비로운 것이라 할지라도 -만을 그에게 열어두는 것은 그가 한 사람의 인간이며, 자기 스스로 살아가야 할 삶을 지닌 존재라는 진실에 거스르는 죄악을 저지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에라스무스의 시대로부터 우리 시대에 이르기까지 자유주의자들이 인식해온 자유다.
- 이사아 벌린 <자유의 두 개념>자유의>
(나)
간섭의 부재에 초점을 두는 자유와 지배의 부재에 초점을 두는 자유는 서로 다르다. ‘간섭 없는 지배’와 ‘지배 없는 간섭’이 각각 가능하다는 사실은 양자의 차이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간섭 없는 지배를 잘 보여주는 예로 주인과 노예의 관계를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인은 노예에 대해 자의적으로 간섭할 수 있는 입장에 선다. 그러나 주인이 너그러운 사람이어서 노예에 대해 간섭하지 않을 수 있으며, 노예가 간사하거나 아
첨에 능한 사람이어서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면서 주인의 처벌을 피할 수도 있다. 그 경우 노예는 주인에게 지배되면서도 주인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유를 누린다.
지배 없는 간섭을 잘 보여주는 예로는 선거를 통해 뽑힌 시장과 유권자인 시민들의 관계를 들 수 있다. 시장은 시민들이 동의하는 사안과 관련하여 시민들을 간섭할 수 있다. 시장의 간섭에 대한 시민들의 동의는 강제나 선동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한 조건 하에서 시민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시장의 간섭을 받아들일 수 있고, 자신들이 동의한 사안에서 발생하는 불이익을 감수할 수 있다. 그 경우 시민들에 대한 시장의 간섭은 지배가 아니다. 시장은 자의적으로 시민들을 간섭할 수 없으며 시민들도 시장에게 무조건 복종할 필요가 없다.
결국 간섭 없는 자유와 지배 없는 자유는 서로 다른 이상(理想)이다. 간섭 없는 자유가 이상으로 설정될 경우 간섭을 받는 시민은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시장의 간섭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그 간섭은 간섭 없는 자유의 이상과 상충된다. 지배 없는 자유가 이상으로 설정될 경우 간섭 받지 않는 노예라 하더라도 그는 피지배 상태에 있으므로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것이 아니다. 홉스의 견해에 따르면 자유란 법의 간섭을 받지 않는 상태이며, 전제 군주정이건 민주 공화정이건 자유의 향유라는 면에서는 서로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그러한 견해는 지배 없는 간섭의 이상에 의거한다면 반박될 수 있다. 전제 군주정에서는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군주의 의지에 따라야 하는 노예일 뿐이다. 그 반면 민주 공화정에서는 아무리 지위가 낮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유로운 시민이다.
인간 사회에서 간섭은 늘 있기 마련이다. 자의적인 간섭은 지배와 예속의 상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배 없는 자유의 이상은 그러한 가능성을 축소시킬 것을 요구한다. 한편으로는 강자가 약자를 자의적으로 간섭할 수 없도록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약자가 강자의 자의적인 간섭에 저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 필립 페팃 <공화주의>공화주의>
(다)
‘당신이 원하는 바를 말할 수 있다. 여기는 자유국가다.’(중략) 이 표현이 시사하는 바는 , 당신을 자유롭게 하고 그 자유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것은 오직 ‘자유로운 사회’, 즉 자유로운 개인들의 사회가 당신이 원하는 행동을 금지하지 않으며 그런 행위 때문에 당신을 벌주지 않는다는 점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여기서 이 메시지는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끈다. 금지하지 않는다거나 벌주지 않는다는 것은, 원하는 대로 행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당신은 마음대로 이 나라를 떠날 자유가 있을지 모르지만 비행기표를 살 돈이 없을 수 있다. 당신은 당신이 선택한 영역에서 기술을 연마하고자 할 자유가 있지만, 당신이 공부하고자 하는 곳에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당신은 흥미를 끄는 직업을 갖고 일하고 싶겠지만, 그런 일거리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중략)
자유는 하나의 특권으로서 탄생했고 오랫동안 그렇게 남아 있었다. 자유는 어떤 것을 나누고 떼어놓는다. 자유는 최고의 것을 나머지 것들에서 분리한다. 자유는 그 매력을 차이에서 끌어온다.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는 높은가 낮은가, 좋은가 나쁜가, 탐나느냐 거슬리느냐 사이의 대비를 보여주며, 또 그런 대비를 근거 짓는다.
