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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박주원 기타 콘서트] 불꽃같은 6현의 드라마 가슴에 녹아

소리전당 '포커스온' 초청 공연 '집시 시네마'

▲ 박주원 기타 콘서트 공연 모습.

6개 기타 줄의 마력을 이토록 적나라하게 보여준 공연이 있었을까.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기획한 섹션 ‘포커스온’에 초청된 ‘박주원 기타 콘서트-집시 시네마’(16일 오후 7시 소리전당 연지홀)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포커스온’은 소리전당이 트렌드를 선도하는 주목할 만한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지난해 발매한 앨범 ‘집시 시네마’를 기념한 이번 공연은 ‘기예(技藝)’에 가까운 화려한 손놀림으로 듣는 이를 압도했다.

 

객석의 불이 꺼지고 조명이 켜지자, 기타리스트 박주원은 기타 몇 줄을 튕겨 우리를 영화 속으로 데려갔다. 영화 ‘닥터 지바고’의 ‘라라의 테마’ 선율이 플라멩코의 땅고스 리듬 위에서 춤을 추자 눈(雪)을 뒤집어 쓴 모자 속 오마샤리프의 간절한 눈빛이 겹쳐졌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라 비타 에 벨라’(La Vita E Bella)는 흥겨운 듯 슬픈 집시 재즈로 태어났다. 슬픔을 밀어낼 수 없다면, 차라리 슬픔에 흠뻑 녹아들자는 듯 싶었다. 영화 ‘첨밀밀’에 삽입됐던 서정적 연가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은 화려한 룸바 곡으로 편곡, 원곡 이상의 매력적인 변신으로 탄성을 자아냈다. 이렇듯 그의 기타 현에 이끌려 어디론가 흘러갔고, 관객들의 가슴은 술렁거렸다. 박주원이 기타와 밀착해 점점 더 웅크릴수록 기타 음은 날아다녔고, 역동적인 바람을 일으켰다. 그럴수록 관객들은 더욱더 뜨거워졌다. 박주원이 현란한 테크닉으로 이름을 먼저 알렸지만, 뛰어난 서정을 갖춘 창작가임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기타 하나만으로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울림을 준다는 건 쉽지 않을 일이다. 상당수 기타공연이 관객들의 내면에서 열망하는 자유를 잠시 툭 건드리는 데 그쳤다면, 박주원의 기타공연은 모든 관객들의 마음에 바퀴를 달아 시간·공간이동을 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마술적 기타 연주가 대체재를 찾을 수 없는 오로지 그만의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무대 뒤 흘러가는 영화 스틸 컷들과 하모니카·색소폰 등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소리들, 기억의 장면들을 건져 올리고 부수고 타올라 끝내 우리를 주저앉혔다. ‘개그 욕심’에 던진 어색한 그의 몇 마디가 없었다면, 관객들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 같다.

▲ 송희 전북문화관광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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