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삼례읍 금반마을서 약 230년 전 세워진 불상
과거 부처님오신날 불 켜 “수로공사중 사고 막아줘”
‘만경강사람지킴이’ 회원 1930년 서적서 기록발견
마을의 무사안일을 기원하며 230년 가까이 마을을 지켜온 돌로 된 불상(佛像)이 잡초에 뒤덮인 채 방치되고 있다. 주민의 무관심 속에서 ‘돌덩어리’로 전락한 불상의 유래를 끌어내 향토문화 콘텐츠로 개발해야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오전 완주군 삼례읍 후정리 금반마을. 우뚝 솟은 흙더미 위에 65㎝ 정도 높이의 불상이 보일 듯 말듯 자리해 있다. 텃밭 옆에 놓인 불상은 성인 남성보다 높게 자란 잡초 더미에 갇혀 있었다. 머리와 몸통이 구분됐지만, 뚜렷한 생김새가 없어 눈사람처럼 보였다. 불상의 앉는 자리인 대좌와 지붕은 콘크리트 소재였으며 비바람을 막는 듯했다. 철로 된 울타리도 둘러쳐져 있었다.
인근 텃밭에서 만난 한 주민은 “과거에는 부처님 오신 날인 4월 초파일에 불도 켜고 관리가 이뤄졌다”며 “불상을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고 전해져 사람들이 많이 찾았었다”고 했다.
불상의 사연은 기구하다. 완주군과 완주문화재단이 공동 연구한 ‘2016 완주군 마을문화실태조사 삼례편’에는 불상에 얽힌 민담이 여럿 소개돼 있다.
‘앞쪽의 둑방으로 물이 흘렀었는데, 사람이 많이 빠져 죽었다. 한 스님의 말을 듣고 주민이 불상을 세웠다’고 설명돼 있다.
이와 함께 ‘수로가 복개되기 전 도랑이 자주 무너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마침 일본인이 도랑을 파다가 불상을 발견해 울타리를 치고 보호했는데 그때부터 도랑이 무너지는 사고가 없다’고도 적혀있다.
이를 유추하면 제방을 축조하는 과정에서 불상이 나왔고, 제방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불상의 안치로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불상이 다시 세상에 나온 건 ‘만경강사람지킴이’ 회원 손안나 씨(52) 때문이다.
손 씨는 지난 1930년 일본인 후지이 간타로가 발간한 책 ‘불이농촌’에서 이 불상에 관한 기록을 찾았다.
이 책에는 ‘140여 년 전 삼례의 부자 백대석 씨가 만경강 물을 끌어오기 위한 수로 공사를 어렵게 하다가 당시 파낸 돌을 지장(地藏)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덕에 완공할 수 있었다’고 돼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불상이 만들어진 것은 무려 228년 전으로 추정되는 셈이다.
손 씨는 “금반마을에 불상이 발견된 건 1790년대로 보인다”며 “손으로 만든 것 같지는 않고, 자연석이 부처와 닮은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재적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질문을 버리고, 문화사적 가치로 향토문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한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손 씨는 “보잘것 없어 보이는 돌이더라도 엄연히 문헌 기록도 남아 있는 230년 가까이 된 선조의 유물”이라며 “지자체에서 푯말이라도 설치하고, 향토문화 콘텐츠 측면에서 스토리텔링을 더한다면 지역의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