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경제칼럼] 자율엔 책임이 따른다… 더 엄격해진 ‘공정의 잣대’

김항수 전북지방조달청장

금년부터 전북특별자치도와 경기도를 대상으로 지방정부 조달자율화제도를 시범도입하였다. 이는 지방정부가 조달청을 거치지 않고 주도적으로 조달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지방분권과 수요자 중심으로 조달체계를 변화하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시작된 조달 자율화 시범사업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 한편에 “지자체 마음대로 계약하면 불공정 행위가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특정 업체 몰아주기나, 법령해석 오류와 복잡한 조달제도를 잘못 적용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다. 이에 조달청은 자율화 시범도입과 함께, 그 균형을 맞출 강력한 ‘공정의 안전장치’를 가동한다.

그 핵심은 바로 2025년 말 도입된 전자조달법에 따른 ‘조달청장의 시정요구권’ 도입이다. 그동안은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입찰에서 특정 업체에 유리한 독소 조항이 발견되거나 법령 위반 소지가 있어도, 조달청이 이를 강제로 바로잡을 법적 권한이 미비했다. ‘권고’ 수준에 그치다 보니 불공정 관행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있었다. 예를 들어, 특정 규격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사실상 내정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하게 만드는 식의 ‘꼼수’가 있어도 이를 시정할 마땅한 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수요기관의 나라장터를 이용한 자체 조달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나 공정성을 해치는 내용이 확인될 경우, 조달청장은 해당 기관에 입찰 공고 수정이나 계약 조건 변경을 공식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자율화된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바로잡는 강력한 ‘심판의 휘슬’이 생긴 셈이다. 잘못된 공고는 즉시 시정하고, 불합리한 조건은 고쳐야만 한다.

이와 함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시행된다. 자율 구매 권한을 가진 기관에서 입찰·계약 비리가 적발될 경우, 즉시 그 권한을 회수하고 다시 조달청 의무 구매 대상으로 환원시키는 강력한 조치다. 자율을 주되, 그 권한을 오남용할 경우 즉시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다. 또한, ‘수요기관 불공정조달 신고센터’를 상시 운영하고 전담 인력을 확충하여 입찰 공고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누구나 불공정 행위를 발견하면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고, 조달청은 이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효율성만을 좇다가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중소·여성·장애인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율 구매 시에도 ‘사회적 약자 기업 구매 비율’을 의무적으로 준수하도록 했다. 전북 내 지자체들은 자체 구매를 하더라도 지난 5년간의 평균인 약 95% 수준 이상을 약자 기업 제품으로 구매해야 한다. 자율화가 되었다고 해서 대기업 제품만 사거나 가격만 보고 구매처를 바꾸는 일이 없도록,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해 둔 것이다. 이는 지역 경제의 뿌리인 중소 기업들을 지키기 위한 조치다.

이러한 제도들은 결코 수요기관을 통제하거나 기업을 옥죄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들이 ‘배경’이나 ‘줄서기’가 아닌, 오직 ‘실력’과 ‘품질’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함이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될 때, 비로소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다. 전북지방조달청은 자율화의 물결 속에서도 ‘공정’이라는 닻을 더욱 깊게 내릴 것이다. 기업인 여러분은 불공정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으시고, 혁신 기술 개발에만 전념해 주시길 바란다. 공정한 경쟁의 룰은 우리 조달청이 확실하게 지켜낼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회일반“암흑의 시대 세상 밝혀”⋯산민 한승헌 선생 4주기 추모식 거행

사건·사고경찰, ‘대리비 제공’ 김관영 지사 측근 전 정무수석 조사

선거'광역단체장 후보' 與의원, 29일 의원직 일괄사퇴…보선 8곳 추가

오피니언현금공약과 햇빛연금

오피니언[사설] 막판 민주당 경선, 혼탁 선거사범 엄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