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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저변민심… 文·安 선호도 지역마다 차이 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대선 민심 탐방 르포

제19대 대통령선거가 29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어느때보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높다. 한국지방신문협회가 공동으로 부산과 광주, 대전, 대구 등 선거때마다 정치적 풍향계가 되는 4곳의 민심을 들어봤다.

 

이번 대선은 지역구도가 허물어진 것으로 평가받지만 여느 도시보다 대구의 고민은 깊었다. 대구지역 유권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과 갈라진 보수세력으로 표심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 후보를 두명이나 낸 부산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충청 대망론’이 사라진 대전·세종은 안희정 지사를 지지했던 표심이 안철수 후보에게 옮겨가고 있고, 광주는 양강 구도를 보이는 야권후보를 놓고 저울질 하고 있다.

 

[부산] "문재인-안철수, 부산 출신간 대결 아닌가"

▲ ‘시장민심’은 밑바닥 시민정서를 가장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다. 각 당은 밑바닥 민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 자갈치시장 모습. 부산일보=김병집 기자

부산은 19대 대선 양강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남항초등-경남중-경남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동래초등-중앙중-부산고) 후보의 정치적 고향이다.게다가 부산은 역동적인 표심으로 역대 대선에서 항상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던 도시이기도 하다. 부산의 선택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대선이 꼭 한 달 앞으로 다가온 9일 청취한 여론은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 구도 현실화,보수텃밭이었던 부산에 보수후보가 없는 데 대한 아쉬움,짧은 선거기간 정책공약보다 네거티브가 판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의 분위기가 읽혔다.

 

수영구 광안리 인근에서 서면 방향으로 가기 위해 탄 택시에서 기사 이영욱(56) 씨는 “요즘 택시를 타는 승객들은 대체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보다는 반대하는 후보를 욕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후보들의 네거티브 전략으로 유권자들 역시 특정 후보가 ‘돼야 하는 이유’보다 ‘안 돼야 하는 이유’에 더 관심을 가지는 듯했다.이 씨는 또 “승객들은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한다”며 “자유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등은 존재감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서면 지하철역에서 만난 회사원 이정우(37) 씨는 “나를 포함해 20~40대 유권자 층에서는 문 후보 지지 성향이 높은 것 같다”면서 “문재인 후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번 선거에서 보수 후보를 선택하면 ‘사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많아 대안으로 안철수 후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부산권인 사상구를 찾았다.엄궁시장에 부식거리를 사러 왔다는 유재혁(82) 어르신은 선거 얘기에 “나이 든 사람들은 요즘 정치 얘기 잘 안 한다.그래도 홍준표 찍어야 한다는 사람이 많다.그런데 30일 만에 뒤집겠나”라고 되물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양강 구도 사이에 언급을 꺼리고 있는 보수 지지층도 상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안 찍거나 안철수 얘기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고 밝힌 어르신은 문재인 후보에 대해선 목소리를 높이며 “이북부터 간다 하니 안 찍는다”고 잘라 말했다.하지만 이 이야기를 곁에서 듣고 있던 지승호(78) 어르신은 “안철수가 검증된 게 뭐가 있느냐.당도 호남중심의 당인 데다 그 양반이 대통령이 되면 박지원 같은 사람이 다 해 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고 혀를 찼다. 조승제(62) 개금고 교장은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해 대선 일정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대선 후보자를 검증할 시간이 짧다는 점이 아쉽다”면서 “이 때문에 이번에는 후보들이 빈 공약이 아닌 구체적 실행방안을 검증한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는 말을 주변 사람들이 많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거리를 돌며 만난 시민들 중 이름을 밝히기 꺼리는 많은 유권자가 있었다.“대선에 관심이 있지만 찍을 사람이 없다”는 답이 상당히 많았다.“문재인,안철수 중 호남에서 어떤 후보를 미느냐에 따라 지역에서는 역선택 가능성도 있다”는 전략적인 분석을 내놓는 목소리도 있었다.·부산일보=서준녕

 

[광주] "누가 되든 정권교체만 되면 되는거 아냐?"

▲ 9일 오전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 6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광주일보=최현배 기자

“누가 되든 정권교체는 돼야제. 이제 문재인, 안철수 후보 중 1명만 잘 선택하면 되는 것 아니여?”

