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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보다 무서운 '신종 전염병 3종세트'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환자가 확진된 지 오늘로써 꼭 4주가 흘렀지만 대한민국 전체가 전염병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전대미문의 메르스 사태로 사회 전 분야가 충격과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가운데 국민의 심신을 강건하게 하는 체육 분야 또한 그 파문이 적지 않다. 전북을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여러 체육행사와 대회가 연기되거나 취소됐고 국격을 평가받는 국제대회인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마저 비상 상황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특히 상대적으로 소수가 참여하는 엘리트 체육의 중단도 문제지만 대다수 국민이 동네 운동장 등에서 즐기며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생활체육까지 올 스톱된 상황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회복불능의 피해를 낳고 있다.이번 메르스 파문을 접한 국민들은 작년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며 메르스가 세월호와 다를 바가 없다는 표정이다.실제 정부는 메르스 초기에 근거도 없는 낙관적 태도로 재앙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메르스를 제2의 세월호 사건으로 빗대는 이유다. 특히 국내 최고의 병원임을 자부하는 삼성서울병원이 오히려 전염병을 키우고 있는 과정을 보면 국민들을 하여금 도대체 누구를 믿고 병을 치료해야 하는 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더구나 원내 감염과 뒷북 정보공개를 추궁하는 국회에서 반성과 사죄는커녕 국가가 뚫렸다고 되받아치는 대목은 재벌들이 평소 가진 국가와 국민에 대한 오만방자함의 민낯 그 자체다.여기에다 메르스 사태의 본질과 대책을 따지는 척 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의원 등 특정 정치인과 정파에 대한 막말과 비난으로 정부와 삼성병원의 근본적 문제점을 물타기하는 일부 종합편성채널 출연진들의 발언은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다.그럼에도 우리는 매우 유사해 보이는 메르스와 세월호 사건의 차이점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세월호가 국민들에게 충격과 슬픔, 그리고 분노를 가져다 줬다면 메르스는 국민을 불안과 분노가 결합된 공포의 상태로 지속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예컨대 세월호가 외견상 한 시점의 사건이었다면 메르스는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면서 미래의 재앙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메르스는 온 국민을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세월호에 태운 채 항해하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간과해서는 안 될 세월호와 메르스의 다른 점은 또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보노라면 세월호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이 1년이 지났는데도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세월호의 경우 사건 직전까지 쌓였던 각종 적폐가 304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결과를 빚었다는 변명과 핑계가 가능했지만 메르스는 그런 게 통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정부는 세월호가 제공한 사회안전망 재건이라는 계기와 시간을 허비함으로써 메르스 확산을 자초했기 때문에 입이 열 개라고 할 말이 없는 것이다.메르스 사태에서 국민들은 유능해질 수(도) 있는 기회를 놓친 무능 정부가 무능을 반복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병이 낫지 않고 반복되면 불치병이라고 부른다. 무능도 반복되면 더 이상 무능이 아니라 불능이다. 이 정부의 반복된 무능을 두고 식물 정부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그런 맥락에서 이제 국민들은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을 맞이하게 됐다. 바로 이미 창궐이 시작된 반복되는 정부의 무능, 재벌들의 오만함, 일부 종편의 혹세무민이라는 신종 전염병 3종 세트다. 이들 전염병의 백신은 국민 스스로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부와 일류병원, 언론이 국민의 안위를 챙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국민이 그들의 병을 치료해줘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황당하고 두렵다.곪지 않으면 낫지도 않는다는 의료계 격언을 그나마 한 가닥 위안으로 삼아본다.체육부장편집국 부국장

  • 스포츠일반
  • 김성중
  • 2015.06.18 23:02

'순수 청년' 한교원을 위한 변명

전북현대의 한교원 선수가 지난 23일 전주 홈경기에서 상대방을 때려 퇴장된 사건으로 축구계가 시끄럽다.사실 스포츠 경기, 특히 네트가 없는 종목에서 선수끼리 육체적 충돌이 생기는 일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경기를 하면서 몸과 몸이 서로 부딪치며 승부에 대한 과도한 집념이 평정심을 잃게 하고 심지어 흥분 상태로 몰아넣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양반처럼 점잖게 경기를 하면 투지가 없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게 스포츠의 속성이니 어쩌면 반칙 없는 스포츠는 앙꼬 없는 찐빵과 다름 아니다. 더구나 어느 경기보다 격렬하게 몸싸움을 하는 축구에서 선수끼리 신체적 충돌이 없다면 참 싱거운 운동이 될 것이다.축구계의 대표적인 폭행 사례는 핵 이빨과 박치기 사건이다.핵 이빨 사건의 주인공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루과이 국가대표로 출전한 수아레스. 그는 경기 도중 이탈리아의 조리지오 키엘리니의 어깨를 이빨로 물어뜯어 퇴장됐다. 또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이 자신의 머리로 독일의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을 받고 레드카드를 받고 경기장을 떠난 게 박치기 사건이다. 경기 뒤 지단은 마데라치가 경기 중 자신의 누이를 욕보였다고 주장했다.국내 K리그에서는 1998년 상대 선수의 얼굴을 밟아 퇴장당한 수원의 데니스가 6개월 출장정지와 벌금 300만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또 지난 달 포항의 모리츠가 전북현대 최보경의 얼굴과 머리를 때려 4경기 출장 정지와 400만원의 제재금 징계를 받았다.이어 전북의 한교원 선수가 엊그제 전주경기에서 인천의 박대한 선수의 어깨와 얼굴을 가격, 보복폭행으로 퇴장이 선언됐다. 한교원의 퇴장은 모두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왜냐면 평소 한교원은 매너가 좋고 성격이 차분한 순수한 청년선수라는 평가를 들어왔기 때문이다. 다른 선수는 몰라도 한교원이 그랬다는 사실이 도대체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그럼에도 전북현대는 구단 최고액인 2000만원의 벌금과 80시간의 사회봉사,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 베이징 궈안과 원정경기 출전 정지라는 최고의 자체 징계를 내렸다. 이와 별도로 한교원은 28일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의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베이징에서 만난 전북 최강희 감독은 한교원의 행위가 국가대표로서의 실력 발휘 욕심과 팀 내 에닝요와의 주전경쟁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의 표출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어 최 감독은 사건 당일 훈련에서 한교원이 평소와 달리 들뜬 상태였다고 덧붙이면서 이번 사건은 한교원을 잘 다독이지 못한 감독의 잘못이다고 말했다.그러나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면 뭔가 아구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당시 경기 동영상에는 퇴장 행위 직전, 같이 달리던 박대한 선수의 손이 한교원의 얼굴을 치는 장면이 확인된다. 박대한은 닿았다지만 한교원은 맞았다다. 이에 한교원은 박대한의 뒤를 따라가 어깨를 때리고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과연 이게 사건의 시작과 끝인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박대한이 한교원을 계속 괴롭혔었다는 말은 왜 흘러나오는 것일까.어쨌든 한교원은 퇴장 직후 벤치로 돌아와 눈물을 쏟아내며 크게 뉘우쳤다. 이어 한교원은 자기변명 없이 어떤 처벌도 감수하고 모두에게 용서를 빈다는 순도 100%의 사과문을 냈다.오늘 열리는 프로축구연맹 상벌위는 한교원의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징계의 의미는 처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벌을 통해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게 진정한 징계다.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최강희 감독은 말했다. 선수는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되풀이해서는 안되며 그 것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해져야 한다고.반성과 실의의 기나긴 밤을 보내고 있을 한교원이 지혜롭게 성장통을 극복해 보다 원숙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서는 날을 빨리 보고싶다.

