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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만 나온 스테이크 주문

▲ 연합뉴스

권투 역사상 ‘세기의 대결’로 주목받았던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와 ‘8체급 석권의 전설’ 매니 파퀴아오(37·필리핀)의 경기가 지난 3일 졸전 속에 메이웨더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이번 대결은 숱한 기록과 화제를 뿌렸다. 먼저 역대 최고 대전료. 메이웨더는 1611억원, 파퀴아오는 1074억원을 받았다. 둘이 번 돈을 초로 계산하면 1초당 1억2430만원이다. 입장권은 좌석별로 각각 165만원, 275만원, 385만원, 550만원, 825만원, 1100만원. 이중 실제 일반에 판매한 입장권은 165만원 짜리로 경기장 맨 위층 꼭대기고 그나마 겨우 1000장이다. 암표는 최고 2억7000만원까지 팔렸다는 후문이다. 프로모터는 방송중계권료와 입장권 수익 등 4300억원을 챙겼다.

 

경기는 미국 전체 시청자가 3300만명에 이르렀고 파퀴아오의 조국 필리핀의 모든 국민이 응원할 정도로 뜨거웠다. 우리나라도 SBS 중계 시청률이 무려 12.3%에 달할 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경기는 투지도 전율도 감동도 없었다. 메이웨더와 파퀴아오는 이기려는 시합이 아니라 지지 않으려는 권투를 했다. 가장 비싸면서 가장 재미없는 경기가 끝나자 승자에게 돌아온 건 야유였다. 오죽하면 권투와 경쟁관계에 있는 UFC(이종격투기) 소유주 로렌조 퍼티타 회장이 “오늘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경기는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샐러드만 나온 격”이라고 꼬집었을까.

 

사실 두 사람은 불세출의 복서다. 복싱 집안에서 태어난 메이웨더는 뛰어난 테크닉의 아웃복서로 어깨로 상대의 펀치를 무력화시키며 전광석화의 주먹으로 KO와 판정승을 이끌어낸다. 19년간 무패. 1승만 더 올리면 로키 마르시아노가 세운 불멸의 49전승 기록에 닿는다. 반면 겸손하지 못하다. 카메라를 향해 돈다발을 뿌리고 인종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또 철저히 돈 중심이다. 그의 호칭은 ‘Money’이며 팀 이름 또한 TMT(The Money Team)다.

 

파퀴아오는 가난한 길거리 소년 출신으로 열여섯에 링에 오른 필리핀 국민영웅이다. 무수한 진기록을 세우며 복싱역사 최초로 8체급 석권의 금자탑을 쌓았다. 속사포와 같은 펀치와 발놀림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전형적 인파이터다. 특히 기부와 겸손은 그의 상징이다. 2013년 물난리 때 대전료 191억원 전액을 내놨다. 현재 하원의원인 그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모든 국민이 일손을 놓는다.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를 지켜본 기자의 머릿속에 지난 1976년 세계의 복식 영웅 무하마드 알리와 일본 프로레슬링 1인자 이노키가 벌인 ‘세기의 대결’이 떠올랐다. 당시 이노키는 링 바닥에 누워서 경기를 치렀고 결과는 무승부였다. 화가 난 알리는 “누워서 돈을 버는 사람은 창녀와 이노키 뿐이다”고 독설을 날렸다. 도긴개긴이었다.

 

아울러 종합격투기의 인기에 밀려 변방에 자리한 권투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밀려왔다. 사양길에 접어든 권투가 이번 ‘세기의 대결’을 계기로 재기할 수 있으리라는 실낱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6일 외신은 전한다. ‘세기의 대결’ 속편이 성사될 분위기라고. 외신은 메이웨더가 한 방송 기자에게 ‘파퀴아오가 건강한 몸 상태가 되면 다시 맞붙고 싶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도 곁들였다.

 

복싱의 부활을 알리기는커녕 도리어 복싱의 몰락을 부추긴 두 사람의 재대결 가능성. ‘샐러드’만 나오는 ‘스테이크’를 도대체 누가 주문하는가. 체육부장·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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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중 yak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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