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간호사·환경미화·식당보조 등 직군 다양 / 업무 적응력 높이기 위해 맞춤 상담 지도 실시
지난 1990년에 제정된 ‘장애인 고용 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시행될 때 만해도 0.43%에 불과하던 장애인 고용률은 2012년 2.35%로 높아졌다. 그러나 장애인 고용률은 여전히 비장애인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본적 인권 보장과 사회적 책임의 공동 실현, 고용의 평등 추구 등을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는 장애인 고용은 기업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 않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법에 따라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은 정원의 3%, 민간 기업은 2.5%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완주군 소양면에 위치한 전라북도마음사랑병원(인산의료재단)은 2014년도 1월 17일 기준 장애인 고용률이 13.4%에 달한다.
지난 2010년 2.30%였던 전라북도마음사랑병원의 장애인 고용률은 2011년 3.51%, 2012년 10.70%, 2013년 13.01%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은 전년도에 비해 3배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 1994년 8월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개원한 전라북도마음사랑병원은 급성기 발병부터 퇴원 후 사회 복귀까지 통합 치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증상별로 급성기전문클리닉과 만성기센터, 재활센터, 알코올, 노인병동을 구분해 운영한다.
우리나라의 중증장애인 취업률이 경증장애인에 비해 2배 이상 낮고 고용률도 감소 추세에 있지만, 전라북도마음사랑병원은 현재 8명의 중증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장애인 직원의 종사 직종은 약사와 간호사, 간병사, 환경미화, 세탁직, 식당보조로 직군이 다양하다. 지난 2011년부터는 환경미화와 세탁직, 식당보조를 대상으로 구분 모집을 진행해 장애인에게 입사의 기회를 더욱 확대했다.
환경미화와 세탁직, 식당보조 업무를 대상으로 초기 3개월씩 업무를 순환해 본인의 적성에 맞는 배치를 유도하고 있다.
또 중증장애인 직원이 병원에 원만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장애인 고용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해 3주 동안의 현장 적응 훈련을 진행한다. 지난 2012년에 5명의 중증장애인 직원이 장애인 고용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부적응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채 고용으로 이어졌다.
장애인 직원의 입사만큼 중요한 것이 지속적인 고용 유지다. 전라북도마음사랑병원은 아웃소싱(outsourcing) 등을 통한 간접 고용이 아닌 직접적인 정규직 무기 계약을 진행해 차별 없이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장애인 직원이 많아진 만큼 편의 시설 및 근로자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병원의 본관과 중요 출입문에 경사로와 승강기가 설치돼 있다. 지난 2012년 병원 구조변경 시 턱없는 자동문을 설치해 장애인 직원들이 편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했다. 또 장애인 보조 공학기를 지원받아 업무의 불편함을 없애고 있다.
특히 장애인 직원의 병원 생활과 업무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작업지도원 3명과 사회복지사 6명을 배정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한 달에 12시간씩 중증장애인 직원의 증상에 따른 맞춤형 상담 지도를 병행하고 병원의 규율과 조직 문화, 업무, 기타 고충 상담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4월 17일에는 장애인 고용 촉진 유공자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전라북도마음사랑병원 김성의 이사장은 “일반인들도 후퇴와 전진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장애인들도 취업이라는 사회 경험을 통해 전진한다고 믿는다”면서 “장애인 직원들은 입원해 있는 환자들에게 훌륭한 롤모델(role model)이자 멘토(mentor)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정부 지원금 활용을 통해 충분히 고용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많은 사업주들이 알길 바란다”면서 “특히 구인난을 겪고 있는 영세 업체의 경우 장애인 고용이 하나의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환경미화 담당 정신장애 3급 한명식씨 "'할 수 있다'자신감 많이 생겼죠"
“(취업을 통해) ‘나도 무언가를 원한다면 스스로 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지난 2012년 1월 9일 완주군 소양면에 위치한 전라북도마음사랑병원에 취업한 한명식씨(54)는 대회의실과 소회의실 등 1층 환경미화를 맡고 있다. 한씨는 정신장애 3급으로 이곳에 취업하기 전에는 사회복귀시설인 아름다운세상에서 열쇠 만드는 작업을 했다.
당시 다른 사람들은 평균 5~10만원의 수입을 얻었지만, 한씨는 모두가 쉴 때도 열심히 일해 남들의 3배에 달하는 30만원을 벌 수 있었다고 한다.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면서 차차 자신감이 생기던 차, 시설 원장님의 소개로 전라북도마음사랑병원의 문을 두드렸다. 취업 전 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하던 한씨는 현재 독립해 단독생활을 하고 있다.
취업 전에는 의기소침한 부분이 많았지만 취업을 하면서 표정이 밝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정신적, 심리적, 육체적으로 많은 안정을 찾으면서 일이 생활의 활력이 되고 있다.
한씨는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에 대해 “무언가가 되고자하는 것보다 지금처럼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교감하면서 똑같은 생활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씨는 “취업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고 있고 돈도 벌면서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면서 “가끔 두통이나 어지럼증으로 일하는데 힘들 때가 있지만 제 입장을 잘 아는 직원들과 담당 사회복지사들이 끊임없는 격려와 관심을 보여줘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저를 환자로 보지 않고 평범한 사람으로 인식해줄 뿐만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속적으로 불어 넣어준다”면서 “지금 이렇게 치료를 받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데 큰 행복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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