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출신 김진배 전 국회의원 '두 얼굴의 헌법' 출간 / 탄생과 파행 '수난의 헌정사' 폐암 이겨내며 재조명
김진배 前 의원(79)에겐 감사할 일과 난감한 일이 각각 하나씩 있었다. 올해로 폐암 발병 3년 차. 수술로 왼쪽 폐 4㎝를 잘라냈다. 의사도 놀랄 만큼 쾌유를 보인 그가 눈을 돌린 것은 다시 글쓰기. 전북일보와 경향신문·동아일보 등을 거치며 22년 간 기자와 11·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왕년의 김진배를 알아본 관훈클럽은 팔순을 앞둔 그에게 저술 지원을 허락했다. 출간된 '두 얼굴의 헌법'(폴리티쿠스)의 앞뒤 사연들이다.
"폐암 수술 뒤 부안 월명암에 내려갔어요. 스님이 주는 밥 먹고 새·바람 소리 들으며 몇 달을 지냈더니 몸무게가 7㎏ 빠진 거예요. 그런데 체력이 떨어지기는커녕 몸 상태가 정말 좋아졌어요. 그제야 무릎을 쳤죠. 내가 너무 바쁘게만 살았구나 하고."
그러나 밥만 '따복따복' 받아먹는 여유로운 환자 생활도 몸에 맞지 않았는지 글쓰기로 돌아왔다. 그가 펴낸 '두 얼굴의 헌법'는 1948년 제헌의회에서 헌법의 탄생, 친일 청산, 국회 프락치 사건, 경제 민주화, 영토 문제 등 제헌의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사안과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이 정권의 이익을 위해 발췌 개헌을 시도한 사건까지 헌법의 형성·왜곡 과정을 기록한 생생한 증언이다.
1960~1970년대 현장에서 뛰었던 기자 경험을 토대로 제헌국회를 드나들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취재와 고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헌법은 대통령·재벌 등을 위한 법이 아닌 사회적 약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전제 아래 2011~2012년 용산 참사가 벌어진 남일당 건물,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는 대한문 앞 천막, 해군기지 찬반논란이 한창인 제주 강정마을까지 직접 돌아본 그는 "정부가 경찰이나 건설업자를 동원해 군사작전 하듯 진압하고 농성하는 이들에게 혐의를 적용시켜 체포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일갈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승만 前 대통령에 관한 그의 평가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건국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이 전 대통령은 엉뚱한 법으로 헌법을 똥 친 막대기로 만들어버린 대표적 헌법유린세력."헌법 없이 일제 강점기의 경찰 법령이나 미군 법령을 그대로 쓴 것도 창피한 일인데 스스로 헌법을 만들고 정부를 세운 뒤에도 내란이나 외환사범, 간첩 등 중대한 국사범과 전시에 군인에게만 적용하는 법을 적용하여 헌법을 무력화시킨 것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외출을 삼갈 작정이지만, 글만은 치열하게 쓸 계획이다. 450장 분량의 책을 집필한 그는 속편인 '김진배의 헌법 이야기'를 곧 착수한다. 차기작이 헌법사의 새로운 역사적 사건이 될지 심리적 평안일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남들의 평가와 상관없이 그는 이 작업을 즐길 것이라는 것. 작가의 쾌유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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