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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정국 냉 기류

▲ 전북향토문화연구소 부회장·객원논설위원
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이미 법정시한을 넘긴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가 이루어 지는 등 정국이 일단 안정세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정치권의 냉기류가 말끔히 가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가정보원 개혁 특위의 가동과 함께 또 한 차례 전운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종교계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의 강론을 종북으로 몰아간 여권의 공격에 가톨릭 사제단을 비롯하여 개신교와 불교계, 원불교계까지 가세해 박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정권 퇴진 운동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여야 대치정국 국민들 실망감 가중

 

이 정부들어 이처럼 정국이 불안정하게 꼬여 가는 것은 권력기관의 핵심이 된 국가정보원이 국정 전반에 나서며 공안 정국을 조성하면서부터 비롯된 게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의 선거 관련 불법 행위를 수사하도록 주도하여 정권과 불편한 관계였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혼외 아들 뒷조사에 발목이 잡혀 도중 하차했고 총장 못지않게 철저한 수사를 다짐했던 특별수사팀의 윤석렬 부장검사도 하극상(?)으로 찍혀 밀려났다. 서울지검 국정감사장에서 검사장과 부장검사 간의 민낯 대결은 국민들의 가슴에 허탈감과 검찰에 대한 실망감만 가중시켰을 뿐이다.

 

이뿐인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계열 교학사 교과서가 검정에서 통과되는가 하면 난데없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재평가 작업에다가 새마을운동의 재등장 등으로 보수화의 조짐이 두드러지고 있기도 하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쟁점으로 서울시청 광장에 천막당사까지 차려놓고 대정부 강경 투쟁을 전개했지만 박 대통령은 정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야당의 요구에 강경 대응했다. 이러니 대치 정국이 풀릴 수 있을 것이며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덕목이 작동할 틈도 보이지 않았다. 애시당초 정국 경색의 단초가 된 국정원 댓글 사건은 박 대통령으로서는 전 정부에서 있었던 일로 치부하고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사과를 표명하는 것으로 충분히 마무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코 야권의 공세에 밀릴 수 없다는 강박 관념에서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다가 사태를 키운 것이라는게 정가의 분석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청와대는 아직도 지지율이 60% 선을 유지하고 있어서 안심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요즘 시국을 그렇게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닌 듯하다. 한 때 요란스러웠다가 사그라든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뒷조사 논란은 가족부 열람자들이 청와대 민정라인과 연결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섣불리 행정관 개인의 일탈행위로 덮고 가려다가 더 큰 혹덩어리를 떼어내야 할 곤경에 처해 있지 않은가. 거기다가 박창신 신부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 수사는 아직 주체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검찰의 설명이고보면 착수 여부도 불분명한 상태다. 신부의 강론 한 대목을 두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단호한 대처 운운’했으니 과연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준비된 행복 대통령' 모습 보여주길

 

나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선거에서 승리한 다음날 ‘48%쪽의 좌절감’을 벗어나 ‘준비된 행복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성공한 지도자가 되기를 기원했었다. 그런데 그런 희망이 불과 일년만에 좌절되지 않을까 아쉬운 심정이다. 그렇다고 나는 결코 실망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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