  • 축구
  • 김성중
  • 2015.05.28 23:02

체육계의 '생선 가게 고양이'

스포츠계 비리가 또 드러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8일 각종 비리를 저지른 협회 임원과 감독코치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수사 결과 한 자치단체의 실업팀 코치는 훈련비와 대회 출전비를 허위로 청구한 뒤 남은 돈을 횡령했다. 그는 공무원과 짜고 우수선수 영입비용 명목으로 자치단체와 체육회로부터 수천만원을 챙겼다. 또 경기장 운영자와 체육용품 공급업자와 결탁, 대관료와 물품대금을 부풀려 청구하고 차액을 가로챘다. 관련 공무원도 나눠 먹었다.경기단체 비리도 적발됐다. 한 지역의 경기단체 전무이사는 체육회가 지급하는 억대의 우수선수 관리지원금을 삼켰다. 조직폭력배 출신인 그는 선수들에게 전국체전 참가비 수령 명목으로 통장과 도장을 받아 돈을 빼돌리는 수법을 썼다.해외 전지훈련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가대표 출신 두 지도자는 훈련비를 부풀려 횡령했다. 해외에서 가짜 리조트 숙박 영수증과 공란으로 된 현지 식당 영수증을 활용했다. 중앙의 한 경기협회 간부는 경기장 설치비를 과다 책정해 협회에 수천만원의 손해를 입혔고 기업후원금 일부를 떼어 성과금 명목으로 자신의 뒷주머니를 채웠다.경찰이 발표한 이들 범죄 유형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전국은 물론 한 때 도내 체육계에도 관행처럼 이어져 오던 전형적인 돈 빼먹기 수법들이다. 그런 연유로 또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꼴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이번 경찰 수사에 앞서 지난 2013년 청와대는 한 태권도 선수의 아버지가 심판 편파 판정에 항의해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 4대악 척결을 지시했다. 담당 부처 문체부는 작년 2월 스포츠 4대악으로 조직 사유화, 승부조작편파판정, (성)폭력, 입시비리를 꼽고 10개월간 신고센터를 운영했다. 그해 5월 검경합동수사반도 출범시켰다.그 결과 쉬쉬했던 체육계의 비리가 작년 12월 28일 민낯을 드러냈다. 종목별로 태권도가 27건으로 최고였고 축구(25건)와 야구(24건)가 뒤를 이었다. 유형별로는 조직사유화가 113건, 횡령 등 기타 104건, 승부조작과 편파판정 32건, 폭력성폭력 15건, 입시비리 5건 순이었다. 체육계의 자정 선언이 뒤따랐다.하지만 작년 충격의 여파가 채 6개월도 가시기 전에 체육계 비리가 또 적발됐다는 사실은 그만큼 부패의 뿌리가 깊다는 의미다. 전북도 예외가 아니다. 도내에서도 지난해 한 동계종목에서 부정선수가 발각돼 파문이 일었다. 전북도체육회의 지원금을 받은 국내 공공기관 실업팀 감독이 수사가 시작되자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 5년 전에는 도내 실업팀에 대한 대대적 수사로 경기단체 전무가 쇠고랑을 찼다.사실 체육계 비리는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후폭풍으로 이어진다. 비리를 저지른 지도자와 관계자 때문에 정직한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고 청운의 꿈을 접기도 한다. 불법을 저지른 학교나 연맹, 협회는 선수 선발에 제한을 받거나 보조금이 삭감돼 죄 없는 선수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떠안는다.지난해 스포츠 4대악 수사에 이어 이번 체육계 비리를 보노라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물론 가게를 지키랬더니 생선을 훔쳐 먹는 고양이들 때문에 체육계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여전히 고양이는 존재하고 이 시간에도 생선을 삼키는 고양이가 있다. 전국적인 현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전북체육계의 태도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주인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체육부장편집국 부국장

