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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 이강애

금년에도 제일 많이 불리어지는 노래가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한다.

 

그래 내 나이가 어때서 이제 난 70대인데, 80도 안 되었는데! 누군들 나이 먹는 것을 좋아할까? 마는, 그래도 나이 이야기만 나오면 움츠러든다. 그런데 사람들은 남의 나이를 알고 싶어 한다. 생면부지의 사람한테도 이야기 몇 마디하고 나면 나이를 물어보고 싶어진다. ‘혹시 몇 살이나 잡수셨어요?’라든지 ‘연세가 어떻게 되지요’하고 묻고 싶다.

 

그런데 나이가 궁금해진다. 그것은 은연 중 자기 하고 비교하고픈 마음일 것이다, 나보다 많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일 것이다. 나보다 나이가 많기를 바라서이다. 물어보는 의도는 다양하다. 나보다 많다면 일단은 안심이다. 나보다 많은데 나보다 어른인데 그의 말을 들어야하고 따라야 한다는 안심이 든다. 작은 기쁨을 느끼게도 된다. 나는 저분에게 비하면 젊구나. 그래 나는 아직은 젊어! 하는 자부심도 든다. 내 나이는 몇 살이나 먹어 보여요? 하고서, 내 나이보다 적은 나이를 대면 내심으로는 기분이 좋다. 그렇게 젊음을 갈구했다. 그랬건만 어느 듯 나이 들어 어디서나 제일 어른이 되었다.

 

어려서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랬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모두가 짐으로 와 닿았다. 어른스러움이 나를 얽맸다. 무엇이든 잘 해야 하고 함부로 말도 못하고 행동거지도 본이 되어야 한다. 딱히 누가 그래야 한다고는 안하지만 내 자신이 그렇게 된다. 내가 올바르게 해야 후배들이 본을 보고 따라서 할 것이다.는 생각이 행동의 제약이 된다.

 

어느 때인가 한 어른이 술에 취해 할 소리 안 할 소리 하며 주책을 떠니 모두가 하는 말, ‘나이 먹은 사람이 저게 뭐람’ 하며 격멸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나이 든 사람도 때로는 자유스럽게 행동하고 싶고 어린아이 노릇도 하고 싶다. 어른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동심이 되고 싶은 마음은 어른에게도 있다. ‘나이는 먹고, 멋은 든다.’는 말이 있다. 건강한 몸은 건강한 마음에서 나온다고 한다. 마음이 편안해야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인데 우리 사회도 그런 것 같다. 최근에는 사람들 심성이 거칠어져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일들이 너무도 많은데 우리의 마음이 건강해져서 사회도 건전해졌으면 좋겠다.

 

내 나이 팔십을 바라보지만 결코 나는 늙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산다. 마음은 항상 이십대이다. ‘무엇이나 할 수 있어, 내 나이가 어때서?’ 나이 먹음을 거부한 나는 누가 나를 할머니라 부르면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며 내가 할머니는 할머니구나 하고 인정을 하면서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니야’ 하는 부정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는 나에게 묻는다. 내가 할머니인가? 물론 현실적으로는 여덟 명의 손자가 있고 손자며느리에 증손자도 있다. 컴퓨터도 자유자재로 하고 모르는 것 있으면 컴퓨터에서 검색해 찾아낸다. 자동차를 운전하고 다닌 지도 40년이 되었다. 아이들은 그만 운전하라며 밤낮으로 전화를 한다. 비가 온다든지 눈이 오는 날은 어김없이 전화가 걸려온다. 오늘은 비가 오니까 아니면 눈이 오니까 운전하고 나가면 위험하다고 야단들이다. 때로는 이런 전화가 부담스럽다. 너희들보다 내가 더 알아서 조심할 텐데 하고 중얼거려진다.

 

한번은 새벽교회를 자전거 타고 갔다 오다 넘어져 팔과 다리에 찰과상을 입었다. 당황한 나는 누가 볼세라 얼른 일어나 아무 일 없다는 듯 집으로 돌아와 보니 피가 옷 위로 흘러 솟아 피범벅이 되었다. 혼자서 후후 불어가며 약을 발랐다. 그래 속으로 ‘어쩔 수 없이 할머니구나’ 하고 혼자 중얼거리며 할머니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 후 ‘그래도 난, 그래도 나는’하고 내적으로 부정하는 소리를 외친다. 열정과 긍지를 가지고 뛰며 달린다. 내 나이가 어때서 ‘아직도 난 청춘이다. 누가 뭐래도 난 청춘이다’ 속으로는 이렇듯 외치며 힘차게 살아간다. 나는 오직 청춘할머니로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이강애 씨는 2007년 〈대한문학〉으로 등단했다. 수필집으로 〈이루며 사는 삶〉이 있으며, 영호남수필문학 임실문학 행촌수필문학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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