처음부터 그리고 그 뒤로도 계속 자유는 선명하게 구분되는 두 가지 사회적 조건의 공존을 나타냈다. 자유는 얻는다는 것, 자유롭게 된다는 것은 하나의 사회적 조건에서 다른 사회적 조건으로, 즉 열등한 조건에서 우월한 조건으로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가지 조건은 많은 점에서 달랐지만, 특히 그 대립의 한 면- 자유라는 성질로 포착되는- 이 나머지 면들에 비해 다르다는 것이 두드러진다. 그것은 타인의 의지에 의존하는 행위와 자기 자신의 의지에 의존하는 행위 사이의 차이다.
하나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적어도 둘이 있어야 한다. 자유는 사회적 관계를, 사회적 조건의 비대칭성을 나타낸다. 본질적으로 자유는 사회적 차이를 의미한다. 자유는 사회적 분할을 전제하며 내포한다.(중략)
이처럼 ‘우리의 타고난’ 자유로운 개인이 오히려 드문 종류의 인간이며 국지적인 현상이다. 그런 인간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아주 특수하게 연결된 환경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런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특수한 환경이 지속되어야 한다. 자유로운 개인은 인류의 보편적인 조건이기는커녕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창조물일 따름이다.
- 지그문트 바우만 <자유>자유>
(라)
인류는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에 그들이 주장하는 진리는 단지 반쪽의 진리에 불과하고, 반대 의견과의 충분하고 자유로운 비교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의견이 통일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진리의 모든 측면에 대한 인식을 현재보다 더 뛰어나게 할 때까지는 의견의 다양성은 악이 아니라 선이라는 원칙은 인간의 의견에 못지않게 그 행동 양식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인 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이 유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생활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있는 것도 유용하다.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성격에 자유로운 시각을 가지는 것도, 누구나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생활방식을 시도함으로써 다양한 생활양식의 가치가 실천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유용한 사실이다. 개인 자신의 성격이 아니라 타인이 세운 전통과 관습이 행동규범인 곳에서는, 인간 행복의 주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고 개인과 사회발전의 핵심적 요소이기도 한 것이 결여되어 있다.
- 밀 <자유론>자유론>
[마]
원시적 농업 시대에 곤충은 농부들에게 별로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곤충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농업이 본격화되고 대규모 농지에 대한 작물 재배를 선호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농사를 짓게 되면 특정 곤충 개체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단일 작물 경작은 자연의 기본적 원칙이라기보다는 기술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자연은 자연계에 다양성을 선사했지만 인간은 이를 단순화하는 데 열성을 보이고 있다. 특정 영역 내의 생물에 대해 자연이 행사하는 내재적 견제와 균형 체계를 흐트러뜨리려 애쓰는 것이다. 자연의 견제로 인해 각각의 생물들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넓이의 거주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일 작물을 경작할 경우에는 다른 작물 때문에 널리 퍼져나갈 수 없게 된 해충이 급증하게 된다.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침묵의>
※ 아래의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문제1]
자유에 대해 (가),(나),(다)를 비교하시오.(700∼800자)
[문제2]
[라]를 바탕으로 [마]의 현상을 설명하시오.(500∼600자)
◆ 답안 작성 시 유의 사항 ◆
○ 답안 작성 시간은 120분입니다.
○ 1번부터 2번까지 각각의 논제 번호를 쓰고 순서대로 답안을 쓰시오.