  • 스포츠일반
  • 김성중
  • 2015.05.21 23:02

샐러드만 나온 스테이크 주문

권투 역사상 세기의 대결로 주목받았던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와 8체급 석권의 전설 매니 파퀴아오(37필리핀)의 경기가 지난 3일 졸전 속에 메이웨더의 판정승으로 끝났다.이번 대결은 숱한 기록과 화제를 뿌렸다. 먼저 역대 최고 대전료. 메이웨더는 1611억원, 파퀴아오는 1074억원을 받았다. 둘이 번 돈을 초로 계산하면 1초당 1억2430만원이다. 입장권은 좌석별로 각각 165만원, 275만원, 385만원, 550만원, 825만원, 1100만원. 이중 실제 일반에 판매한 입장권은 165만원 짜리로 경기장 맨 위층 꼭대기고 그나마 겨우 1000장이다. 암표는 최고 2억7000만원까지 팔렸다는 후문이다. 프로모터는 방송중계권료와 입장권 수익 등 4300억원을 챙겼다.경기는 미국 전체 시청자가 3300만명에 이르렀고 파퀴아오의 조국 필리핀의 모든 국민이 응원할 정도로 뜨거웠다. 우리나라도 SBS 중계 시청률이 무려 12.3%에 달할 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경기는 투지도 전율도 감동도 없었다. 메이웨더와 파퀴아오는 이기려는 시합이 아니라 지지 않으려는 권투를 했다. 가장 비싸면서 가장 재미없는 경기가 끝나자 승자에게 돌아온 건 야유였다. 오죽하면 권투와 경쟁관계에 있는 UFC(이종격투기) 소유주 로렌조 퍼티타 회장이 오늘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경기는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샐러드만 나온 격이라고 꼬집었을까.사실 두 사람은 불세출의 복서다. 복싱 집안에서 태어난 메이웨더는 뛰어난 테크닉의 아웃복서로 어깨로 상대의 펀치를 무력화시키며 전광석화의 주먹으로 KO와 판정승을 이끌어낸다. 19년간 무패. 1승만 더 올리면 로키 마르시아노가 세운 불멸의 49전승 기록에 닿는다. 반면 겸손하지 못하다. 카메라를 향해 돈다발을 뿌리고 인종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또 철저히 돈 중심이다. 그의 호칭은 Money이며 팀 이름 또한 TMT(The Money Team)다.파퀴아오는 가난한 길거리 소년 출신으로 열여섯에 링에 오른 필리핀 국민영웅이다. 무수한 진기록을 세우며 복싱역사 최초로 8체급 석권의 금자탑을 쌓았다. 속사포와 같은 펀치와 발놀림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전형적 인파이터다. 특히 기부와 겸손은 그의 상징이다. 2013년 물난리 때 대전료 191억원 전액을 내놨다. 현재 하원의원인 그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모든 국민이 일손을 놓는다.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를 지켜본 기자의 머릿속에 지난 1976년 세계의 복식 영웅 무하마드 알리와 일본 프로레슬링 1인자 이노키가 벌인 세기의 대결이 떠올랐다. 당시 이노키는 링 바닥에 누워서 경기를 치렀고 결과는 무승부였다. 화가 난 알리는 누워서 돈을 버는 사람은 창녀와 이노키 뿐이다고 독설을 날렸다. 도긴개긴이었다.아울러 종합격투기의 인기에 밀려 변방에 자리한 권투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밀려왔다. 사양길에 접어든 권투가 이번 세기의 대결을 계기로 재기할 수 있으리라는 실낱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6일 외신은 전한다. 세기의 대결 속편이 성사될 분위기라고. 외신은 메이웨더가 한 방송 기자에게 파퀴아오가 건강한 몸 상태가 되면 다시 맞붙고 싶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도 곁들였다.복싱의 부활을 알리기는커녕 도리어 복싱의 몰락을 부추긴 두 사람의 재대결 가능성. 샐러드만 나오는 스테이크를 도대체 누가 주문하는가. 체육부장편집국 부국장

