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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의 매력

오는 24일부터 무주 태권도원에서는 2017 무주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지난 2014년 9월 태권도원이 문을 연 이후 가장 큰 행사가 아닌가 싶다. 대회 유치 과정에서 송하진 지사를 비롯한 전북도와 출향인사 등 많은 사람들이 뜻과 힘을 모았지만, 그에 앞서 태권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10여년 전 태권도원 유치도 어렵게 이뤄졌다. 전북도와 무주군은 그 어느 지역보다도 절박한 마음으로 혼신을 다해서 유치를 준비했고, 김세웅 당시 무주군수는 군민들과 함께 강원도 춘천까지 천리길 도보행진을 하며 대내외에 여망을 과시했다.

 

홍보전도 엄청났다. 심사단의 방문길인 무주IC에서 설천면 후보지까지 구간에는 환영인사와 유치염원을 담은 현수막이 도로를 가로 질러 빽빽히 하늘을 뒤덮었고, 후보지 주변의 울타리는 군민들의 소망을 담은 손 편지로 온통 도배했다.

 

보여주기식 노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역의 태권도 뿌리를 찾아서 정리하고, 남한의 배꼽이라는 지정학적인 장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배꼽’이라는 표현은 상당한 호소력이 있었다. 얼핏보면 ‘오지’같기도 하지만, 서울이나 부산, 전남 등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2시간 30분 정도면 접근할 수 있는 남한의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인체에 빗대 강조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초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핫 이슈로 떠오르던 시기여서 속 마음이야 어떻든 모두가 머리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지방과 균형발전에 대한 관심은 소홀해졌고, 태권도 관련 단체들은 태권도원 입주를 외면했다. 태권도원 운영단체인 태권도진흥재단의 직원들도 항상 수도권을 그리며 생활하고 있다. 무주의 배꼽은 힘을 잃었다.

 

그러나 배꼽에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꼽참외는 생김새와 달리 일반 참외보다 당도가 훨씬 높다. 기온이 올라가면 젊은 여성들은 배꼽티를 걸치고 배꼽을 드러낸다. 배꼽에 피어싱을 하여 섹시함을 더하기도 한다. 참외배꼽을 가진 여성들은 더 예쁜 배꼽을 갖기 위해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웃음을 뒷받침하는 힘도 배꼽에 있다. ‘웃다가 배꼽 빠져도 책임 못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노무현 정부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또다시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 작업이다. 2017 무주 WTF 세계선수권대회 개최로 무주가 또다시 우리나라의 배꼽으로 위상을 되찾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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