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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요즘도 이런 마을이?”⋯30년째 마을회관에서 큰절

설 명절 연휴 다음 날인 19일 회관서 삼삼오오 합동 세배
청년들 ‘큰절’⋯어른들은 “너무 행복해, 항상 고마워” 덕담

19일 장수 산서면 이룡마을회관에서 마을 주민들이 설 맞이 합동 세배를 하고 있다. 박현우 기자

“원래는 집마다 다녔는디, 쉽지 않어. 그렇게 시작한 거여.”

1990년대 후반부터 합동 세배 전통을 이어온 ‘효(孝) 마을’ 장수군 산서면 이룡마을의 한병원(75) 이장은 이렇게 말했다. 집집마다 세배하러 다니던 전통은 점차 사라지고, 마을 주민이 한자리에 모여 효를 실천하는 합동 세배 문화가 자리 잡았다.

설 명절 연휴 다음 날인 19일 이룡마을 회관은 아침 일찍부터 합동 세배 준비로 분주했다. 

이미 회관 입구는 ‘어르신들의 발’ 역할을 하는 오토바이와 보행 보조기가 줄지어 섰다. 뒤늦게 도착한 주민들은 “다른 곳에 주차해야지”라며 익숙한 듯 빈자리를 찾아 나섰다.

명절 연휴를 보낸 뒤 오랜만에 만난 주민들은 서로 악수하고 끌어안으면서 새해 인사 나누기에 바빴다. 방마다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던 이들도 약속된 시간인 오전 10시 30분이 되자 하나둘 거실에 모여들었다. 

수십 명이 모인 만큼 자리를 정돈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한 이장은 “청년들은 만수무강하시라는 마음으로 세배를 올리고, 어른들은 잘 살아가라고 따뜻한 덕담을 해 주시면 된다”며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를 말 한마디로 삽시간에 정리했다.

청년회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큰절을 올렸고, 노인회 역시 맞절로 화답하며 덕담을 건넸다. 이후 주민들은 떡국을 나눠 먹고, 저녁까지 담소를 나눈 뒤 아쉬움을 안고 헤어졌다. 

할아버지 중 최고령자인 이곤호(92) 씨는 “우리 모두 올해 이루고자 하는 일을 이뤘으면 한다”면서 “효는 가짓수를 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다 필요 없고, 본인이 건강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 마음도 편안하고, 그것 자체가 효도다. 부부는 잘 지내고, 형제·남매는 우애 있게 살면 된다”고 당부했다.

마을 최고령 어르신인 최오순(97) 씨는 “이룡마을에 청년회가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우리 청년들이 땀 흘리고, 공덕 쌓아서 ‘효 마을’이 된 것 같아 너무 고맙다"면서 “주민 모두 새해 복 많이 받고, 앞으로도 이룡마을이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룡마을은 합동 세배뿐 아니라 1972년부터 50년 넘게 매년 경로 효 잔치를 열고 있다. 

첫 시작은 1971년이었다. 사랑방에 모인 어르신들에게 술상을 대접하자는 청년회 제안은 점점 몸집을 키워 마을 잔치로 자리 잡았다. 시골 마을 특성상 술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어르신들의 호응이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더 늙기 전에 나들이 가 보고 싶다”는 어르신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한 해는 나들이 가고, 한 해는 잔치를 열면서 마을 주민이 함께 전통을 이어가는 중이다.

한 이장은 “마을 주민끼리 너무 잘 지내고 있다. 한 번도 협조 안 한 적이 없을 정도다. 그들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저뿐만 아니라 청년회가 같이 노력하고 있다. 힘이 닿는 한 계속 이런 전통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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