  • 스포츠일반
  • 김성중
  • 2015.05.07 23:02

스포츠 징크스, 대통령 징크스

국내 프로축구 최강을 자랑하는 전북현대가 지난 22일 아시안컵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일본 가시와 레이솔과의 원정경기에서 졌다. 그 것도 3골을 먼저 내주면서 패했다. K리그 22경기 무패 신기록을 세운 전북의 자존심이 구겨졌다. 이로써 전북과 가시와 전적은 1무5패가 됐다. 이름하여 전북의 가시와 징크스다. 가시와전 여파인지 전북은 곧바로 26일 전남과의 경기도 놓쳤다. 단순한 1패가 아니라 K리그 23경기 무패 신기록 달성에 실패한 것. 전북의 22경기 무패는 작년 9월 6일부터 쌓아왔던 기록이다. 묘하게도 전북이 신기록 시작 직전 패한 팀은 전남이다. 징크스의 서막이랄까. 그 날 2골을 넣으며 전북에 수모를 안긴 전남의 이창민은 우리는 중요한 순간에 전북을 이긴다고 말했다. 전북에게 전남 징크스가 생긴 것이다.스포츠 세계에는 징크스가 즐비하다. 그 중 축구 징크스가 유달리 많다. 그만큼 인기가 높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축구계 징크스가 펠레의 저주다. 이는 펠레의 월드컵 승부 예상이 번번이 빗나간 데서 연유한다. 한국 국가대표팀도 역대 월드컵에서 흰색 상하 유니폼을 입으면 승리하지 못한다는 화이트 징크스가 있다. 선수들의 징크스도 유별나다. 안정환은 경기 전 머리를 감지 않고 손톱도 자르지 않는다. 이영표는 게임을 앞두고 축구화 끈을 두 번 이상 만지지 않는다. 레알 마드리드 호날두는 미리 단골미용실에서 머리손질을 한다. 베컴은 진열대와 냉장고의 물건들을 좌우로 정렬하고 물품의 숫자는 짝수로 맞춘다. 첼시의 존 테리는 경기 전 탈의실에서 항상 같은 소변기만 쓴다.징크스(Jinx)는 재수 없고 불길한 현상에 대한 인과(因果) 관계적 믿음이자 미신이다. 내가 세차하면 꼭 비가 오더라는 머피의 법칙과도 유사하다. 징크스는 두 가지 유래가 있다. 하나는 그리스에서 마법을 부릴 때 이용했던 뱀처럼 긴 혀를 가진 훙측한 개미잡이 새의 이름 jynx가 변형되어 jinx가 됐다는 설이다. 다른 유래 하나는 1968년에 나온 유명한 노래 기병대장 징크스(Captain Jinks of Horse Marines)다. 기병대장 징크스가 나팔소리 때문에 병이 나고 말에 오르다 모자가 떨어지는 등 불길한 일들이 계속 생긴다는 가사에서 비롯됐다는 설이다.최근 성완종 파문을 계기로 등장한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징크스가 입길에 오르내린다. 정리하면 이렇다. 2013년 5월 미국 방문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사건. 한 달 뒤 중국 방문을 앞두고 남재준 국정원장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파동. 같은 해 9월 러시아 순방 때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체포. 이어 10월 APEC 참석 시 기초연금 공약 파기. 2014년 4월 중동순방 전 세월호 침몰. 6월 중앙아시아 순방 시절 문창극 총리 후보자 친일 발언 논란. 10월 유럽 순방 중 김무성 대표 개헌발언 파문. 올 3월 중동 순방 때 마크 리퍼트 주미대사 흉기 피습. 4월 성완종 자살 리스트로 이완구 총리 사퇴.사실 징크스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보다는 대부분 우연에서 비롯된다. 또 징크스가 반복되면 더 이상 징크스라 할 수 없다. 어떤 팀이 특정 팀에 계속 지면 그건 징크스가 아니라 그저 실력이 모자랄 뿐이라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징크스는 자신의 실수나 실패에 대한 도피 수단이자 책임을 남 탓으로 미루는 자기합리화다.문제는 스포츠 세계의 징크스는 재미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지만 대통령의 해외순방 징크스는 국가와 국민을 참 힘들게 한다는 사실이다. 징크스의 운명은 깨지는 데 있다. 하루빨리 대통령 해외순방 징크스가 깨졌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체육부장편집국 부국장

  • 스포츠일반
  • 김성중
  • 2015.04.30 23:02

최강희, 김성근 그리고 '늙은 말'

올해 들어 국내 프로 스포츠가 보기 드문 기록과 각종 화제로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그 중 가장 뜨거운 뉴스의 주인공은 K리그 역사를 새로 쓴 전북현대 축구단. 전북은 지난 18일 22경기 연속 무패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국내 프로 축구 17년 만에 작성된 대기록이다. 팬들의 관심사는 이제 1강으로 꼽히는 전북이 자신들의 기록을 얼마나 더 갈아치울 것인지로 모아진다. 이 때문에 전북이 무패 우승 이라는 전인미답의 목표를 세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패배를 모르는 전북현대의 질주는 낙후와 꼴찌의 열패감에 시달리는 전북도민들에게 크나 큰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으로 다가온다.전북이 작년 챔피언에 이어 올해도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명장 최강희(56) 감독의 용병술을 빼놓을 수 없다. 봉동 이장이라는 귀에 익은 별명을 지닌 최 감독은 대기록 달성 배경을 노장 선수에게서 찾는다. 최 감독은 무패 신기록 비결을 묻는 질문에 밖에서 볼 때 전북이 단지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지지 않는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내 생각엔 든든한 노장이 많기에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베테랑 선수들이 무패 행진의 원동력이라는 뜻이다. 최 감독은 전북이 최소한 지지 않는 까닭은 이동국(36세) 같은 노장들이 큰 산으로 버티고 있어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북 선수단 평균 연령은 27.1세로 가장 높다. K리그 클래식 전체 평균은 25.7세다.전북 노장들의 진면목은 대기록 달성의 고비에서 빛났다. 기존 신기록 21경기 연속 무패에 도전하던 지난 15일 부산과의 원정 경기. 전북은 후반에 선제골을 내주며 큰 고비를 맞았다. 최 감독은 곧 바로 이동국과 레오나르도(29세)를 투입했고 두 선수는 릴레이 골로 2-1 역전승을 일궜다. 최 감독은 나이가 많은 선수가 한 발짝이라고 더 뛸 때 팀이 진짜 강해지더라고 술회했다.이번에는 프로야구. 만년 바닥 팀 한화의 지휘봉을 잡은 야신(야구의 신) 김성근(73) 감독. 시즌 초반이지만 올 초 내건 취임 공약 승률 5할을 달성하자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김 감독은 자신의 저서에서 조직이 위기일수록 버틸 힘은 베테랑에서 나온다고 노장의 역할을 명토 박았다. 이어 그는 진정한 베테랑의 역할은 고비 때 빛을 발한다. 베테랑이 1년 내내 모든 경기에서 활약해 주길 기대하면 안된다. 1년에 승부처는 30게임 정도인데 그 고비를 넘겨내는 힘이 바로 베테랑의 경험에서 나온다. 단 한 경기라도 팀을 위해 중요한 순간에서 해준다면 1년 치 연봉 값을 해내는 것이다. 그런 경험은 돈으로도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최 감독과 김 감독은 업계에서 나이 든 축에 속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경륜과 지혜의 가치를 꿰뚫는 안목이 그야말로 닮은꼴이다. 이른바 노마지지(老馬之智:늙은 말의 지혜). 한비자의 설립편에 제나라 환공이 참모 관중을 데리고 고죽국을 정벌한 뒤 귀국하다 산중에서 길을 잃는 대목이 나온다. 진퇴양난. 모두가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을 때 관중이 늙은 말은 거의 본능적으로 길을 찾는다고 아뢴다. 환공은 늙은 말을 앞세우고 나이든 병사를 뒤따르게 해 마침내 길을 찾는다.관중의 총명과 지혜는 늙은 말을 스승삼은 덕분이다. 관중은 그 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이들은 어리석게도 성현이나 원로의 지혜를 배우려 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 가르침을 업수이 여긴다면 이건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한비자가 단 주석이다.늙은 말의 지혜는 2600여년이 흐른 오늘에까지 봉동 이장과 야신의 통찰력과 맞닿아 있다.체육부장편집국 부국장

