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 비리가 또 드러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8일 각종 비리를 저지른 협회 임원과 감독·코치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수사 결과 한 자치단체의 실업팀 코치는 훈련비와 대회 출전비를 허위로 청구한 뒤 남은 돈을 횡령했다. 그는 공무원과 짜고 우수선수 영입비용 명목으로 자치단체와 체육회로부터 수천만원을 챙겼다. 또 경기장 운영자와 체육용품 공급업자와 결탁, 대관료와 물품대금을 부풀려 청구하고 차액을 가로챘다. 관련 공무원도 나눠 먹었다.
경기단체 비리도 적발됐다. 한 지역의 경기단체 전무이사는 체육회가 지급하는 억대의 ‘우수선수 관리지원금’을 삼켰다. 조직폭력배 출신인 그는 선수들에게 전국체전 참가비 수령 명목으로 통장과 도장을 받아 돈을 빼돌리는 수법을 썼다.
해외 전지훈련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가대표 출신 두 지도자는 훈련비를 부풀려 횡령했다. 해외에서 가짜 리조트 숙박 영수증과 공란으로 된 현지 식당 영수증을 활용했다. 중앙의 한 경기협회 간부는 경기장 설치비를 과다 책정해 협회에 수천만원의 손해를 입혔고 기업후원금 일부를 떼어 성과금 명목으로 자신의 뒷주머니를 채웠다.
경찰이 발표한 이들 범죄 유형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전국은 물론 한 때 도내 체육계에도 관행처럼 이어져 오던 전형적인 ‘돈 빼먹기’ 수법들이다. 그런 연유로 ‘또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꼴’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경찰 수사에 앞서 지난 2013년 청와대는 한 태권도 선수의 아버지가 심판 편파 판정에 항의해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 4대악 척결’을 지시했다. 담당 부처 문체부는 작년 2월 스포츠 4대악으로 ‘조직 사유화’, ‘승부조작·편파판정’, ‘(성)폭력’, ‘입시비리’를 꼽고 10개월간 신고센터를 운영했다. 그해 5월 검·경합동수사반도 출범시켰다.
그 결과 쉬쉬했던 체육계의 비리가 작년 12월 28일 민낯을 드러냈다. 종목별로 태권도가 27건으로 최고였고 축구(25건)와 야구(24건)가 뒤를 이었다. 유형별로는 ‘조직사유화’가 113건, 횡령 등 기타 104건, 승부조작과 편파판정 32건, 폭력·성폭력 15건, 입시비리 5건 순이었다. 체육계의 자정 선언이 뒤따랐다.
하지만 작년 충격의 여파가 채 6개월도 가시기 전에 체육계 비리가 또 적발됐다는 사실은 그만큼 부패의 뿌리가 깊다는 의미다. 전북도 예외가 아니다. 도내에서도 지난해 한 동계종목에서 부정선수가 발각돼 파문이 일었다. 전북도체육회의 지원금을 받은 국내 공공기관 실업팀 감독이 수사가 시작되자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 5년 전에는 도내 실업팀에 대한 대대적 수사로 경기단체 전무가 쇠고랑을 찼다.
사실 체육계 비리는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후폭풍으로 이어진다. 비리를 저지른 지도자와 관계자 때문에 정직한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고 ‘청운의 꿈’을 접기도 한다. 불법을 저지른 학교나 연맹, 협회는 선수 선발에 제한을 받거나 보조금이 삭감돼 죄 없는 선수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떠안는다.
지난해 스포츠 4대악 수사에 이어 이번 체육계 비리를 보노라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물론 가게를 지키랬더니 생선을 훔쳐 먹는 고양이들 때문에 체육계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여전히 고양이는 존재하고 이 시간에도 생선을 삼키는 고양이가 있다. 전국적인 현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전북체육계의 태도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주인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체육부장·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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