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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 전북 실태는…

작년 도내 피해자 133명 중 27.1% 매일 학대 / 가해자 대부분 배우자·자녀여서 신고 꺼려

#. 지난 13일 오전 전주시 모처에서 만난 A씨(68)는 조심스러운 모습이었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수년간 동거하던 사실혼 배우자에게 폭행 당해온 그는 현재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평소에 겁주고 협박하고 수없이 때렸지만 참고 살자 생각했었는데, 흉기를 들고와 죽이겠다 위협하니 너무 무서워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고 했다. 짧은 대화 중에도 A씨는 “남편이 알 수 있을 지 모른다”며 불안해 했다.

 

“죽을 때까지 맞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A씨는 쉼터에서 함께 지내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남은 삶은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A씨는 현재 학대를 받는 노인들에게 “맞는 것뿐만 아니라 겁주고 협박하는 것도 폭력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시대가 변한 만큼 참지 말고 권리를 찾고, 필요하다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북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동안 학대 피해를 받았다고 판정된 노인만 361명에 달하고 이들 중 60%가 넘는 노인이 정서적·신체적 학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40%는 경제적 학대나 방임 등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관이 지난 한 해동안 파악한 노인 학대 피해자 133명 가운데 27.1%는 매일 학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7.3%는 1주일에 한 번 이상, 24.1%는 한달에 한번 이상 학대를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 큰 문제는 학대 행위자가 주로 자녀라는 것이다. 이는 노인 학대 피해자가 신고를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학대 행위자 중 아들이 39.4%로 가장 높았고, 배우자(20.6%)와 딸(14%) 순이었다.

 

이에 대해 전북노인보호전문기관 정미순 관장은 “신고나 학대 상담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는 이유는 학대가 없어서가 아니라 학대 받는다는 인식을 못하거나 학대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학대를 당하는 것도 마음아픈데, 내가 낳은 자식에게 학대를 당한다면 정말 낭떠러지로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인 문제는 특정 취약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노인이 되기 때문에 보편적인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며 “노인 학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해결책도 고민하고 부족한 제도도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 학대 피해를 당하고 있는 노인은 국번없이 1577-1389로 연락하면 된다.

 

한편 15일은 제1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다.

 

UN(국제연합)은 2006년 6월 15일을 ‘세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정했다. 노인 문제에 전 세계가 관심을 갖고 예방·보호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정부도 올해부터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기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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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석 1000ks@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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