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있는 주말] '물이 곧 보약'
‘물은 만물의 근원’이라고 했던가. 모든 우주의 이치를 물로써 설명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물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1개의 산소와 2개의 수소로 이뤄진 신비의 물질, ‘물’(H₂O). 소화, 흡수, 순환, 배설 등 각종 신진대사에 관여하고 있는 물은 산소와 함께 인체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다. 혈액과 림프를 구성하는 주요성분으로, 체온을 유지하고 건강한 피부와 근육을 만들어 준다. 또 관절에는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갓난 아기의 경우 몸의 85% 이상이 물로 구성돼 있고, 성인은 60∼70%가 물로 이뤄져 있다. 이처럼 많은 물이 약간 줄어든다고 해서 인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 우리 체내에서 수분이 1∼2%만 손실돼도 인체는 심한 갈증과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5%가 빠져나가면 혼수상태에 빠지며, 12%를 잃으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물을 '물'로 봤다가는 큰코 다친다. 물은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다스리기도 한다.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뇌중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노인들의 경우 매일 자기 전에 물을 한 컵 정도 마시면 예방이 가능하다. 또 나이가 들수록 장의 운동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복부팽만감과 변비 등도 물을 많이 마시면 장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방광도 건강해지고, 요로결석 배출 또한 용이해질 수 있다. 목구멍 점막이 건조하면 감기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쉬워 재채기나 기침을 하게 된다. 이 경우 물을 충분히 섭취하게 되면 점막에 수분이 공급돼 감기 저항력을 길러준다. 이 밖에도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심근경색도 막을 수 있다.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물 한잔도 안심하고 마실 수 없는 각박한 세상. ‘물의 건강 비법’이 웰빙 바람을 타고 세간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물 다이어트’까지 생겨날 정도니 물의 신비에 현대인이 매혹당할 만도 하다. 이처럼 소중한 물, 마시는 데도 요령은 있다. 얼마 만큼, 얼마나 자주, 또 어떻게 마셔야 몸에 좋은 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들어봤다. 인체의 수분은 하루에 호흡시 날숨으로 0.6ℓ, 피부에서 증발로 0.5ℓ, 대소변으로 1.4ℓ 등 총 2.5ℓ가 빠져나간다. 하지만 음식 섭취와 몸 속의 대사과정 등을 통해 보충되는 양은 1ℓ 정도가 고작. 하루 평균 1∼2ℓ의 물을 추가로 마셔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8컵이면 충분한 양이다. 술과 담배, 커피를 즐기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물을 보충해야한다. 알코올은 혈액 속 수분을 소변을 통해 배출시키고, 담배연기는 호흡기 점막의 수분을 증발시키기 때문.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 또한 탈수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국내 성인의 하루 물 섭취량이 평균 0.6ℓ. 대부분이 ‘탈수증 환자’인 셈이다. 물은 하루 종일 틈틈이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한꺼번에 많은 물을 마신다고 해서 수분 공급이 빨리 또는 많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아침 점심 저녁때 3컵씩 3회에 걸쳐 3분 동안 마시는 이른바 ‘3·3·3 음수법’이 최근 건강 비법으로 권장되고 있다. 물도 식사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시간에 적당량을 서두르지 않고 마시는 것이 몸에 좋다는 것이다. 특히 식사 직전이나 도중에 마시는 물은 위 속의 소화 효소나 위산을 희석시켜 소화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식사 30분 전에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온도에 따라 물의 맛도 제각각. 가장 맛있게 느껴지는 물의 온도는 16℃ 전후로, 좀더 상쾌한 맛을 원한다면 9∼10℃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보다 차가우면 혀의 감각이 떨어져 물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따뜻한 물은 70℃ 정도일 때가 가장 맛이 있고, 체온과 비슷한 35∼45℃일 때가 가장 맛이 없다. 하지만 약을 복용할 때에는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온도의 물을 마시는 게 좋다. 물과 섞여야 잘 녹을 수 있고, 소화기관에도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서다. 보관도 유리나 사기 그릇에 비해 쉽게 변하는 금속용기를 가급적 피해야한다. 운동을 할 때는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물을 수시로 마시는 것이 좋다. 운동하기 10~20분 전에 미리 1컵 정도를 마셔 탈수를 늦추는 것도 방법. 하지만 갈증이 난나고 해서 지나치게 많은 양을 급히 마실 경우에는 건강을 해칠 수 도 있다. ‘물 중독증’인 저나트륨혈증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을 과다하게 마시면 몸속 염분(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는 저나트륨 상태가 된다. 이로 인해 세포내 염분 농도가 낮아지면서 세포가 부풀어 오르게 된다. 메스꺼움, 피로감, 구토, 졸림, 정신착란, 혼미, 혼수, 발작 등이 일어나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