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고창경찰서 감방 체험담, 1947년 경찰 전문잡지에 발표
계간 문예교양지 ‘연인’ 겨울호(통권 20호)에 실린 ‘1944년경(頃)의 이야기’는 미당이 1947년 경찰 전문잡지인 ‘민주경찰’(民主警察) 9월호에 발표한 글이다.
이 수필이 발표된 것은 해방 후이지만 이 글은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광복 이전인 1944년에 경험한 이야기다. 고향의 친구인 고등계 형사인 윤길이와 일본인 형사에게 체포돼 고향인 고창경찰서 감방에서 지낸 체험담을 쓴 산문이다.
“나의 죄라는 것은 벌써 7년 전인가 8년 전에 전문학생시절(專門學生時節)에 그들과 놀면서 ‘이런 말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었소. (중략) 내가 있던 곳은 삼감방(三監房)이었는데 여기에 오랫동안 나와 같이 있었던 사람들은 두 명의 절도와 한사람의 영아 살해범(殺害犯)과 또 한 사람의 살인미수(殺人未遂) 혐의(嫌疑)의 노인(老人)이었소. 이밖에도 징용도피자(徵用逃避者)와 도박(賭博)꾼과 작은 절도 횡령(橫領) 등 때 따라 많은 출입(出入)이 있었으나 그들은 나와 깊이 사귈 기회(機會)가 없었음은 물론(勿論)이오.”
미당이 학창 시절 젊은 혈기로 친구들과 이야기한 것이 빌미가 돼 체포됐다는 것이다.
이 수필에는 미당이 그 감방에서 한 달 동안 “공포(恐怖)와 초조(焦燥)와 하수도(下水道) 속에 내리 떨어진 것 같은 불쾌감(不快感) 속에서 나날이 말라 들어가고 때로 붓고 가슴을 쥐어뜯고 살았던” 이야기들, 감방 속 사람들과의 단편적인 일화를 담고 있다.
오랫동안 묻혀 있던 미당의 수필은 서지학자인 김종욱 씨가 국립중앙도서관에서자료를 수집하다가 발견했다.
그는 “‘민주경찰’은 해방 직후에 나온 최초의 경찰 전문잡지로, 이런 잡지에 미당이 글을 실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면서 “미당이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을 기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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