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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작년 것만 상기도 남았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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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계절은 두부모처럼 뚜렷하지 않지요. 어제 날린 눈발에도 오늘은 정녕 봄입니다. “정원의 매화가 가장 먼저 피어났으니 뒤따라 앵두, 살구, 복사꽃이 차례로 피어”나겠지요. 그래요, 당나라 시인 백낙천(白樂天)이 춘풍(春風)에서 읊었듯이요. 

 

토요일 오후 선운사에 다녀왔습니다. 유별났던 지난겨울 탓일까요? 마음 시려 동백꽃이나 보러 갔었습니다. 대웅전을 돌아드는 어둑한 눈에 붉은 점 몇 맺혔을 뿐이었지요. 아직 불씨 같던 그 꽃망울을 후- 후-, 며칠 봄바람이 불어대면 확 살아날까요? 행여 마음 환해질까요?

 

동박새도 자주 들여다보았겠지요. 올해도 때를 못 맞췄습니다. 동백꽃이 늦은 게 아니라 내 마음이 급한 걸 겁니다. 하긴 한평생 걸음 맞아떨어진 적 몇 번이나 될까요? 어디 활짝 피어야만 꽃일까요? 붉은 마음 이미 꽃이겠지요. 그러니 내 헛걸음도 아주 허탕은 아니겠지요. 

 

동백은 세 번 핀답니다. 나무에 붉고, 땅 위에 붉고, 마음에 붉답니다. 꽃은 못 보고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미당(未堂)의 시비(詩碑) 빈자리만 보았습니다. 시시비비 가릴 것 없이, 시조차 미워할 수는 없었지요. 아직 꽃 안 켠 선운사가 오랜 기억인 듯 어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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