  • 스포츠일반
  • 김성중
  • 2015.04.23 23:02

세월호… 조던 스피스의 겸손, 경청

다시 세월호다. 정확히 1년 전 4월 16일. 단원고 수학여행단 등 탑승객 476명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했다. 여린 꽃잎들은 차디찬 맹골수도 밑바닥에 던져졌다. 그대로 있어라는 선내방송은 있었지만 이들을 구해줄 국가는 없었다. 잔인한 4월의 봄날 유족과 국민들은 충격과 비통으로 피울음을 토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바다 밑에 갇힌 아이들은 안전이라는 화두를 바다 위로 밀어 올렸다. 최고통치권자는 국가개조를 선언했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로 나누어진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1년이 흘렀다. 하지만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미국의 21살 조던 스피스가 지난 13일 끝난 마스터스 골프에서 우승했다. 미국인은 물론 세계인들의 감동이 물결치고 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가 던지는 삶의 울림이 너무 강해서다. 스피스에게는 자폐증을 앓는 7살 아래 여동생 엘리가 있다. 스피스는 운동을 하면서도 엘리가 다니는 특수학교에 자원봉사를 할 정도로 동생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끔찍하다. 그의 모든 목표도 엘리를 위한 것이란다.스피스는 이렇게 말했다. 엘리의 오빠이기 때문에 겸손하게 살 수 있었다. 자폐 어린이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당연시 하는 일상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 그 나이에 그런 깨달음을 얻었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의 감사한 마음가짐과 겸손한 태도는 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스피스의 플레이는 화려하거나 격정적이지 않고 그저 무심할 뿐이다. 최선을 다하고 순리에 맡긴 뒤 그 결과를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우승 트로피는 겸손이 가져다 준 덤이다.스피스와 전담 캐디 마이클 그렐러의 경청과 소통도 압권이다. 수학교사이자 초보캐디였던 그렐러는 2011년 스피스와 인연을 맺는다. 둘은 경기 내내 적절한 대화와 경청으로 전략을 짜고 위기를 극복한다. 편안함과 신뢰가 쌓이는 과정이다. 상대를 믿는 경청이야말로 난국을 헤쳐 나가는 최고의 소통임을 두 사람은 보여준다. 경청 또한 겸손이 전제되지 않으면 갖출 수 없는 덕목 아니던가.다시 세월호다. 1년 동안 비극은 더 커져갔다. 국가개조는 고사하고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정치와 언론에 대한 불신만 깊어갔다. 심지어 기자를 쓰레기로 비유하는 기레기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언론이 강자를 감시하고 불의를 고발하며 정의의 편에서 약자를 챙기는 소임을 다하지 못한 비아냥이다. 부끄럽고, 부끄럽고, 거듭 부끄럽다.뒤돌아보고 되짚어본다. 정부와 정치, 언론이 지난 1년간 무엇을 했는지. 대통령은 경청도 소통도 하지 않았다. 국가는 유족들을 죽은 자식을 돈으로 흥정하는 거간꾼으로 모욕했다. 정치권은 대책을 내놓기는 커녕 참사를 이념과 정파 다툼으로 활용했다. 일부 언론은 이제 세월호 피로감까지 들먹이며 유족과 국민을 갈라놓고 있다. 희생자와 유족, 국민을 상대로 한 권력들의 교만과 파렴치가 세월호 1년을 멈추게 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고통과 상처가 치유되지 못하고 국민안전이라는 급박한 국가 명제가 헛도는 연유다.올 4월 마스터스 우승자 조던 스피스가 보여준 겸손과 경청은 우리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준다. 세월호의 해법이 겸손과 경청에서 시작됨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이를 모르는 이 땅의 권력자들에게 아동문학가 박두순의 시 꽃을 보려면을 권한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 모두에게 삼가 머리를 숙인다. 체육부장편집국 부국장꽃을 보려면채송화 그 낮은 꽃을 보려면그 앞에서고개 숙여야 한다.그 앞에서무릎도 꿇어야 한다.삶의 꽃도무릎을 꿇어야 보인다.

