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때 전두환(全斗煥)대통령을 수행하여 미얀마 방문길에 올랐다가 아웅산 테러로 숨진 고 김재익(金在益) 경제수석비서관은 쌀증산시책을 반대한 소신파였다.
경제학의 비교우위론을 내세우며‘쌀은 값싸고 질도 우수한 미국산을 수입해다 먹는 대신 그많은 농경지에 공장을 세워 산업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그의 이런 주장은 우리의 정서와 농촌현실을 외면한 경제학자의 이상주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그러나 그의 정책판단이 옳았다고 보여지는 현실이 눈앞에 닥쳤다. 꾸준히 증산시책을 펴온 결과 이제는 재고량 누증으로 쌀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이다. 5년연속 풍년에다가 소비량마저 감소하는 바람에 현재 쌀 재고량은 7백50만섬에 이르고 올 수확량까지 합하면 1천만섬이 넘을 것이라는게 당국의 전망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권장하는 적정량보다 60%나 초과한 양이다. 드디어 정부가 쌀 증산정책을 포기하고 내년부터는 점차 약정수매제도 폐지할 방침을 밝혔다.
당연히 농민들이 들고 나설 일이다. 전국에서 농민단체들이 정부 정책을 성토하고 충남에서는 수확을 앞둔 벼를 갈아엎는 소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나라당이 남는 쌀을 북한에 지원하자는 제의를 하고 정부여당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움직임을 보이고있는데 이번에는 일부 강경론자들이‘퍼주기 식’대불정책이라고 반대하고 나서 문제가 꼬이는듯이 보인다.
보릿고개의 아픔을 꺾은지가 언젠데 이런 배 부른 타령이 나오는지 국민의 눈으로 볼때는 금석지감(今昔之感)이 드는것이 사실이다.
이런 쌀 소동은 근본적으로는 소비촉진으로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다. 식생활 개선으로 쌀 소비에 문제가 생겼다면 쌀밥만 고집할것이 아니라 쌀을 가공한 식품개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미 바이오벤처에서 생명공학과 접목한 버섯쌀·비타민쌀·암 예방쌀등 기능성 쌀을 연구개발하고 있다한다. 엊그제 김제 지평선축제에서는 모대학 관련 학부가 주최한 쌀 가공제품과 아시아·유럽의‘별미(別味) 밥’전시회까지 열렸다. 쌀이건 보리건 먹고 싶게 만들면 소비는 저절로 이루어지는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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