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장밋빛 미래는 환상적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인공로봇이 커튼을 열어 젖히고 식사를 준비하고 커피를 대령한다. 자동차를 타고 가만히 앉아서 뉴스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자율주행 기능이 회사까지 데려다 준다. 하루 일과 중 그때그때 할 일은 로봇 비서가 꼼꼼히 챙겨준다. 부인의 생일이 다가오면 인공로봇이 적합한 선물의 종류와 색깔, 디자인까지 추천해준다.
장밋빛 미래의 암울한 그림자는 사라지는 인간의 일자리다. 많은 지식을 기억할 필요도 없고, 반복적인 숙련노동도 로봇이 훨씬 더 잘한다. 심지어 언론의 기사도 로봇기자가 쓴다. 다보스 포럼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2021년까지 15개국에서 무려 716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25년이 되면 현재 우리나라 직업의 70.6%를 AI·로봇이 대체할 수 있다.
흔히 ‘일자리를 줄이는 일자리를 만드는 혁명’이라고 불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새로운 일자리는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그 숫자는 제한적이고 저기술·저임금 근로자와 고기술·고임금 노동자, 그리고 국가 간의 격차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우리가 이러한 흐름을 거스르거나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송하진 지사가 드디어(?) 도청 담당자에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책마련을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1만년 전에 나타난 농업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하나의 직업(심지어는 유망한 미래산업으로 꼽힌다)으로 남아 있듯이, AI·빅데이터·IoT·3D프린터· VR(가상현실)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 그 중에서도 우리 지역이 잘할 수 있는 일들을 발굴하고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것이 경제력이 취약한 전북에 더욱 맞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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