○ 연습지가 필요한 경우 문제지의 여백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 답안지의 학교명, 학번 및 성명을 반드시 써야 합니다.
○ 흑색필기구를 사용해야 합니다.(연필 사용 가능)
○ 답안은 원고지 작성법에 따라 써야합니다.
○ 주어진 답안 작성 분량을 지켜야 합니다.(띄어쓰기 포함)
○ 답안과 관계없는 인적 사항 관련 내용은 일절 작성·표기할 수 없습니다.
○ 답안은 반드시 문항 별 지정된 구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작성하셔야 합니다.
※ 지정된 구역을 벗어난 답안은 채점이 불가능함
■ 고등부 문제 해설
1. 출제의도
2013 전북 논술대회의 논제는 ‘자유’ 이다. 고등학교까지의 정규교육과정에서 자유는 정치, 윤리에 등장하는 딱딱한 이론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는 사회적 기본이념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자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단지 논술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삶에서 자신의 존재적 의미를 성찰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유의 정의나 가치에 대해 다양한 관점이 있는 것은 명백하다. 2013 전북 논술대회에서는 바로 이러한 자유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수험생 개개인의 생각을 바탕으로 자유의 의미를 이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자유의 의미는 ‘간섭이나 억압의 부재’로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이처럼 ‘금지의 부재’로서 ‘해도 된다’는 의미의 자유는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진리라고 할 수 없다. 즉 초역사적이고 보편적인 개념이 아니다. 근대국가의 등장과 더불어 나타난 역사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이다. 그것은 마치 개인이라는 개념이 보편적인 개념이 아니라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허구적인 개념인 것과 유사하다.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 근대적 자유개념을 추구하는 것이 최종적 이상은 아니다. 빈부격차와 차별, 인간의 원자화 등 수많은 문제점은 자유주의 국가 속에 내재하고 지속적인 문제였다. ‘간섭이나 억압의 부재’로서 자유 이외의 또 다른 자유 개념의 가능성 및 정당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 또한 자유의 본질은 다양성일 수 있다.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각자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상호 교류할 때만이 개인적으로 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제시된 문제에서는 첫째, 제시문 분석을 통해 자유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려고 했다. 즉 차원을 정해 각 제시문의 주장을 같거나 다르다고 판단하고 구체적으로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정확하게 서술할 수 있는가를 묻고자 했다. 또한 자유의 본질을 다양성으로 규정한 제시문을 바탕으로 다양성의 파괴가 가져올 인류의 재난을 경계하고자 했다.
2, 논제 분석
[문제1]
자유에 대해 [가],[나],[다]를 비교하시오.(750∼850자)
비교는 여러 대상 간의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설명하는 것인데 그 핵심은 차원설정능력에 있다. 즉 여러 대상을 포괄할 수 있는 차원(기준)을 바탕으로 대상의 성질을 같거나 다르게 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 공통 화제는 ‘자유’이므로 자유에 대해 설명한 각 제시문의 내용을 포괄할 수 있는 차원을 바탕으로 같거나 다르다고 판단하고 그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면 답안으로 충분하다. 우선 각 제시문에서 자유를 실현하는 요소를 찾아낼 수 있다. 즉 각 제시문은 자유를 실현하는 요소를 설명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자유를 실현하는 요소에서 공통적인 요소의 가치를 평가해 제시문을 비교할 수 있다. ‘간섭’이 이에 해당한다. 즉 자유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요소가 간섭인가, 간섭 이외에 다른 요소인가로 각 제시문을 비교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수험생에 따라 제시문을 바탕으로 한 다른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기준이 제시문과 관련되어 있으며 기준에 따른 판단과 근거가 제시문에 비추어 옳으면 답안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단지 기준에 상응하는 판단과 근거를 정합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따라서 기준을 정확하게 찾았다고 해도 판단과 근거가 제시문에 부합하지 않으면 좋은 답안이라고 볼 수 없다.