  • 스포츠일반
  • 김성중
  • 2015.04.16 23:02

영화 '파울볼'과 청년들의 '진로'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파울은 경기규칙을 위반하는 행위로 해당 선수나 팀에게 불이익이 가해진다. 하지만 야구에서만큼은 좀 다르다. 타자가 친 볼이 홈런 외에 그라운드 밖에 떨어진 경우를 파울이라고 하며 이는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다만 투 스트라이크 후 파울볼은 스트라이크로 처리하지 않고 타자의 공격권을 보장한다. 이후 파울볼이 끝없이 나와도 타자는 삼진아웃되지 않고 타석에 설 수 있다. 이처럼 파울볼은 투 스트라이크 다음에도 타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야구만의 독특한 룰이다.야신(야구의 신) 프로야구 김성근 감독이 이끌었던 대한민국 최초의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영화 파울볼. 2011년 창단된 고양원더스는 야구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고 프로구단 입단을 원하는 부족하거나 실패한 선수들의 재기를 도우려 창단된 팀이다. 영화는 김성근 감독이 지옥훈련을 통해 오합지졸들의 꿈을 하나씩 이루게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뒤 2014년 고양원더스가 전격 해체되자 그 곳에 몸담았던 이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을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영화 제목 파울볼은 진루에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진루타를 노리는 벼랑 끝 타자들의 도전을 상징한다. 파울볼은 꿈을 포기하지 않은 야구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려는 고양원더스구단의 창단 취지와 맥락이 같다. 영화를 보노라면 프로야구단 입단만큼이나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지 못한 채 파울볼을 쳐대는 청년 백수들의 고통과 애잔함이 오버랩된다. 대학을 졸업해도 진로(직장)를 못 찾고 쪽방과 고시원을 전전하거나 대학 5학년과 6학년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아들 딸들. 그런 면에서 타자들의 진루와 청년들의 진로는 동의어가 된다. 홈런을 사시행시외시 합격, 3루타를 대기업, 2루타를 중견기업, 단타를 중소기업 취직으로 빗대면 더욱 그렇다.영화 파울볼은 또 프로야구단들의 폐쇄적 기득권도 비판한다. 영화는 독립야구단의 탄생 배경에 이들의 기량이 높아지면 23년내 국내 퓨처스리그(2군리그)에 공식 편입시킨다는 한국프로야구위원회의 물밑 약속이 있었음을 짚는다. 그러나 고양원더스가 3년간 90승 25무 61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31명의 선수가 프로 무대에 입성했는데도 기존 프로구단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정치권을 뺨치는 끼리끼리 기득권 세력의 전형적 갑질이다. 관객들은 공정한 경쟁이 생명인 스포츠의 세계에도 갑과 을이 있음을 알게 된다.영화에서 청천벽력 같은 구단 해체로 멘붕에 빠진 선수들의 진로를 찾아주려 마지막까지 전화를 붙들고 통사정을 하던 김성근 감독은 술 잔을 앞에 두고 독백하듯 말한다. 애들과 펑고를 치고 싶다고. 펑고는 방망이로 볼을 쳐 야수들이 잡게하는 수비훈련이다. 자신의 손바닥마저 까지는 김성근의 펑고는 혹독하기로 악명이 나있다. 영화속 김 감독의 펑고 발언은 외길 야구인생에 대한 진정성과 졸지에 꿈과 길을 다시 잃은 고양원더스 단원들에 대한 절절한 사랑의 함축어다.일자리를 최고의 과제로 삼겠다는 지역의 대학과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청년취업에 대한 절절함이 김 감독의 그 것에 버금간다고 믿는 이가 많지 않다. 주말을 맞아 대학총장과 단체장, 국회의원들에게 청년들의 재도전과 진로에 보다 깊은 성찰과 적극적 실천을 주문하는 영화 파울볼 관람을 권한다. 그런 뒤 그들이 취업 펑고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싶다. 체육부장편집부국장

  • 야구
  • 김성중
  • 2015.04.10 23:02

2015 프로야구 개막과 전북

뉴스 속보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17년부터 현행 프로야구 10구단체제를 12구단체제로 바꿔 미국과 일본처럼 양대리그를 출범시키키로 했습니다. 새롭게 창단되는 제11, 제12구단 중 하나는 전북으로 결정됐습니다.4월 1일 만우절을 맞아 야구를 좋아하는 전북도민이라면 한번쯤 기대해볼만한 거짓 뉴스 보도다.2015 프로야구가 지난 주 개막됐다. 올 프로야구는 전북과의 10구단 유치 경쟁에서 이긴 수원을 연고로 한 KT가 처음 리그에 참여하고 야신(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이 만년 하위팀 한화의 감독을 맡으면서 팬들의 관심과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프로야구 10구단 유치에 실패한 전북인의 한 사람으로서 프로야구 개막을 먼 발치에서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착찹함과 부러움이 교차한다. 도내 야구 팬들도 전북 연고지가 없는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편치 않고 웬지모를 소외감도 느끼는 표정이다.돌이켜보면 지난 2013년 전북의 10구단 유치 실패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었다. 첫째는 전북이 구단주로 내세운 부영건설이 수원이 내세운 대기업 KT에 비해 절대 열세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부영이 KT를 제치고 10구단 모기업이 되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웠다. 내부적 요인이자 변변한 대기업이 없는 전북경제 현주소다.둘째는 외부 요인으로 정치권 입김설이다. 실제 KT는 10구단 유치를 먼저 주창한 전주시의 접촉과 타진에서 한사코 프로야구단 창단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공식적으로도 KT는 노조의 반대 등을 들어 부정적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수원이 나서면서 KT는 180도 변했고 그 결과 수원은 10구단의 연고지가 됐다. 전북보다 힘이 센 경기도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손이 기업의 의사결정을 바꿨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10구단과 관련, 혹자는 김완주 도지사가 LH본사유치 실패를 만회하려 프로야구단 유치에 공을 쏟았다고 말하지만 이는 너무 과장된 주장이다. 김 지사는 평소 전북연고 쌍방울 야구단이 사라진 데 대한 큰 아쉬움을 갖고 있던 터에 10구단 창단 소식이 들려오자 팔을 걷어붙였다. 따라서 김 지사의 10구단 유치 목적은 프로야구의 외딴 섬으로 전락한 전북에서도 주민들이 가장 인기있는 국민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있었다.물론 당시 송하진 전주시장이 10구단 유치를 앞장서 추진하던 중 갑자기 김 지사가 주도권을 가져간 것은 맞다. 이를 가로채기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김 지사가 실패의 위험을 안고 10구단 유치에 나선 배경에는 전북도 차원의 역량 결집의 필요성과 프로야구를 도민들에게 다시 돌려주고 싶은 진정성이 더 컸다고 보는 게 옳다.문제는 10구단 유치 실패 이후다. 각계에서 책임론과 비난이 일었지만 실패를 거울삼아 새롭게 도전하자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패배에 익숙한 전북의 정서 때문이겠지만 그런식으로는 어느 분야든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야구계는 머지않아 한국프로야구가 12구단체제의 양대 리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제11, 제12구단의 창단이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실제 롯데구단 연고지 부산에서는 제2의 프로야구단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전북도 역시 프로야구단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실패가 그저 실패로 그쳐서는 안된다. 프로야구 10구단유치 플랜A를 이루지 못한 김 지사는 현직에서 떠났다. 하지만 10구단을 처음 추진했던 송하진 전주시장은 현직 도지사다. 12구단체제를 겨냥한 송 지사의 플랜 B가 작동하고 있는지 궁금하다.체육부장편집국 부국장

