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귀농 8년차 사과농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애통한 사건이 있었다. 올해 사과가격 폭락으로 상실감에 있던 중 행정에서 사과 팔아주기 운동으로 10kg 100여 박스와 5kg 100여 박스를 주문 납품했으나 반품이 되자 상심이 컸다고 한다. 농산물가격 폭락으로 인해 농민이 고통 받지 않을 방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 농심은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양파, 마늘 등을 비롯해서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한 작목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여기다 7개나 되는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주면서 폭우와 강풍으로 농산물에 심각한 피해를 입혀 농민들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돼지열병으로 축산농가의 불안과 시름도 깊어가는 상황이다.
천재지변과 병충해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열심히 잘 가꾼 농산물의 가격이 폭락해서 농민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다. 더구나 농산물의 가격폭락 원인을 ‘과잉생산’에서 찾는 것은 그 책임마저 농민에게 전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농산물가격 폭락의 문제는 비단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도시 소비지의 가격은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 되풀이 된다. 근본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땜질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변혁이 필요하다. 그 첫 단계로 정부는 생산자인 농민과 함께 현재의 문제를 찾아 극복해야 한다. 정부, 생산자협회, 농협, 지자체가 함께하는 수급조절위원회를 구성해 제대로 된 농산물 수급과 가격정책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전북도의 경우 3년 간 시범적으로 농산물 최저가격제를 시행하고 올해는 8개 품목에 농산물 차액 보전 한도액을 연간 100억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국가의 지원이 절실하다. 문제는 이를 보장할 법적근거가 아직 없는 것이다. 국회가 나서서 모든 농산물에 대해 최저가격 보장제도를 시행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 급선무다.
농협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농협이 도시에 지점을 만들고 신용사업에 몰두하는 것보다 농산물 가공과 유통 개선에 더욱 역점을 두었으면 한다. 강원 영월농협은 지역농산물을 시중가격보다 높게 매입한 후 100여 가지 가공제품을 만들어 팔아준다. 지점을 이용한 로컬푸드 직매장은 물론 가공사업 과 유통구조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농산물가격 안정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푸드플랜이다. 국가와 지역의 먹거리 종합전략을 수립하고 중소농과 지역 소비자간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공공급식의 확대를 통해서 도시민에게는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고 생산자는 수급안정을 통한 제값 받기가 가능해질 수 있다.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많고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운 시도도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관성에 젖어 하던 대로 해서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적인 기술을 투여하면서도 중소농을 살리기 위한 따뜻한 시선이 공전하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열심히 일해도 손해만 보는 일이 억울해서 목숨 끊는 농민이 없도록 농민의 삶을 지탱하는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에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지길 염원한다.
/유희태 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특별위원회 부위원장·전 기업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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