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오래된 도시의 가치

가나자와는 일본 이시카와 현의 현청 소재지다.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고, 옛 모습이 잘 남아 있어 일본의 대표적인 전통문화도시로 꼽힌다. 금박공예나 가가유젠(염색기법)과 같은 전통공예와 다도나 노가쿠 같은 전통문화, 가가요리나 화과자 같은 음식문화에 이르기까지 가나자와가 자랑하는 전통문화 자산은 차고 넘친다. 2009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창의도시(공예)’가 된 것도 이 덕분이다. 그러나 가나자와는 그 이전부터도 ‘창조도시’(Creative City)로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산업사회 이후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지역의 자원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해 복원하려는 창조적 상상력으로 도시를 성장시킨 ‘창조도시’는 21세기형 도시를 상징한다. 둘러보면 이름을 알린 적지 않은 도시들이 이 ‘창조도시’의 대열에 끼어 있는데 그 도시들의 공통점은 거개가 오래된 도시라는 점이다.

오랫동안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도시를 연구해온 강동진교수가 오래된 도시의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책을 펴냈다.

주목할 만한 주장이 있다. 강 교수는 ‘오래된 도시들이 지금 혼돈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한다.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순간’과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의 기로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래된 도시들이 장애를 돌파할 수 있는 최선의 답으로 ‘보전’을 제시한다. 강 교수가 제시한 ‘보전’은 ‘개발과 보존의 균형 감각 속에서 자기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들의 능동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개념’이다.

그가 내놓는 오래된 도시의 ‘보전’은 오래된 도시의 ‘재창조’를 뜻한다. 스스로의 강점을 찾으려 하지 않고 남을 따라가는데 만 급급했던, 함부로 급하게 추진해 오히려 많은 것을 잃어버린 오래된 도시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있다. 작고 낡은 것의 소중함을 발견하라는 것이다. 그는 다른 도시와 차별되는 그 도시만의 작고 낡은 것의 가치가 ‘창의적인 컬처노믹스’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지방선거가 끝났다. 앞으로 4년, 크고 작은 도시를 이끌어갈 단체장들이 내세운 공약 중에는 다행스럽게도 차별성이 돋보이는 정책들이 눈에 띈다.

‘지역이 가진 작고 낡은 옛 것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도시’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은 노정이다. 그러나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고 가치 있는 힘이다.

오늘날 주목받는 세계적인 도시들이 걸어온 길이 바로 그 증거다. <김은정 선임기자>

김은정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정부 “용인 반도체산단 이전 고민“…전북 “새만금이 적지”

정치일반전북 찾은 조국 "내란 이후 세상은 조국혁신당이 책임질 것"

김제김제에도 호텔 짓는다...베스트웨스턴-김제시 투자협약, 2028년 개관

김제김제지평선먹거리통합지원센터 개관식

전시·공연새로운 가능성을 연결하다…팝업전시 ‘적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