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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들이 전북을 떠나게 할 것인가

▲ 박삼옥 상산고 교장·서울대 명예교수
전북교육청은 전주, 군산, 익산의 학생이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할 경우, 해당 지역의 일반고가 설령 정원이 미달될지라도 그곳에 배정하지 않고, 원거리 비 평준화지역의 정원미달 학교에 배정할 방침이다.

 

이는 사실상 학생,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해 자사고 지원 기피를 유도하고, 결국 자사고를 정원미달 사태를 통해 없애겠다는 의미다.

 

자사고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제도를 바꾸거나 개선할 일이지 자사고를 지원하는 학생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와 같은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인가?

 

필자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난 지 47년만인 2013년 9월 전주로 돌아와 고교 교육에 전념해왔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자사고를 지원한 학생들을 마치 무슨 죄인이나 되는 것처럼 취급하여 인재들이 전북을 떠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대학으로부터 서울대학교에서의 연구 및 행정 경험을 살려 일해 달라는 요청들을 다 뿌리치고 고향에 돌아온 필자였기에, 이런 현실 앞에서 꿈이 산산조각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필자는 많은 연구를 통해 지역의 과학기술과 첨단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힘을 보탰다. 연구개발 특구법 제정, 지방이전 공공기관 선정,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 과정에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테크노파크 건설, 지역혁신체계 구축, 산업클러스터 조성 등에서 이론과 자문을 통해 전북의 발전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고 자부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인재 양성이 가장 필수적임을 강조해왔다. 일자리 창출과 인재 양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병행하지 않으면 지역발전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전북은 현대중공업 가동중단,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수많은 실업자가 나오고 인력들이 지역을 떠나고 있다. 이 상황 속에서 전북 인재 양성의 뿌리를 뒤흔들어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용인시는 자사고인 한국외대부속고등학교 유치를 위해 480억 원을 들여 교사(校舍) 신축과 설비 및 집기 등을 갖춰줬다. 정원의 30%는 용인지역 학생을 선발하도록 협약까지 맺었다.

 

반면, 상산고 홍성대 이사장은 지난 15년 동안 자사고를 운영해오면서 학생 등록금의 77%에 해당하는 450억 원의 사재를 투입하는 동안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전북지역 학생을 위해 정원의 25% 가량을 할당해 선발, 교육해왔다.

 

그런데 이제 상산고는 이 지역의 인재 25%를 뽑지 못할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동안 전주에 상산고가 있었기에 지역 내 상당수 학생들이 서울 등으로 유학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국의 우수 학생들이 전주로 유학을 와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았다.

 

경향각지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전북을 방문하고, 우리 지역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등 전북의 인지도와 관광에도 크게 공헌해 왔다. 자사고인 상산고로 인해 혁신도시 활성화나 기업유치에 큰 도움이 됐다는 말을 도청 관계자로부터 수없이 듣고 있다.

 

앞으로 상산고가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전북 인재들은 이제 서울로 떠날 것이다. 가뜩이나 전북의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재정지원 없이 우수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상산고를 궤멸시키고자 하는 정책입안자들에게 “진정 전북의 미래와 발전을 생각하고 있는가” 엄중하게 묻고 싶다.

 

인재들이 떠나는 지역은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하고, 희망과 미래가 없다는 것은 경제지리학의 엄연한 진리라는 점을 깊이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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