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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봄보로 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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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우수 경칩 지난 지가 언젠데 봄이 아직 이거든요. 내 눈에만 그랬나요? 광대나물꽃, 봄까치꽃, 냉이꽃이 전부였으니까요. 명주바람 아니어도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그닥 싫지 않았습니다. 분명 초행인데 차창 밖 눈 익은 마을엔 산수유가 한창이었고요. 꼭 유년의 골목이었습니다. 봄 찾아가는 이가 나뿐 아니었나 봅니다. 남원 지나자 고속도로는 저속도로가 되어버렸지요. 흑매 만나러 가다 갇혀 한나절 봄만 더 늦어지겠다는 푸념이 길었지만, 다행히 길은 감겼다 풀렸다 이어졌습니다. 구례 화엄사, 주차장부터는 걸었지요. 오리 길에 울긋불긋 사람도 만발했더랬습니다. 녹슨 발목이 뻑뻑했으나 몇 송이 붉은 동백도 만나고, 계곡물에 비친 나도 만나고 투덜거릴 일 하나 없었습니다.

불이문 지나 사천왕문 지나 각황전 가는 계단에 마음이 먼저 앞장섰습니다. 때맞추기 힘들다는 흑매 뵙고 내려오는 길, 만월당 담장 안 매화에 여럿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고요. 펑, 펑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였을까요? 마루의 노스님도 가만 눈길 주고 계셨습니다. 아직 댓돌 위에 털신과 흰 고무신이 나란했습니다만, 봄보로 봄봄 이미 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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