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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에서 찾은 추사 김정희의 유배 흔적

전북 고창에서 확인한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년)의 흔적은 여러모로 주목할 만하다.

 개중 하나로 그의 유배 행로를 추정할 만한 근거가 나온 점을 들 수 있다.

 한양에서 제주도까지 추사의 유배 행로는 여러 문헌을 통해 대체로 알려졌으나 경유지인전주와 나주 사이 행로는 그동안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고창향토문화연구회가 수집, 공개한 추사 관련 자료는 반암마을에 있는 인촌 김성수 집안의 제실 주련(柱聯)과 고창군 부안면 오산리 하오산 마을에서 채집한 이야 기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주련 가운데 중국 원나라 때 학자이자 시인인 우집(虞集)의 시에서 뽑아낸 다음 구절이 먼저 눈길을 끈다.

 "자첨문장세희유(子瞻文章世希有 : 소동파의 문장은 세상에 희귀한데) 적향강파동성두(謫向江波動星斗 : 귀양길은 강물이 하늘과 맞닿은 먼 곳이네)" 귀양 길의 소동파를 노래한 이 시구 속 자첨(子瞻)은 중국 북송 때 시인인 소동파의 자(字)이며, 적향(謫向)은 귀양을 뜻한다.

 백원철 공주대 명예교수는 우집의 시를 쓴 이 주련은 자신을 소동파에 견준 추사의 학문적 자부심과 멀리 귀양 가는 착잡한 심정을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번에 발굴된 주련은 이처럼 귀양가는 추사의 심정을 담은 글귀가 대부분이다.

 추사 금석문 연구가인 이용엽 국사편찬위원은 "추사의 주련이 대거 발굴된 것은 추사 연구의 기념비적 사건"이라며 "추사 중기의 이 글씨들은 추사체의 변천과정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고창향토문화연구회가 밝혀낸 추사 주련 제실 글씨는 11점. 하지만 이곳 반암마을 주민이며 향토사학자 김모씨가 1975년 이 제실에서 탁본해 소장한 주련이 20점이 다.

 따라서 추사 주련은 적어도 20점 이상이었다가 1975년 이후 언제인가 9점 혹은 그 이상이 행방을 감추었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추사 글씨는 주련 외에도 더 있었다는 증언, 혹은 증거도 있다.

 고인돌박물관 문화해설사 강신교(67) 씨는 반암마을 주민 김모씨가 '倒影碧流'(도영벽류 : 흐르는 물에 그림자가 거꾸로 비친다)라고 쓴 편액을 갖고 있다가 1985년경 지인에게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30×80cm 크기의 먹감나무로 만든 이 편액 탁본 역시 향토사학자 김씨가 소장하고 있다.

 추사 주련이 어떻게 김성수 집안 제실에 걸리게 되었을까? 그 연유는 아직 베일에 가렸다.

 추사 글씨 외에도 인근 하오산 마을 일대에 전하는 추사 관련 일화도 흥미롭다.

 유배에 오른 추사는 하오산 마을에 있는 전주이씨인 이문술 집안에서 유숙한 것으로 전한다.

 이문술 집안은 왕실 종친으로 병조판서와 도승지를 배출한 명문가. 추사박물관 허홍범 학예사는 "추사가 벼슬을 했지만 유배길에 오른 죄인이었기에 객사에 재울 수 없어 유배지까지 가는 동안 대체로 지방 수령들이 유숙할 곳을 마련해주었다"고 말했다.

 이문술 집안에서는 추사가 도착할 날에 맞춰 미리 소를 잡아 육포를 만들어서 추사에게 줬다는 일화도 있다.

 추사는 그 보답으로 글씨를 써줬으며 이 집안에서 병풍으로 만들어 후손에게 전해오다 한국전쟁 당시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고창 주민들은 또 추사가 제주도에 그린 세한도 소재가 된 '허리 꺾인 소나무'가 고창 무장면에 있는 무장동헌의 노송일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고창향토문화연구회는 "이 소나무가 세한도 속 노송을 닮기는 했지만 추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오강석 고창향토문화연구회장은 "여러 증언과 추사 글씨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제주도로 유배된 추사는 1840년 9월 20일과 23일 사이 고창 하오산과 인근 반암마을 을 지나 장성을 거쳐 나주로 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전주 이씨 집안의 문집과 행장(行狀), 비문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해보면 추사의 유배 행적 등을 더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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