  • 야구
  • 김성중
  • 2015.04.02 23:02

송하진 지사의 '이단 옆차기'

#사례1. 국제세팍타크로 슈퍼시리즈가 내달 23일부터 나흘간 군산 월명종합체육관에서 열린다. 지난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은메달 2개를 따내며 국민을 열광시킨 세팍타크로는 아시아의 대표적 인기 스포츠다. 도체육회와 군산시의 발빠른 결단으로 성사된 세팍타크로 대회는 국제 경기를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는 전형적 스포츠마케팅이다. 단돈 5000만원에 대회를 유치했지만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 87개국에 경기가 중계되고 직간접 경제효과는 50억원을 웃돈다.#사례2. 동계U대회 개최 이후 동계올림픽 유치에 올인했던 무주도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열정이 높다. 무주는 그동안 각종 태권도대회와 스키대회가 지역경제의 온돌을 덥히는 효과를 수없이 경험했다. 한국 태권도의 성지로서 태권도원이 건립된 무주의 황정수 군수는 태권도원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국내외 대회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무주는 2015년 세계유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 유치에 이어 이번에는 격년제로 열리는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목표로 삼았다.#사례3. 지난 24일 세계유소년태권도대회 무주 2015 조직위원회 현판식이 열린 전북도체육회관의 접견실. 행사에 앞서 대한태권도협회 간부 등이 모여 담소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대회 조직위원장인 송하진 도지사가 외빈들에게 명함을 건넸다. 저는 도지사 명함이 15개입니다. 하나는 태권도 전용 명함이고 나머지는 도내 14개 시군의 상징을 담았죠. 명함에는 송 지사가 태권도복을 입고 이단 옆차기를 하는 캐리커쳐가 그려져 있었다. 뒷면은 무주 태권도원 전경 사진. 순간, 중앙에서 온 태권도 관계자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다음날 송 지사 명함에 감동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사실 전북도와 무주는 태권도원에 대한 고민이 많다. 지난해 본건물은 들어섰는데 도로 개설과 상징 시설, 민자 유치라는 3대 과제를 풀지 못해서다. 도와 무주군이 2017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유치하려는 주된 목적에는 태권도원의 3대 과제를 푸는 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물론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도 큰 목표다.2017년 세계태권도대회는 송하진 도지사 체제 이후 처음 유치를 추진하는 대규모 국제대회다. 그만큼 성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오는 5월 러시아에서 결정되는 2017 세계태권도 개최지 경쟁은 낙관적이지 않다. 국민들이 축구 다음으로 태권도를 좋아하는 터키와 유치 맞대결을 펼치기 때문이다. 전북은 세계태권도연맹(WTF) 회장이 한국인이고 그의 영향력을 기대하는 눈치다. 결론부터 말하면 잘못 짚었다. 사실 WTF의 목표는 세계화다. 국내보다는 국외를 향한다는 얘기다. 이는 대회 유치 명분상 결코 전북이 앞서지 않음을 의미한다.송 지사는 이날 행사에서 2017년 세계태권도대회와 관련 모든 일의 성공 여부는 의지에 달려있다. 의지가 강하면 행동도 강하게 나타난다고 분발을 주문했다. 그러나 터키와 전북의 경쟁 구도를 보면 강한 의지와 행동도 중요하지만 WTF 집행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와 전략, 그리고 감성적 접근이 절실해 보인다. 그런면에서 송 지사의 이단 옆차기 명함은 감성적 측면의 모범 사례로 다가온다.전북도와 전북태권도협회의 치밀한 대회 유치 논리와 전략, 그 것이 궁금하다.체육부장편집국 부국장

  • 스포츠일반
  • 김성중
  • 2015.03.26 23:02

스포츠와 정치의 '저니맨'

