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홈플러스나 이마트 등이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에서 정한 ‘대형마트’가 아니기 때문에 조례가 위법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유통법에서 대형마트는 “점원의 도움 없이 소매하는 점포인데, 점원들이 구매 편의를 위해 도움을 제공하기 때문에” 대형마트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엔 대형마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상식을 뒤집는 무책임함이 원망스럽다.
‘정책’은 고정되어있지 않고 움직인다. 부동산 정책이 변했고 금융정책이 변화했다. 이러한 정책변동의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특성에 따라 특정한 영향력을 미친다. 특히 사법부의 판단이 결정적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았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새만금 정책, 세종시 정책 등 많은 정책변화에 사법부의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와 같은 정책변동은 갈등과 대립 속에서 전개되는 치열하고 건강한 사회적 논의가 중요한 과정이 되었다. 유통산업정책도 논쟁과 갈등 속에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에 기초해서 현재의 유통법으로 개정되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사법부의 권위로 건강한 사회적 논의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사회적 합의 과정을 무시했다. 월권이다. 물론, 이번 판결이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을 당장 중단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이번 재판의 대상이 되었던 조례는 지난 2012년 1월 개정한 구 유통법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유통법은 2013년 1월에 다시 개정돼 ‘공휴일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등을 법률에 직접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대형마트는 한 달에 두 번 일요일 의무휴업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의 영업제한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이번 판결 때문에 파생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재벌유통업체들은 개정된 유통법의 내용을 후퇴시키려고 위헌소송을 비롯한 다양한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그러한 시도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동안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생존권을 위해 애써왔던 많은 정책행위자들의 심기일전이 필요하다.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지는 모든 중소상인, 함께 먹고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시민들, 사회단체 그리고 공직자들 모두가 정책행위자이다. 서로에 대한 격려와 연대를 통해 재벌이 아닌 중소상인들도 부자가 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더 만들고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핵심적 정책행위자인 정치인이다. ‘상생’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기꺼이 열정과 시간과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던, 정치인들의 주눅 들지 않는 실천 행동과 진정성이 절실하다. 우리는 이런 정치인을 정책 혁신가(policy entrepreneurs)라고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을 위해 대한민국 헌법을 다시 한 번 언급해 본다. “제119조 2항,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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