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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미래속의 태권도원-⑤에필로그] 진정한 '태권도 성지' 되려면 대승적 자세 필요

운영비 마련에 집착 말고 국내외 알리는 홍보 강화 / 국기원·세계태권도연맹 관련기관 모두 이전해야

▲ 무주 태권도원의 T1 경기장. 세계 유일 최대규모의 태권도 경기장이다.

“지라도가 다 해 먹는다”

 

미국 태권도계에서 들을 수 있는 속된 표현이다.

 

‘지라도’란 지도관과 전라도의 합성어다. 따라서 지라도가 다 해먹는다는 말은 전라도의 지도관이 미국에서 큰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6월 콜로라드스프링스에서 열린 태권도한마당 대회에서도 한글로 ‘지도관’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은 검은 얼굴, 흰 얼굴의 태권도인들이 적잖게 눈에 띄었다.

 

사실 지도관은 엘리트 출신의 전상섭에 의해 ‘조선연무관’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전상섭의 동생 전일섭 관장에 의해 전주를 중심으로 전북에서 꽃을 피웠다. 전북의 태권도는 일찍부터 대타(對打)를 중시해 태권도의 경기화를 선도했으며, 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전국체전 금메달을 거의 휩쓸었다.

 

이처럼 전북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태권도의 종주도이다. 국내외적으로 그 흔적이 뚜렷하다. 따라서 도내에 태권도원이 들어선 것도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그러나 올해 문을 연 태권도원은 유치열풍에 휩싸였던 10년 전의 조감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역발전을 견인할 큰 그림을 기대했지만, 별다른 관광매력성도 없고 관심도 끌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립 운영에 대한 미래 전망이 회의적이다. 그러다보니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 LG나 삼성 등의 연수원처럼 운영하려는 것이냐는 등의 말들이 나오고 있다. 태권도원을 널리 알리고 홍보하는데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운영비 마련에 급급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제한된 방문객을 대상으로 우선 입장료부터 챙기거나, 대상을 가리지 않고 단체로 숙박 손님을 챙기려는 듯한 모습 등이 그 것이다.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이상철 관장은 “세계의 태권도인들을 향해 왜 태권도원에 와봐야 하는지 이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운영주체는 우선 당장의 필요에 급급하고 있다”며 “세계인들을 초청하려면 세계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나라의 정서와 문화도 알아야 한다. 여러 나라의 사범들에게서 좋은 아이디어를 받아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 태권도 박물관 내부 모습.

태권도 관련 기관들의 대승적인 자세와 희생도 필요하다.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은 원활한 업무처리와 세계화 지향 등을 핑계로 태권도원으로 이전을 꺼린 채 국기원의 연수기능만 이전할 태세다.

 

미국대학태권도연맹 회장을 지낸 박용진씨(전 아이오와주립대 교수)는 “세계태권도연맹을 태권도원 밖에 두는 것은 먼 훗날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 사람이 회장을 맡고 있으니까 그럴 일 없겠지만, 유럽이나 미국 사람이 회장이 돼서 원활한 업무처리를 이유로 유럽이나 미국으로 사무실을 옮기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태권도의 성지인 태권도원에 사무실이 있어야만 이를 막을 수 있다”며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 대한태권도협회 모두 무주 태권도원에 들어가야 한다. 이들 기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오면 호텔도 짓게 되고, 지역사회에서 먹고 자게 된다. 그렇게 돼야 태권도원이 살 수 있다. 태권도 종주국은 한국이다. 성지를 만들었으면 거기 들어가서 일을 하고 해야만 올바르게 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석대 태권도학과 최상진 교수도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 세계태권도연맹 등 관련 기관이 이전해야 한다는데 적극 동조했다. 그는 또 “(현재로서는) 태권도원에 한 번 더 올만한 필요성을 못 느낀다. 태권도학과가 있는 도내 대학들과 연계하고,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생활체육으로서 태권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체육의 발전없이 엘리트 체육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강동원 사범은 프로태권도 경기화에 관심이 매우 높다. "태권도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프로태권도가 생겨나야 한다"는 그는 “태권도원에 와서 보니 태권도경기장 등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 장애인들도 제약없이 태권도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태권도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도 제한과 차별없이 태권도를 배우고 익힐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2011년 국가브랜드 10대 과제로 태권도의 명품화를 내걸었고, 올 들어서는 아리랑, 한글과 함께 태권도를 한류문화 확산을 위한 3대 문화브랜드로 선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말로만 태권도를 팔고 있을 뿐 실제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게 많은 태권도인들의 불만이다. 〈끝〉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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