[문제2]
[라]를 바탕으로 [마]의 현상을 설명하시오.(500∼600자)
전제를 바탕으로 특정한 상황이 보여주고자 하는 의미를 추론하라는 문제이다. 어떤 상황이든 상황이 보여주려는 의미는 다양하다. 즉 같은 상황이라도 해석 주체의 관점이나 연관된 다른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를 보여줄 수 있다. 오직 의미는 맥락에서만 규정할 수 있다는 비트켄슈타인의 언어관이 가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답안작성과정은 설명대상과 관련된 전제의 내용을 서술하고 그 맥락에서 [마]의 현상(외연)이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지를 설명한다(내포). 즉 전제를 바탕으로 내포를 추론한다. 또한 추론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는가를 근거로써 제시한다. 그 과정을 부연하면 전제의 맥락을 설명대상에 적용하여 결론을 도출한다. 즉 전제에서 무엇이라고 했는데 같은 맥락에서 설명대상인 현상의 어떤 부분이 그것에 대응하는 지를 근거로 보여준다.
3.제시문 분석
1)제시문[가]
타고난 본성인 인간다움을 유지하려면 개인에게 최소한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즉 타자로부터 침해당하지 않는 절대적 영역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모든 개인은 상대를 위해 자신의 자유 중에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즉 절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타자를 위해 모든 개인적 자유를 포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신을 파멸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개인에게 보장해줘야 할 최소한의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로부터의 자유가 해당된다. 즉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서서 타자로부터 간섭받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자유란 자신의 방식으로 자기가 생각하는 선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 결국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소극적 목표지만 간섭을 피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유는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성취할 수 없는 삶의 방식을 거부할 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며 강제적으로 특정한 삶의 방식만을 강요받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2)제시문[나]
자유를 간섭의 부재나 지배의 부재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간섭 없는 지배나 지배 없는 간섭의 상황에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의 참된 의미는 지배 없는 자유이지 간섭 없는 자유라고 할 수 없다. 사회적 삶에서 개인 간의 간섭은 일상적이기 때문에 간섭의 유무가 자유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즉 타자의 간섭에 자발적으로 동의하고 그에 따라 불이익을 받는 것을 자유의 침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간섭이 없지만 피지배상태에 있을 경우에 자유를 누린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문제는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데도 타자가 간섭하는 상황은 지배와 예속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며 지배 없는 자유가 자유로서 가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자유를 실현하려면 강자가 약자를 자의적으로 간섭할 수 없으며 강자의 자의적인 간섭에 약자가 저항할 수 있는 사회제도가 필요하다.
3)제시문[다]
자신이 추구하는 행위에 대해 금지당하거나 처벌받지 않는 것만으로 자유로운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실제로 그 사회에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선택한 것들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역사적으로 자유는 사람들에게 특권으로 받아들여졌다. 즉 자유는 자신과 타자의 차이를 드러내며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정하는 기준이었다. 이렇게 보면 자유는 우리 삶에서 서로 다른 사회적 조건이 공존하고 있으며 자유롭게 된다는 것은 더 나은 조건으로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서로 다른 사회적 조건은 자기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상황과 타자의 의지에 종속되어 행동하는 상황이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자유는 상대적인 것이며 서로 다른 비대칭적 사회적 조건에 있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그 점을 전제할 때만이 의미가 있다. 따라서 선천적으로 자유로운 개인이 존재한다는 것은 허구적이거나 특수한 현상에 불과하다. 즉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창조물에 불과하다. 설사 진실이라고 해도 그런 인간이 생존하려면 특수한 환경이 있고 지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볼 때 그런 환경은 없었거나 있다 해도 지속하기 어렵다. 따라서 개인을 보편적으로 자유로운 존재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4)제시문[라]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경우에 우리들 각자의 의견이나 행동이 서로 다른 것은 옳고 유용하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로서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현재로서 한 개인은 완전하고 절대적인 진리를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 간에 토론하고 다양한 생활방식을 검증해서 옳은 방식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자가 만든 전통과 관습에만 의존해서 행동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없으며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없다.
