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민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민속놀이를 두고 연희자들 사이에 논란이 빚어진 것은 이례적이었다. 전주기접놀이가 세상에 빛을 보기 위한 용틀임이었나 보다. 전주기접놀이가 제57회 한국민속예술제에 전북대표로 출전해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 받았다.
기접(旗接)놀이는 깃발을 갖고 노는 놀이다. 용이 그려진 깃발이어서 용기놀이라고도 부른다. 매년 백중때 모악산을 배경으로 전주시 삼천동과 평화동 일대에서 1940년대까지 연례행사로 행해졌으나 이후 간헐적으로 전승되다 중단됐다. 여러 마을이 참여해 용기이어달리기, 용기놀이, 용기부딪치기, 합굿 등을 통해 농사철의 피로를 씻고 친목을 다지는 민속놀이였다.
마을에서 치러진 마지막 기접놀이는 1956년 평화동 중평마을(당시 완주군 난전면)에서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1895년 제작된 중평마을 용기의 회갑을 기념해서다. 당시 기접놀이에 11개 마을에서 참가해 1주일간 열렸으며, 마을 공동재산인 논 3000평을 팔아 비용을 감당했다고 한다. 이후 맥이 끊겼던 기접놀이가 1970년대 중반 풍남제에서 재현됐으나 일회성에 그쳤다. 오늘의 기접놀이가 전승될 수 있었던 것은 1997년 삼천동 계룡리를 중심으로 보존회가 창립되면서다. 전주기접놀이보존회로 뭉친 회원들이 이듬해부터 매년 정월 대보름과 백중에 삼천동 일원에서 연희를 펼치며 그 맥을 이어온 것이다.
맥을 잇는 과정에서 이런 우여곡절을 거쳤기에 전주기접놀이의 대통령 수상은 더욱 값지다. 큰 기지개를 켠 전주기접놀이가 박제된 콘텐츠에서 벗어나 과거 마을에서 진행됐던 것처럼 매년 모악산 자락에 휘날릴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용기를 자유자재로 흔들 수 있는 농촌 장정도 없는 현실에서 너무 큰 바람일까.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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