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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북 문화계 결산 ③ 연극] 아직 끝나지 않은 ‘미투’ 잔혹사

전북연극협회, 상처 치유 노력
가해자 ‘무대 복귀 시도’ 논란

지난 3월 14일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린 인권포럼 ‘전북 문화예술계 미투 1년,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지난 3월 14일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린 인권포럼 ‘전북 문화예술계 미투 1년,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지난해 전북 연극계를 뒤흔든 ‘미투(#MeToo·나도 당했다)’는 올해도 피해자들의 눈물 속에 여진이 계속됐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이하 전북연극협회) 제25대 지회장으로 추대된 조민철 회장은 회원들과 함께 아물지 않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그러나 전북연극협회 제명과 협업 배제 조치가 내려진 미투 가해자들이 연극무대 복귀를 시도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이런 역경 속에서도 전북 연극계는 전북연극제·영호남연극제·전북소극장연극제의 맥을 이으며 ‘2020년 연극의 해’를 준비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 새 지회장 선출, 협회 안정화 팔 걷어

전북연극협회 제25대 지회장 선출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었다.

정두영 지회장이 단독으로 출마했지만 찬반투표에서 부결돼 재선에 실패했고, 2차 후보 접수를 진행했지만 지원자마저 없었다. 전북연극협회 정상화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2월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린 ‘2019년도 임시총회와 제25대 임원개선’에서 조민철 지회장이 추대돼, 2022년 1월까지 3년간 전북연극협회를 이끌게 됐다.

제23대 전북연극협회장을 맡아 활동했던 조민철 지회장은 폭넓고 즉각적인 회원 소통을 통한 협회 안정을 추구했다. 소통위원회를 구성해 미투 피해자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 고민하는 한편 화합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회원들과 머리를 맞댔다.

 

△미투 가해자, 복귀 시도… 피해자들 2차 피해 우려

연극 생태계를 바꾸기 위한 전북연극협회의 노력이 있었지만 미투 관련 진통은 계속됐다.

가해자로 지목돼 전북연극협회에서 제명된 A씨는 협회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고, 전 극단대표 B씨는 지난 6월 광주고법 전주재판부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2개월 감형을 받았다. 또한 B씨가 대표로 있던 극단은 지난해 해산됐지만, 핵심 멤버들이 모여서 새로운 극단을 만들고 해산된 극단이 운영하던 소극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명됐던 C씨는 최근 연출과 각색을 맡아 연극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고, 미투 가해자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북 지역 한 사립대학의 D교수는 아직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협업 금지’를 어기고 가해자와 함께 작품을 만든 전북연극협회 회원 징계 필요성과 미투 피해자들의 2차 피해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전북연극협회는 제명된 가해자들의 연극 활동을 막을 수 있는 뚜렷한 제재방안이 없다보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회원과 예비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성인식 개선에 집중했다.

 

대한민국연극제에 출전해 은상을 받은 창작극회의 ‘아 부 조부’.
대한민국연극제에 출전해 은상을 받은 창작극회의 ‘아 부 조부’.

△‘2020년 연극의 해’… 아픈 만큼 치열했던 창작열

전북 연극인들의 창작 열기는 창단 60주년을 눈앞에 둔 극단 ‘창작극회’, 개관 30주년을 맞는 전주 ‘창작 소극장’을 중심으로 피어올랐다.

지난 4월 열린 ‘제35회 전북연극제’에는 극단 까치동·마진가·자루·창작극회·둥지 등 5개 극단이 참가했으며, 모두 창작초연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창작극회 ‘아 부 조부’ 가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전북 대표로 ‘대한민국연극제’에 출전해 은상을 받았다.

미투 후폭풍으로 존폐의 기로에 섰던 ‘영호남연극제’는 제20회 성년을 맞아, 경북·광주·전북·경남에서 4개 극단이 참여해 작품을 선보였다.

제27회 전북소극장 연극제에서는 극단 자루·창작극회·마진가와 대전 공연창작집단 ‘사고뭉치’가 참여해 전주 공연예술소극장 ‘용’과 ‘창작 소극장’에서 열흘씩 작품을 올렸다. 이달 29일까지 극단 마진가가 창작초연작 ‘금자네 반찬집’을 선보인다.

전북연극협회 조민철 지회장은 2019년 전북연극계에 대해 “아픔을 드러내고 닥쳐올 염려와 걱정들을 넘어서 살을 도려내는 아픈 과정이 있었다. 올해는 그동안 애써서 준비해왔던 여러 가지 것들을 세상에 내놨던 시기였다”며 “내년 연극의 해에 맞춰, 적어도 외적으로는 정상 행보를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미투 관련해서는 “올해 겉으로는 사그라드는 것처럼 보여도 여전히 (문제가) 잔존하고 있고, 과정을 밟아가면서 차분히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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