5)제시문[마]
농업이 보편화되고 대규모 농지에 단일 작물을 재배하려면서부터 해충이 급증했다. 자연의 기본적 원칙은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경제적 효율성을 목적으로 단일재배방식을 선택함으로써 그 원칙을 파괴했다. 즉 자연이 각 생물에게 행사하는 견제와 균형을 통해 각 개체가 생존할 수 있는 개체의 터전을 파괴했고 결과적으로 해충이 급증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4. 예시답안
1)[문제1]
[가],[나],[다]는 자유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자유를 실현하는 요소에 있어 (가),(나),(다)는 다르다. (가)에 따르면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간섭을 타자로 부터 받지 않아야 한다. 즉 자신의 목표를 성취할 수 없는 삶의 방식을 거부할 경우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아야 하며 특정한 삶의 방식만을 강요받지 않아야 한다. (나)에 따르면 자발적인 동의가 없으면 타자로부터 간섭받지 않아야 한다. 즉 지배받지 않아야 한다. 또한 이처럼 지배 없는 상태를 보장해주는 사회제도가 있어야 한다. (다)에 따르면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려고 할 때 금지당하거나 처벌받지 않아야 한다. 즉 간섭받지 않아야 한다. 나아가 선택한 것들을 실제로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간섭의 가치에 대해 (가)와 (나), (다)의 평가가 다르다. (가)에서 간섭은 자유를 평가하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요소이다. 타자로부터 간섭이 없을수록 자유로우며 자유로운 사회이다. 하지만 (나),(다)에서 간섭은 절대적 요소라고 할 수 없다. (나)에 따르면 간섭 중에서 강제적 간섭인 지배가 자유의 기준이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간섭을 허용한 경우라면 간섭당해도 자유롭다. 간섭은 일상적인 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에서도 간섭은 없어야 하지만 실제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권력의 가치가 간섭 보다 크다. 자유란 자신이 속한 상황보다 더 나은 상황으로 상승한 것이며 타자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723자)
2)[문제2]
[라]에 따르면 타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경우에 각 개인의 의견이나 행위의 차이는 긍정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마]에 나타난 해충의 급증은 자연계의 개체적 다양성을 인간이 조작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연계에서 해충이 급증한 것은 경제적 효율을 추구하려고 대규모 토지에 대량으로 단일작물을 재배하였기 때문인데 [라]에 따르면 자연계의 다양성은 필연적이며 지켜져야 할 원칙이기 때문이다. [라]에서 인간은 세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근원적으로 불완전한 존재로 주관적으로 세계를 인식한다. 따라서 개인적 행복과 사회적 발전을 도모하려면 개인 간에 토론하고 각 자의 삶의 방식을 검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타자의 삶의 방식을 긍정해야 한다. 이처럼 [마]의 자연계의 개체도 자연의 원리인 견제와 균형 속에서 사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또한 그럴 때만이 자신의 삶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다양한 개체가 있어야 하며 상대와 더불어 살 수밖에 없다.
결국 경제적 효율성만으로 타자를 지배하고 조작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해충의 급증에서 보듯이 의도치 않은 불행을 겪을 수 있다. (572자)
*표에 나타난 내포의 의의는 [문제2]의 답안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다.(쓰지 않았다고 해서 답안을 평가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음) 단지 부차적으로 순위를 정하기 어려울 정도의 경합하는 답안을 평가할 때 비교 우위적 요소로만 고려됩니다.