 

‘5·9 장미대선’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를 놓고 전통적 야당 텃밭인 호남 민심이 마지막 선택을 앞두고 꿈틀대고 있다. 갑작스런 조기 대선 정국에서 호남 민심은 상당수 ‘문재인 대세론’에 빠져있었다. ‘어차피 될 사람을 밀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당 경선 과정에서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文 대세론’과 ‘安 대안론’사이에서 막판 선택을 놓고 고민이 크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호남이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 가운데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이냐로 모아지고 있다.

 

호남권 당내 경선에서 60%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두 후보에 대한 밑바닥 민심을 살펴보기 위해 주말과 휴일인 8∼9일 야권의 심장부로 불리는 광주지역 전통시장과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불리는 금남로, 신도심인 상무지구, 대학가 등을 찾았다.

 

조기 대선 정국에서 상당히 여론이 높았던 ‘문재인 대세론’의 위력은 조금 누그러져 있었다. 60% 이상 호남지역 경선 득표 결과에도 군데군데 비토 정서는 남아 있었다. 반면, 최근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함에 따라 안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예상보다 높았다. 그러면서 선거 막판까지 두 후보에 대한 선택지를 미뤄놓겠다는 시민들이 상당수였다. 과거 대선처럼 한 후보에 대한 ‘전폭적 지지’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지난 7일 오전 ‘광주 현장 정치의 1번지’로 불리는 광주시 동구 대인시장 상인들도 팽팽하게 의견이 엇갈렸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모(61)씨가 “문재인이 쉽게 되겠어. 처음에는 문재인 대세론이 너무 강해 어쩔수 없이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문 후보 밖에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주변에 상당했지만, 여전히 반문 정서가 상당하게 남아있던데”라고 말하자 옆 가게 주인이 불쑥 끼어들었다.

 

정모(56)씨는 “안철수가 되겠어요. 일시적인 바람이것제. 이미 대세는 문재인쪽으로 기울어 불었당께”라면서 “국회의원 40명 밖에 없는 정당 후보가 어떻게 어려운 정국을 이끌겄소, 그래도 의석 수가 많은 민주당의 문재인이 되는 게 맞제”라고 반박했다.

 

금남로에서 만난 대학생 김철호 씨(24)는 “다들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불안해 한다. 보수 정당과 연대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며 “문재인 후보는 검증이 끝난 사람이다. 이미 대세가 기울지 않았느냐“라며 문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감추지 않았다.

 

금남로와 대학가에서 만난 젊은 층에서는 문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안 후보에 비해 상당 부문 높은 편이었지만, TV 토론회 등 남은 선거과정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

 

이는 ‘적어도 이번에는 야권이 정권을 잡지 않겠느냐’는 기대감 속에 사실상 ‘꽃놀이패’ 를 쥐고 선거 막판 신중한 선택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광주일보=최권일

 

[대전·세종] "안지사 안 나오니까 누구를 찍어야할지…"

▲ 19대 대통령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전을 찾는 대선주자들의 ‘단골’ 방문지인 대 전 동구 원동 중앙철도시장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일보=박영문 기자

“정말 안희정 지사가 후보로 나선다면 찍으려고 했어요.”

 

지난 8일 대전 동구 한 아파트 상가 앞에서 만난 40대 여성 이모 씨는 안 지사에 대한 안타까움부터 내비쳤다.

 

그는 “지역 출신에 말도 잘하고, 젊은 정치인을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경선을 통과 하지 못해서…”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이씨는 최근 주변에서 안철수 후보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충청권의 안 지사 지지층 일부가 안철수 후보로 이동하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상가에서 만난 박은자(56) 씨는 “문재인이나 안철수나 누가 되든 지난 정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이번엔 절대 보수 후보는 찍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 중구 문창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70대 할머니는 누굴 뽑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먹고사는 게 문제지,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게 무슨 문제여? 누가 되든 다 똑같지”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반면 대전 서구 월평동에서 만난 최재훈(27) 씨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대화가 되는 보수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젊은층이라고 해서 무조건 진보성향이라는 고정관념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5일장이 열린 지난 7일 세종시 금남면 대평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누구에게 한 표를 던질지 쉽게 말하지 않았다. 마땅히 선호하는 후보가 없다 보니 답변하기 곤란한 듯 했다.

