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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까치 사체'의 역설

우리나라 축구의 근간인 K리그의 붐 조성을 위한 KBS의 노력에 축구팬들의 박수가 쏟아진다. 개막전부터 경기를 고정 편성해 안방으로 생중계하기로 해서다. 실제 KBS는 지난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 성남FC의 개막전 경기를 생중계했다. 홈팬들은 전북현대가 성남을 2-0으로 제압하는 기쁨에다 슈틸리케 한국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만나는 행운까지 누렸다.

 

그러나 호사다마(좋은 일에는 안좋은 일이 따름)랄까. 그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발견된 머리만 남은 까치 사체가 논란이다. 원정팀 성남의 응원석 2층 계단 부근에서 발견된 까치 사체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성남의 상징이 까치이기 때문이다. 까치 사체가 섣부른 추측과 예단을 부르는 배경이다.

 

‘전북현대의 열혈 팬이 성남을 비방하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언론보도가 그래서 나온다. 문제가 되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전북현대에게 진상 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전북현대는 이틀간 23시간 분량의 운동장 CCTV를 두 번이나 확인했지만 진실을 밝힐 단서나 정황을 찾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그럼에도 전북현대는 ‘경기장을 찾은 성남 원정팬들과 구단에게 본의 아니게 불편과 상처를 끼치게 되어 송구스런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전북의 팬이 성남 비방을 목적으로 까치 사체를 가져다 놓을 가능성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해 추측은 가능하나 반입자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반입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진실을 모르니 함부로 추정하지 말라는 의미다.

 

이처럼 전주 까치 사체 사건은 확실한 제보나 자수자가 없으면 그 전말을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빠질 전망이다.

 

사실 까치 사건을 바라보는 전북현대와 팬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비난에 대놓고 반박은 못하지만 속으로는 억울하고 분한 표정이다. 까치가 성남의 상징이지만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전북현대의 팬들을 의심하고 심지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말까지 등장하니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전북현대와 팬들은 어깨를 펴도 될 성 싶다. 왜냐면 ‘까치 사체가 성남을 겨냥했다’는 주장이 성립되면 ‘까치 사체가 전주와 전주시민을 모독했다’는 주장 역시 성립하기 때문이다. 까치가 성남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전주시의 상징이기도 해서다. 참고로 전주시의 상징나무는 은행나무, 꽃은 개나리, 새는 까치다.

 

따라서 ‘전북현대의 광팬이 성남을 모독하려고 까치 사체를 경기장에 반입했다’는 주장은 ‘성남의 광팬이 전주를 모독하려고 까치 사체를 경기장에 반입했다’와 다르지 않다. 사실이 아니겠지만 역설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전주시민들이 이렇게 주장한다면 ‘성남 모독론’을 펴는 이들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궁금하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한 추론과 억지 주장으로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전주 까치 사체 논란은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역지사지의 교훈을 던지고 있다.

김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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