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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해진다

▲ 전선자

11월 들어서면서 잦아진 비와 흐린 날씨 현상이 12월 중순 까지 계속되니 많은 사람들의 기분을 몹시 우울하게 한다. 해 늦은 첫눈이 폭설로 내렸는데 일주일 후에 또다시 예측 없는 폭설이 내렸다. 이는 분명 인류가 만든 이상기후의 재앙 징조임에 틀림없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동안 나 하나쯤이야 했던 일들이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 속속들이 양심의 가책으로 다가온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산천, 맑은 공기와 물은 우리 대한민국의 대명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산업화의 물결로 곳곳이 훼손되었다. 그래서 물도 사 먹을 지경이고 전국이 미세먼지로 덮여 생명이 위협을 받을 정도로 건강의 한계를 지켜내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 모두는 누구랄 것 없이 ‘건강 염려증’ 환자가 되어 시달린다.

 

사람 사는 일이 온통 걱정 투성이고 행복이란 꿈만 꾸다가 마는 형국이 되었다.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사회가 되었고 이웃과의 유대관계도 깨어져 버렸으며 존중과 신뢰가 사라져 버렸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무엇보다도 갑자기 밀어닥친 외래문화와 산업발달로 인해 인간은 소외 되고 물질문명이 지배하다보니 인성이 무시당하고 자존감이 사라져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걷잡을 수 없는 물질의 풍요 속에 정신적 빈곤이 인간의 본성을 망가뜨리게 하고 타인의 존재를 무시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갈수록 민심이 각박해지는 요즘 날씨마저 따라주지 않으니 밝은 날이 더욱 그립다.

 

1993년 중국과의 수교가 이루어진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을 때 겪은 일이다.

 

그 무렵 중국을 갔는데 오후 5시쯤 심양에서 연길까지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2층 침대 2개가 양쪽 벽에 놓여있는 4인실이었다. 저녁식사도 열차 안까지 배달이 되었고 밤에는 맥주며 야식 등 이것저것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쓰레기는 쌓여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열차는 밤새 달려 새벽 6시가 되어서야 연길에 도착했는데 차에서 내리기 한 시간 전쯤 여승무원들이 각 방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청소라는 것이 열차 내의 모든 쓰레기를 창밖으로 던지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보니 주변은 완전 쓰레기 더미로 즐비하고 그야말로 어이가 없고 황당했다.

 

그리고 순간 ‘아- 큰일이다.’ 싶었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내려가는 황하의 물줄기가 닿는 곳이 우리의 서해라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서해는 우리나라의 목젖과 같은 바다여서 우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그러니 저 환경의 오염을 우리가 앞으로 어찌 감당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봄이면 고비사막의 모래바람이 우리나라 전역에 불어와 황사라는 이름으로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그리고 공장지대에서 날아오는 분진으로 환경오염의 심각성은 이제 도를 넘었다. 이제 자국의 환경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 간의 환경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시기가 되었다. 그리고 물질주의에서 인본주의로 사회를 바꿔야 한다.

 

오늘도 겨울비가 내린다. 가뭄을 해소해 주는 비가 내리는 것은 좋지만 오염된 산성비가 내리는 것은 정말 싫다. 이런 저런 걱정을 하다보면 정말 우울해진다.

 

 

△전선자씨는 〈시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수필집 〈숨겨진 방〉 〈여정은 짧고 길은 멀고〉와 시집 〈그 어디쯤에서 나는〉 〈달 같은 세상 하나〉를 출간했다. 무주군의원을 거쳐 현재는 김환태문학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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