 

박육균 대평시장 상인회장은 “찍을 사람이 없는데 그나마 안철수가 낫다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젊은층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세종시청 공무원(40)은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문재인 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시 당진1동에 사는 차상길(72) 씨는 “안희정이든 문재인이든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돼야지. 안철수가 많이 올라왔지만 그래도 대통령은 문재인이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박복용(56) 씨는 “요즘 안철수 후보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아 판도를 가늠할 수 없다”며 “진보성향의 지지자들은 표심이 거의 정해졌지만 방황하고 있는 보수표심의 상황에 따라 안 후보가 유리해질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충북의 표심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보다는 관망세로 돌아선 분위기가 역력하다. 8일 벚꽃이 만개한 청주 무심천 변을 찾은 시민들은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이상수(62) 씨는 “아직까지는 관망이여, 누가 좋다거나 하는 등 구체적인 얘기들을 하지 않고 있어. 나도 누굴 찍어야 할지 지켜보고 있는 중이여”라며 “이번 선거는 다른 때와는 달리 진보와 보수 대결보다는 인물 중심의 선거가 될 공산이 클 것 같어”라고 에둘러 말했다. 대전일보=김진로·인상준

 

[대구·경북] "찍을 후보 없다…이참에 확 마 갈아볼까"

▲ 보수층 민심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구 서문시장은 대선 후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8일 오후 서문시장 ·매일신문=김영진 기자

18대 대선을 코앞에 뒀던 지난 2012년 12월의 어느 날 대구 서문시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시장에 도착하자 구름인파로 시장은 삽시간에 콩나물시루로 변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하는 외침속에는 “대구는 안와도 되예. 우리가 있어예”라는 만류의 목소리도 굵었다. 대구는 하늘이 두쪽나도 박근혜를 찍는데 이럴 시간에 취약한 곳에 가서 한표라도 더 얻으라는 충고(?)였다. 일방향 민심은 결국 대선에서 80.14%란 높은 득표율로 이어졌다.

 

5년이 지난 이달 초 대구 서문시장.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연이어 서문시장을 찾았지만 예전만큼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았다. 후보 주위를 둘러싼 100여명의 인파 속에는 지지자들과 행인이 섞여 있었다. ‘찍을 후보가 없다’는 탄식에서부터 ‘이제 고만 와라’는 후보 비방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9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일방향을 고집했던 대구·경북(TK) 표심은 갈지자(之)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충성 표심에서부터 죽어도 문재인은 안된다는 심리가 반영된 전략적 선택, 이번엔 바꿔야 한다는 야권을 향한 손짓까지 대선때마다 한 방향으로 쏠렸던 TK 표심이 분산되고 있다. 보수의 구심점이었던 TK 표심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로 파면·구속되고, 보수세력이 둘로 갈리며 궤멸 위기에 몰리자 갈 곳을 잃고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택시기사 민부기(47) 씨는 “문재인 후보는 가시밭길인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어 왔기에 서민들을 잘 이해하고 고통을 덜어줄 후보라고 생각한다”며 “평생을 대구에서 살아왔지만 이번에는 문재인을 찍겠다”고 했다.

 

이명규(56) 경영텍스 대표는 “대한민국 적폐를 깰 적임자인 문재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배기하(35) 변호사도 “이제껏 보수 후보에게 투표를 했지만 이번만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문재인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문 후보 손을 들어줬다.

 

경선과정에서 안희정 도지사가 문재인 후보에게 패하고 홍준표 후보가 지지세 확장에 한계를 드러내자 TK의 시선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로 향하고 있는 기류도 감지된다.

 

대구는 그래도 한국당이란 정서도 강하게 표출됐다. 대구시 공무원 A(58)씨는 “대구의 정치 뿌리가 자유한국당 아니냐”며 “한국당이 잘 못한다고 국민의당, 민주당 후보를 찍는다는 것은 자식이 실수좀 했다고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교사 박모(42)씨는 “진주의료원 사건과 평소 언행을 보니 아닌 건 아니라 하고 결단력 있어 보이는 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모습을 지켜보면서 정치적 무관심이 커진 경향도 엿보였다. 서비스업 종사자 김수정(49) 씨는 “투표를 하지 않겠다. 마땅히 맘에 드는 후보가 있지만 찍은들 당선은 불가능하다”며 투표 포기 의사를 밝혔다. 매일신문=임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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