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와 고령화 등 우리 농어촌의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이 내년 시범사업 형식으로 추진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해 전국 7개 지역을 선정한 데 이어 지자체의 요구로 3곳을 추가 선정했다. 이에 따라 사업에 선정된 전북 순창·장수군을 포함한 전국 10개 지역 주민들은 내년부터 2년간 1인당 매월 15만원씩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받게 된다.
농촌 소멸이 눈앞으로 다가온 위기의 시대, 기본소득은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 주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았고, 지자체와 주민들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정작 시행을 앞두고 “취지는 좋은데, 지속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재정 문제다. 정부가 제시한 농어촌 기본소득 재원 분담 비율은 국비 40%, 도비 30%, 군비 30%다. 농촌 지자체는 인구가 적어 세수 기반이 약하다. 기본소득 사업을 자체 재정에 의존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지방소멸 대응이 시급한 지역일수록 재정 여건이 더 취약하다. 역설적으로 기본소득이 가장 필요한 곳이 이 사업을 가장 운영하기 어려운 곳이 되는 셈이다. 시범사업에 선정된 순창군과 장수군이 기본소득 재원을 충당하려면 한 해 자체 재원의 35% 정도를 무조건 빼내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지자체 입장에서는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예산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해당 지자체에서는 그동안 시행해온 다른 복지사업 예산을 대폭 줄이거나 유사한 사업의 경우 그 자체를 폐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가뜩이나 재정형편이 열악한 농촌 지자체에 과도한 재정 부담이 주어진다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지역격차 해소, 균형발전 정책은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연관된 만큼 중앙정부에게 주어진 책무다. 기본소득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국가 책임을 명확히 지고, 가능한 많은 재원을 부담하는 구조로 재구조화해야 한다. 본격 시행을 앞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지속가능한 제도로 완성하는 일은 결국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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