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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호 전북대교수 시평론집 '몽상과 유랑의 시학'

시인의 작품 더 빛나도록 추임새를 넣다

그 자신 시인이기도 한 양병호 교수(전북대 국문과)가 바라보는 시인과 시는 어떤 존재일까.

 

"일상에 붙박힌 몸을 벗어나 자유로운 정신의 여행을 유유자적 떠난다. 무덤덤하게 규격화 되어가는 세상, 물기를 휘발하며 딱딱해져가는 존재에 죽비를 내리치며, 우주를 유랑한다. 불가사의를 몽상한다"

 

경쟁 효율 속도의 깃발을 나부끼며 이정표 없는 목적지를 향해 내달리도록 강요하는 세상에서 시인들은 표표히 몽상의 유랑을 떠나는 시범을 보이며 세상과 존재를 불 밝히려고 고군분투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가 '캄캄하고 불가해한 세상에서 점등인의 소임을 다하는 시인들의 작품이 더욱 환하게 빛나도록 추임새를 넣는' 시 평론집을 냈다. '몽상과 유랑의 시학'(인간과 문학사).

 

전북 출신 시인을 중심으로 8명의 시인에 대한 시평과 테마별 시론, 시인의 발자취를 더듬는 기행 등을 담고 있다.

 

첫 머리에 올린 고하 최승범 시인의 시를 두고 '아리잠직한(온화화고 솔직한) 줏대의 시학'으로 정리했으며, 남원 출신의 김대곤 시인을 '냉혹한 현실에서 평화로운 과거를 몽상하는 낭만주의'로 평했다. 익산 출신으로, 현재 경기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중인 박영우 시인에 대해서는 '환멸의 일상을 응시하는 프리랜서'로 그렸으며, 군산대 교수인 최만산 시인의 시에서는 '자아를 응시하는 맑고도 슬픈 고백'을 읽는다. 장수 출신의 한선자 시인의 시에서'사랑 찾아 유랑하는 보헤미안의 열정'을 찾았으며, 순창 출신의 신민수 시인에 대해서는 '유년과 고향을 어슬렁거리는 추억 여행가'로 들여다보았다.

 

박명자 시인의'억새로 만든 집', 최만산 시인의 '새싹', 서정우 시인의 '양말을 신는다', 김형오 시인의 '내팬지 다릿목' 등의 시를 들어 '촉촉한 자연을 그리워하는 건조한 문명인의 초상'을 떠올렸다. 그는 또 "의미 전달 중심의 메시지가 예술의 품격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일상의 전복과 창조적인 담금질을 거쳐야 한다"며, 송시월 시인의 '아침 비비비', 유병근 시인의 '초경', 김기덕 시인의 '얼음날개', 김미옥 시인의 '브라자를 노래함' 등의 시를 그 예로 제시했다.

 

같은 맥락에서 '상투적인 일상에 감염된 우리의 의식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 시가 지닌 사명감'이라고 본 저자는 일상을 전복하고, 전도된 일상을 형상화하는 게 시인의 숙제라고 했다. 그 점에서 김지향 시인의 '기차를 타고'는 '일상을 거부하는 비범한 의식과 표현이 우리의 각질화된 상상력을 물렁물렁하게 연성화 시켜주는 작품'으로, 김성연 시인의 '개화기'는 '봄철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상화된 목련을 자신이 그리워하는 대상으로 낯설게 바라봄으로써 시적 형상화에 성공한 작품'으로 평했다.

또 '정화를 꿈꾸는 욕망들''기억과 추억이라는 이름의 환상열차''미궁의 세계를 밝히는 존재의 등불''삶의 그림자와 죽음의 빛에 관한 사색들''인생, 그 쓸쓸한 여정에 대하여''죽음 혹은 사랑에 대한 고민 혹은 초월' 등을 주제로 삼은 작품들을 평자 나름의 시각으로 분석 정리했다.

 

이병기 시인의 '청매', 신석정 시인의 '작은 짐승', 서정주 시인의 '신부'시를 '전북의 명시 산책'으로 소개했으며, 만해 한용운·목월 박영종·공초 오상순 시인의 발자취를 평론집에서 만날 수 있다.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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