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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 만월(滿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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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헛바퀴 굴렸습니다. 어렵사리 꿈속을 빠져나와 천변, 자전거가 쓰러져있습니다. 힘이 달렸을까요? 구르지 못하면 더 이상 바퀴 아니지요. 자전거를 세워두고 거슬러 오릅니다. 세내〔三川〕도 둥글게 굴러 바다로 가는 것이겠지요. 또르르 중인리 들판 풀잎에 내린 이슬과 데굴데굴 구이 모악산 계곡에 내린 빗방울과 장승배기 어디 퐁퐁 솟아오른 샘물이 모여 굴러가는 것이겠지요. 자맥질하는 오리가 자꾸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희미한 어머니도 먼동이 틀 무렵 두레 밥상을 차리셨었지요. 유년을 굴리던 도롱테가 사라졌습니다. 세상은 둥글다는데, 걷고 걸으면 제자리에 데려다 줄 줄 알았건만 걸으면 걸을수록 길이 멀어집니다. 섶다리가 있던 어디쯤 공터에 달집을 지었네요. 정월 대보름입니다. 달집 허리에 두른 새끼줄에 소원이 둥그렇습니다. 저녁이면 탁 탁 타닥 달집 대나무 타는 소리에 자꾸 헛바퀴만 내미는 악귀도 액운도 줄행랑치겠지요. 망월이야! 어른들은 노란 양재기에 달빛을 가득 부어 마시겠지요. 아이들은 불깡통을 돌릴까요? 앞장선 꽹과리 뒤를 날라리가 따르고 징은 또 지잉 징 달집을 돌겠지요. 밤하늘 가득할 보름달을 굴리며 둥글게 둥글게 먼 골목에 찾아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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