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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14년, 갈길 먼 가정위탁제도 ② 실태] 나이 고려 않고 월 15만원 '턱없는 보조금'

보호할 아동 많지만 시민 관심·홍보 저조 / 친권행사 할 수 없어 정상적 활동도 어려워

“가정위탁제도가 시행된 지 14년이나 지났지만 제 주위엔 ‘그게 뭐냐’고 묻는 분들이 더 많아요. 제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다 지원금도 제자리 걸음이고, 혜택도 거의 없어요.”

 

도내 상당수 가정위탁 부모들의 반응이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끝이 보이지 않지만, 이들 아동을 맡아서 키워줄 위탁에 대한 관심은 저조하다. 현장에서는 위탁 가정에 지원되는 양육보조금이 턱없이 부족하고, 별다른 혜택도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전북가정위탁지원센터의 가정위탁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도내 가정위탁은 지난달 기준 총 607세대 803명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 보면 생면부지인 남의 아이를 맡는 일반위탁은 총 40세대 54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가족과 친인척들이 맡아주는 대리양육위탁(할머니·할아버지) 427세대 575명과 친인척위탁(고모·삼촌) 140세대 174명이다.

 

도내 위탁 아동 803명 중 344명은 부모의 이혼 때문에 위탁됐고, 사망(207명)과 별거·가출(187명), 수감(28명), 장애(13명), 혼외출생(11명), 학대·방임(9명), 질병(8명), 빈곤(4명) 등도 위탁 이유로 꼽혔다.

 

만 18세 이상이 되면 위탁 대상에서 제외돼 친가정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위탁이 종결된 43명 가운데 단 3명 만이 친가정으로 복귀했다.

 

나머지는 군 입대를 하거나 독립을 하는데, 정부는 친가정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위탁아동에게는 자립지원금 300만 원과 200만 원의 대학 진학금을 단 한 차례 지원하고 있다.

 

위탁 가정의 동력인 양육 보조금도 외면받고 있다. 현재 정부가 위탁 가정에 주는 지원금은 아동 한 명 당 매달 15만 원이다. 이는 전국의 모든 아이들이 동일하게 지급받는 금액으로 연령별·상황별에 따른 차등이 없다.

 

일부 가정에서는 위탁 아동을 키우는데 들어가는 교육비 부담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10여 년간 3명의 아동을 위탁하고, 1명을 입양한 손정자 씨(63·전주시 호성동)는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을 보고 위탁을 하려고 했다면 진작에 포기했다”며 “사랑으로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 탓에 주변에서 위탁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어렵게 위탁 아동을 맡은 가정도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힘들다. 위탁 아동 명의로 된 휴대전화와 통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친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위탁 부모는 친권 행사가 되지 않는 단순 ‘동거인’이기 때문이다.

 

평생 친자로 키우는 입양과 달리 일정 기간을 돌보는 위탁이 더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전주시 서노송동에 전북가정위탁지원센터가 있지만, 종사자가 센터장을 포함해 10명에 불과해 현재 가정위탁 가정과 종결된 아동의 사후 관리 등 방대한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전북가정위탁지원센터 교육지원팀 전미란 과장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자라는 것이 좋지만,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부터 시설 보호를 먼저 생각하고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며 “그나마 입양에 대한 인식과 관심은 최근들어 높아지고 있지만, 위탁 가정은 여전히 소외된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육보조금이 지난해 12만 원에서 올해 15만 원으로 한 차례 인상되기는 했지만, 아동이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것과 무관하게 15만 원이 지원되고 있다”며 “연령이나 상황에 따라 보조금 지원의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 과장은 “특히 정상적인 가정의 자녀들과 달리 결손가정 자녀들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이 사라지지 않으면 모든 것은 공염불”이라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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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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