■ 고등학교 논술 문제 심사평
- 박제원(전주 완산고 사회교사)
- 대상(전라북도교육감상) 김민제(기전여고 3)
[문제1]
제시문[가],[나],[다]는 자유의 본질에 대해 논한다. 세 제시문은 모두 공통적으로 자유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사회적 합의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라고 보는 점에서 같다. 그러나 자유의 본질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제시문[가],[나]와 [다]는 다르다. [가],[나]는 자유의 본질을 간섭받지 않는 상태로 본다. [가]는 인간이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자유는 어떠한 간섭이나 개입 없이 자신에 대한 일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자의적인 간섭은 지배 상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배 없는 자유의 이상에 따르면 간섭은 막아져야 하고 저항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에 [다]는 자유의 본질을 사회적 차이와 분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 자유를 얻는다는 것은 열등한 사회적 조건에서 우월한 사회적 조건으로 상승하는 것과 같은데, 이것은 서로 대비되는 사회적 조건들의 공존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또한 제시문[가],[다]는 자유의 천부성에 대한 점에서 다르다. [가]는 자유를 천부적인 것으로 본다. 자유는 인간이 인간의 본성을 존중받기 위해 반드시 소유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다]는 자유란 인류의 보편적 조건이 아니며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자유는 사회적 관계에서만 의미를 갖기 때문에 자유로운 개인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사회적 환경이 있어야 하며 따라서 자유는 역사적, 사회적인 창조물이라고 말한다.
[문제2]
제시문[라]는 인간은 절대적인 진리에 쉽게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의견의 다양성은 옹호된다고 말한다. 또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인 한 그러한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은 유용하기 때문에 인간의 생활 세계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시문[마]는 다양성의 유용함이 인간의 삶에서 뿐만 아니라 자연계에서까지 도 적용됨을 보여준다. [라]는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자의 개인이 갖는 개성은 존중되어야 하며, 이것이 인간의 행복과 개인과 사회발전에 핵심적 요소라고 말한다. [마]는 다양한 작물을 길러 다양한 곤충들이 적당한 개체수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시적 농업 시대와 달리, 대규모 농지에 단일작물을 경작하면서 다른 작물로 인해 퍼져나기지 못했던 특정 곤충의 개체수가 폭증해 작물에 피해가 간 사례를 보여준다. 인위적 행위가 가해지기 전 자연 그대로에서는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다양성을 훼손당한 후 문제점이 나타났다는 것은 자연계에서도 다양성의 보존이 유용한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즉 [마]는 [라]에서 말하는 각각의 인간의 개성을 존중해 사회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사실이 자연에서도 종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 그 종을 포함한 자연 전체에 다 좋다는 사실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 출제의도와 평가기준
2013 전북 논술대회의 주제는 ‘자유’ 로 다양한 관점에서 자유를 이해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했다.
[문제1]은 자유에 대해 세 지문을 비교하라는 문제이다. 서로 다른 대상을 비교할 때 그 핵심은 각 지문을 아우르는 차원(범주)을 추론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서술하는 것이다. 따라서 비교문제의 핵심은 ‘차원설정능력’에 있으며 이를 고려치 않고 단순히 공통점과 차이점을 서술하는 것은 각 지문을 요약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와 같은 답안은 정확하게 지문을 분석했어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문제2]는 전제를 바탕으로 설명대상의 의미를 추론하라는 유형이다. 타당한 추론이 되려면 그 결과가 전제와의 관련성이 커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용한 것이 ‘유비추론’으로 유비의 정도가 강함을 보여줌으로써 함의를 끌어낸 답안일수록 좋은 평가를 받았다.
3. 대상작 평가
대상을 수상한 김민제 학생의 답안은 미흡한 점이 있지만 교수 5인, 교사 5인인 10명의 평가자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문제1]의 답안에서 자유의 절대성, 자유의 본질, 자유의 천부성이라는 차원을 제시했고 그에 대한 판단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자유의 절대성에 대해 판단근거를 들지 않은 점과 자유의 천부성에 대해 지문[나]를 아우르지 못한 것은 감점요소였다. [문제2]에서 [마]의 해충의 급습이 보여주는‘함의’와 함축의 근거로써 [라]의 내용과 [마]의 내용의 유사성을 견주어 [라]의 논지를 [마]의 현상에 적용하려 시도한 것은 바람직했다. 아쉬운 점은 근거를 설명할 때에 같은 의미를 반복적으로 사용함에 따라 표현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시간제약 탓으로 여겨지며 추후에 분발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대상 수상에 심심한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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