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철 전북연극협회장 “공연 중단, 피해 극심”
“2020 연극의 해 예산, 피해 예술인 지원에 써야”
밀폐된 공간, 작은 무대 위에서 뛰고 소리치며 온몸으로 삶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해온 연극인들이 생계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관객을 바라보고 함께 호흡해왔던 연극 무대는 기약도 없이 제자리에 멈췄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상반기 연극을 비롯한 각종 공연과 문화행사가 모두 중단된 만큼, 하반기에 공연장 대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 전주한옥마을 인근에 자리한 소극장 한옥마을아트홀은 개관 13년 만에 휴관을 결정했다. 1월 초 ‘오래전애’라는 공연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실감한 터라 최근 상황에 더욱 큰 타격을 느끼고 있다.
3일 소극장 개관 이후 처음으로 ‘휴관’ 안내문이 붙은 한옥마을아트홀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김영오 대표는 “부모님들이 초등학생 자녀들의 손을 잡고 보러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관객참여형 연극을 이번주부터 시작할 계획이었다. 이미 도내 도서관과 문화의 집에도 홍보를 마친 상태였다”면서 “코로나19의 끝이 어딘지, 그 이후에도 공연을 언제쯤 재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보니 더욱 답답할 노릇”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 전주 한해랑아트홀은 연극 ‘뷰티풀 라이프’의 공연일정을 2월에서 3월로 한 차례 연기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지난달 5일을 마지막으로 공연을 마감했다. 게다가 지난 28일 시작하려 했던 새 작품은 물론, 오는 20일로 계획했던 새 공연도 모두 다 접었다. 소극장 운영 4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한 달 째 공연을 올리지 못했다는 유람식 한해랑아트홀 대표는 “일단 3월 중순까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4월 말이나 5월 중순에 공연을 재개하려고 계획중”이라면서 “저 뿐만 아니라 전북지역과 서울 대학로 등 전국의 공연가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이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 군산에서 극단 ‘사람세상’의 총괄기획을 맡고 있는 연극배우 추미경 씨는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소극장에 올리려고 했던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학교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해오던 연극교육도 개학이 연기됨에 따라 당분간 만나기 어려워졌다.
추미경 씨는 “3~4월 공연을 위해 한 달간 연습했지만, 공연을 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출연 배우들과 어제 해체식을 가졌다”면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는 상황에서 막연히 집과 연습실만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조민철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장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연극 공연계 피해 상황을 전하며 “암담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보통 연극인들 사이에서 겨울과 연초는 새 공연을 준비하는 준비기간이어서 수입이 없는 탓에 ‘보릿고개’라고 합니다. 공연을 올려서 수익을 낼 수 있는 3~4월만 기다리고 그 겨울을 보냈단 말이에요. 더욱이 소극장은 공연을 올려야만 시설을 유지할 수 있어 생계와도 직결된 일입니다. 그러니 연습도 공연도 불가능한 현 상황이 더욱 암담할 수밖에요.“
‘개점 휴업’ 상태, 혹은 휴업과 폐업까지 감수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소극장을 운영하는 지역 연극인들은 자구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조민철 회장은 ”설령 정부예산이 연극인을 위한 긴급 예산을 편성한다해도 지역에 위치한 이들에게까지 고루 미칠 지도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공연 중단에 따른 지역 연극인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생계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국가와 지자체의 실효성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는 ‘연극의 해’로 지정됐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그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함에 따라 전국 연극계에서 공연 취소와 연기, 관객 감소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연극협회는 지난달 24일 서울 대학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20연극의 해’ 관련 예산 21억 원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 연극인을 지원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연극협회 오태근 이사장은 ”대학로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연극을 업으로 하고 있는 연극인들의 고통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배우와 스태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연극의 해’ 관련 예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검토해달라“고 주장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