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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봄 같지 않은 봄

황사보다는 더 우리들 마음을 산란케 하는 일들이 싱그러운 봄날을 어지럽히고 있다. 부활하는 일본의 황구사관에 의한 역사왜곡이 그 첫 번째라면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한 진보적 지식인에 대한 매카시즘적 매도의 이념공방이 그 들이라 할 수 있겠다.

 

궁지에 몰린 보수족벌 언론이 미국의 패권주의에 힘입어 남북관계개선을 생트집하는 것도 불청객이라 할 수 있다면, 그런 언론과 야당의 끈질긴 공박을 견디지 못해 애먼 노동자들에게 화풀이를 해대고 있는‘국민의 정부’의 신경질도 반갑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春來不 春)는 말로 바로 이러한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바로 이러한 것이야말로 봄다운 것이 아닌가 한다. 언제 꽃샘추위나 황사, 그리고 짜증스러운 돌풍이 없는 봄이 있었던가?

 

역사의 봄도 마찬가지였다. 순풍과 역풍이 함께 했던 것이다.‘서울의 봄’이 그랬고 민족해방의 봄도 그랬다. 5.18의, 4.19의 봄에도 군사독재 혹은 군사 쿠데타의 황사나 꽃샘추위가 뒤따랐다. 생명의 세상으로 거듭나려는 기운과 다시 죽음의 세계로 되돌리려는 반동의 징후가 언제나 공존했던 것이다.

 

거창하게 부풀리면 세상사 모든 것이 다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다 좋을 수도 없고, 모두 다 나쁠 수만도 없는 것이다.

 

일본의 역사왜곡이라는 황사 역풍에도 이를 계기로 일제청산을 게을리 한 것을 스스로 차분하게 반성하자는 순풍의 기운이 뒤따르고 있다. 이를 계기로, 또한 내정간섭까지 서슴없이 자행하는 미국 보수정권의 준동에 자극을 받아 외세에의 지나친 의존이나 그 문화적 침범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도‘꽃샘바람’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겠다.

 

중요한 것은 봄이 왔다고 경거망동 나대지 않는 것이며, 또한 봄 같지 않다고 쉬 절망해버지도 않는 차분한 마음을 견지하는 일이리라. 어디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극즉반(極卽反)의 오묘한 자연의 이치를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며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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