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역사회에 낭보 하나가 전해졌다. 전북에서 8년 만에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가 나왔는데 이 학생은 N수생도 아니고 특목고나 자사고가 아닌 일반고 재학생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전주 한일고 3학년 이하진 군이다. 진학지도 경험이 풍부한 교사들은 학생의 고교 입학 성적만 보고도 3년뒤 SKY 진학 여부를 거의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고 하는데 고입 당시 최상위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 이 군은 학교의 체계적인 수업과 관리, 교육청의 학력신장 프로그램과 같은 학습지원을 바탕으로 성적을 끌어올려 대박을 냈다고 한다. 학생이나 부모는 당연히 축하받을만하고 그동안 지도해온 학교나 교사, 담당 장학사들의 헌신적인 노력 또한 제대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런데 크게 기쁘면서도 이번 수능 만점 상황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는것 같다. 유정기 전북교육감 권한대행은 전주한일고를 방문, 이하진 군에게 축하를 건네고 교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런가하면 도교육청은 담당자가 무려 7명이나 적시된 보도자료를 냈다. 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진로담당장학관, 담당장학사 2명, 한일고 교장, 부장, 담임 등이다. 전북을 넘어 전국적인 이슈가 될 수도 있고, 교육계 안팎의 관심도를 감안하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전북도나 교육청, 시군을 통틀어 단일 사안에 대해 7명의 담당자를 적시한 보도자료는 최근 수십년동안 본 적이 없다.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뭐가 잘 되면 내탓이고, 잘못되면 네탓을 하는게 이 시대의 사회풍조임을 거듭 깨닫게 된다.
요즘 지역사회에서는 온통 네 탓 공방이 거세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삿대질은 점입가경이다. 정치인들은 저마다 자기가 ~사업예산을 확보했다며 생색내는데 급급한 반면, 지역사회의 주요 이슈인 새만금사업, 올림픽, 전주완주 통합, AI컴퓨팅센더 등에 대해서는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사실 오늘날 전북이 이토록 추락한 가장 큰 책임은 지역사회의 리더들이었다. 평범한 도민 개인이 갖는 책임이 1 이라고 하면 역대 도지사나 시장군수, 국회의장이나 총리, 국회의원이나 장차관을 지낸 이들의 책임은 백만, 천만은 된다. 정말 실력이 좋은 학생은 100점을 받아도 자랑하지 않는다. 평소 30, 40점 맞다가 60, 70점 맞은 학생이 동네방네 시끄럽게 자랑하는 법이다. 지역사회 정치인들은 과연 전자쪽인지, 후자쪽인지 너무나 자명한데 정작 당사자들만 잘 모르는 것 같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역사회의 리더들이 이제라도 서로 “내 탓이오” 하고 겸손한 자세로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자. 제아무리 승부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볼썽사나운 네 탓 공방보다는 대안과 해법을 제시할때 지역사회의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 도민들은 네탓을 하는 정치인을 바라지 않는다. 내 탓을 하는 이가 진정한 리더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