2015년 한국프로축구 K리그 1강으로 꼽히는 전북현대의 출발이 화끈하다. 전북은 홈 개막전과 서울 원정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승리의 주역은 외국인 용병 에두(3골)와 에닝요(1골).전북 팬들을 열광시킨 두 선수는 저니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저니맨(journey man)은 팀을 자주 옮겨 다니는 떠돌이 선수를 일컫는 용어다. 영어 저니의 뜻이 여행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올해 전북이 영입한 브라질 출신 에두(34)는 지난 2007년부터 3시즌동안 한국의 K리그에서 빼어난 실력을 보였다. 95경기 30골 15도움. 에두는 독일 FC 샬케 04, 중국 라오닝 홍원 FC, 터키의 베식타스, 일본의 FC 도쿄를 돌아 다시 전북으로 왔다. 분데스리가 시절 FSV 마인츠 05에서는 차두리와 동료로 뛰었던 인연도 있다.에닝요(34)의 저니도 만만치 않다. 브라질에서만 12팀을 거쳤고 국내 수원 삼성과 대구 FC에도 몸담았다. 이후 전북에서 뛰다 중국 창춘으로 건너간 뒤 올해 다시 돌아온 에닝요의 실력은 K리그 최소경기 60-60클럽 가입 기록이 웅변한다.해외를 떠돌다 엊그제 FC 서울에 둥지를 튼 박주영도 저니맨이다. 사우디와 스페인, 잉글랜드, 프랑스를 거쳤다. 수차례 국가대표에 발탁될 정도로 실력이 좋은 박주영은 A매치에서 별다른 활약을 못하는 게 징크스다.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 감독의 눈에도 들지 못했다. 귀국 직후 컨디션이 60%일 정도로 마음고생을 한 박주영에 대한 국내 팬들의 기대가 남다르다. 누가 뭐래도 박주영은 한국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팀을 자주 옮긴 이유야 어쨌든 스포츠계 저니맨들은 새로운 팀에서 탁월한 기량을 보인다면 팬들의 사랑이 쏟아져 몸값도 오른다.4월 재보선을 앞둔 정치권이 술렁인다. 이번 재보선의 파장은 내년 총선으로 이어진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안방 광주에서는 천정배 전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와 별도로 새로운 야당을 표방한 국민모임도 2016년 4월 총선을 준비하며 신발끈을 동여맨다. 새정연을 뛰쳐나온 정동영 전 의원이 감독 겸 주전이다. 예전 선거에서 금메달을 땄던 왕년의 스타들도 몸을 풀면서 이 팀 저 팀을 기웃거린다.이른바 정치 철새로 지칭되는 정가의 저니맨들이다. 탈당, 창당, 복당, 신당 이력으로 상징되는 정치 저니맨을 바라보는 유권자의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 않다. 팀보다는 개인기를 앞세웠던 탓에 몸값도 낮아졌다. 그럼에도 스포츠와 정치의 저니맨들에게는 나름의 사연과 명분이 있고 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체육학사전은 저니맨을 믿을 만한 경기 내용을 보여주는 선수, 또는 훌륭한 실력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는 선수로 풀이한다. 스포츠든 정치든 떠돌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뛰어넘는 믿음과 실력을 갖춘 저니맨들의 등장은 경기장에 새로운 변화와 활력을 불어넣는다.체육부장편집국 부국장

  • 스포츠일반
  • 김성중
  • 2015.03.17 23:02

전주 '까치 사체'의 역설

우리나라 축구의 근간인 K리그의 붐 조성을 위한 KBS의 노력에 축구팬들의 박수가 쏟아진다. 개막전부터 경기를 고정 편성해 안방으로 생중계하기로 해서다. 실제 KBS는 지난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 성남FC의 개막전 경기를 생중계했다. 홈팬들은 전북현대가 성남을 2-0으로 제압하는 기쁨에다 슈틸리케 한국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만나는 행운까지 누렸다.그러나 호사다마(좋은 일에는 안좋은 일이 따름)랄까. 그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발견된 머리만 남은 까치 사체가 논란이다. 원정팀 성남의 응원석 2층 계단 부근에서 발견된 까치 사체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성남의 상징이 까치이기 때문이다. 까치 사체가 섣부른 추측과 예단을 부르는 배경이다.전북현대의 열혈 팬이 성남을 비방하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언론보도가 그래서 나온다. 문제가 되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전북현대에게 진상 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전북현대는 이틀간 23시간 분량의 운동장 CCTV를 두 번이나 확인했지만 진실을 밝힐 단서나 정황을 찾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그럼에도 전북현대는 경기장을 찾은 성남 원정팬들과 구단에게 본의 아니게 불편과 상처를 끼치게 되어 송구스런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반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전북의 팬이 성남 비방을 목적으로 까치 사체를 가져다 놓을 가능성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해 추측은 가능하나 반입자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반입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진실을 모르니 함부로 추정하지 말라는 의미다.이처럼 전주 까치 사체 사건은 확실한 제보나 자수자가 없으면 그 전말을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빠질 전망이다.사실 까치 사건을 바라보는 전북현대와 팬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비난에 대놓고 반박은 못하지만 속으로는 억울하고 분한 표정이다. 까치가 성남의 상징이지만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전북현대의 팬들을 의심하고 심지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말까지 등장하니 더욱 그렇다.하지만 전북현대와 팬들은 어깨를 펴도 될 성 싶다. 왜냐면 까치 사체가 성남을 겨냥했다는 주장이 성립되면 까치 사체가 전주와 전주시민을 모독했다는 주장 역시 성립하기 때문이다. 까치가 성남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전주시의 상징이기도 해서다. 참고로 전주시의 상징나무는 은행나무, 꽃은 개나리, 새는 까치다.따라서 전북현대의 광팬이 성남을 모독하려고 까치 사체를 경기장에 반입했다는 주장은 성남의 광팬이 전주를 모독하려고 까치 사체를 경기장에 반입했다와 다르지 않다. 사실이 아니겠지만 역설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전주시민들이 이렇게 주장한다면 성남 모독론을 펴는 이들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궁금하다.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한 추론과 억지 주장으로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전주 까치 사체 논란은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역지사지의 교훈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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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중
  • 2015.03.1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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