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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내미니 그는 내 어깨에 걸터앉았다 ‘앵무새는 나의 운명’

삼천동 효문여중 뒷골목 유명인 정석범 앵무새 할아버지
공직 35년 근무 후 우연히 알게된 앵무새 매력에 흠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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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삼천동에 거주하는 정석범 앵무새 할아버지

“조용히 손을 내미니 그는 내 어깨에 걸터 앉았습니다. 앵무새는 나의 운명이죠.”

전주 삼천동 효문여중 뒤 먹자골목에 가면 언제나 앵무새와 함께 산책을 하는 70대 노인을 만날 수 있다. ‘앵무새 할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동네에 소문난 유명인이다. 노인같지 않은 세련된 옷차림에 알록달록 색상을 자랑하는 앵무새의 조합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인공은 바로 정석범 씨(72)로 그는 전주시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해 35년간 근무한 뒤 6급 계장으로 공직을 마무리했다.

정 씨의 아버지는 어릴적부터 새를 좋아했고, 여러 종류의 새를 길렀다고 한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자라서인지 진안 한 장날에 앵무새를 본 후 여러 날을 고민하다 앵무새(파인애플 코뉴어)를 암수로 구입했다. 앵무새의 이름을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지으려했지만 부인의 강력한 요청으로 한국식 이름인 갑돌이와 갑순이로 애명을 지어줬다고 한다.

그는 하루종일 앵무새 옆에서 모이와 우유를 주며 함께 생활했다. 서로가 친해질 무렵 오후 4시(우유주는 시간)만 되면 앵무새가 다가와 애교를 부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앵무새에게 손을 내밀자 어깨 위로 날아 걸터 앉았다. 그 후 앵무새는 정 씨의 어깨를 둥지삼아 생활했다. 혹여 데리고 밖에 나가면 도망갈까 염려도 많았지만 기우였다. 밖에서 날아가도 고작 2~3m 반경에 있었다.

이후 정 씨와 갑돌이·갑순이는 함께 먹고 자고 마시며, 지인들과 만나는 식사자리나 술자리까지 동행하게 됐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갑돌이와 갑순이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고, 그런 모습이 그에게는 유일한 낙이였다.

갑돌이·갑순이와 동네 산책길에 나서면 언제나 주변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앵무새들도 이런 시선이 싫지 않았던지 오히려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정 씨는 “갑돌이·갑순이를 보면 새를 좋아하셨던 아버님이 생각난다”며 “늦둥이가 생겼다는 마음가짐으로 갑돌이·갑순이를 대하고 있는데 이젠 정말 한가족이라는 느낌이 꽉 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사람들이 고양이나 강아지 등을 애견 애묘로 많이 키우지만 앵무새 역시 그 화려한 매력이 대단하다”며 “갑돌이·갑순이는 단순한 애완 조류가 아닌 제 신체의 일부”라고 덧붙였다.

 

이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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